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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동 주앙을 보고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055

 3월 27일 일요일, 나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이 연극을 보고 리포트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말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이 연극은 동 주앙이란 작품이다. 동 주앙은 몰리에르의 작품이고 이번 연극은 최용훈이 연출했다. 출연배우는 동 주앙 역의 김도현과 이율, 스가나렐 역의 정규수, 동 루이역의 권성덕, 그리고 그 밖에 박미현, 유병훈, 성노진, 한동규, 최지훈, 오성택, 이철희, 김동화, 권귀빈, 김영록이 있다.

 

 동 주앙의 줄거리를 말해 보겠다. 동 주앙이 자신의 부인인 돈느 엘비르에게서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돈느 엘비르를 피해 스가나렐과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동 주앙은 여행을 떠나 여러 여자를 만나다가 돈느 엘비르의 오빠들에 쫓기게 된다. 동 주앙은 돈느 엘비르의 큰오빠를 우연히 도와주게 되고 돈느 엘비르의 큰오빠는 동 주앙을 한번 놓아주기로 한다. 동 주앙은 그렇게 도망치다가 자신이 예전에 죽인 기사의 무덤을 우연히 지나간다. 동 주앙은 기사의 석상에 저녁식사를 하자는 말을 건네고 기사의 석상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에 놀란 동 주앙과 스가나렐은 도망을 친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동 주앙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을 때 동 주앙이 죽였던 기사의 석상이 찾아온다. 기사의 석상은 동 주앙보고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동 주앙은 신을 믿지 않는 이단자에서 위선자로 탈바꿈한다. 그러자 동 주앙이 죽였던 기사의 석상이 나타나 지옥의 저녁식사에 동 주앙을 초대를 하고 동 주앙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연극을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연극의 초반부에 나온 동 주앙이 자신의 부인인 돈느 엘비르에게서 도망쳐 새로운 사랑은 찾아 여행을 떠난 장면이다. 동 주앙이 스가나렐과 도망쳐서 어느 도시에 들어간다. 근데 스가나렐이 동 주앙에게 반항을 한다. 잘못된 행동이 아니냐며 동 주앙에게 말한다. 그러나 동 주앙은 화려한 말재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한다. 정말 사기꾼 보다 더한 화려한 말재주다. 듣고 있다 보면 동 주앙의 행동이 정말로 아무 잘못이 없는 정당한 행동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왠지 이 부분에서 노홍철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동 주앙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말들을 할 때 스가나렐은 딴죽을 걸기도 하고 동 주앙을 비꼬는 행동과 말을 한다. 그러다가 동 주앙이 뭐라 하면 비굴하게 아첨하기도 한다. 이게 정말 웃기고 재미있었다. 이걸 보면서 또 하나 떠오른 게 있는데 그건 고등학교 때 배운 봉산탈춤이다. 봉산탈춤도 하인이 양반들을 조롱하고 비꼬는 얘긴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평민들에게 귀족들은 재수 없는 그런 존재였나 보다. 그리고 이건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느낌도 받았다. 나 같은 팔랑귀 관객들이 동 주앙의 화려한 말재주에 넘어가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 장면은 여러모로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배를 띄웠다가 태풍을 만나 어느 시골 마을에 떠 내려와서 그 마을의 순수한 여자 두 명을 다 유혹하려다가 일이 꼬여서 두 여자가 동 주앙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도 동 주앙의 화려한 말재주가 빛을 발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 장면도 정말 웃기는 장면이었다. 동 주앙이 두 명의 여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면서 순수한 두 명의 여자를 유혹한다. 결국 순수한 두 명의 여자는 동 주앙이 서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두 명의 여자 중에서 한 여자의 약간 모자란 듯 하면서 순수한 듯 한 약혼남이 나오면서 재미를 더 부가시킨다. 바다에 빠져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자마자 여자를 유혹한다는 상황도 웃겼다.

 동 주앙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빚쟁이가 찾아오는 장면도 인상에 남은 장면이었다. 여기서도 역시 동 주앙의 화려한 말재주가 작렬한다. 빚쟁이는 자기가 할 말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당한다. 동 주앙은 빚쟁이에게 틈을 주지 않고 입을 놀린다. 일단 빚쟁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런 다음 빚쟁이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빚쟁이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늘어놓다가 빚쟁이를 내쫓아 버린다. 그런 다음 태연하게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서도 무한도전의 사기꾼 캐릭터를 맡고 있는 노홍철이 생각났다. 내가 무한도전 팬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상대를 농락하는 말재주와 사기가 노홍철의 이미지와 겹쳤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엔딩장면이다.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동 주앙이 자신이 죽였던 기사의 석상으로부터 지옥으로의 저녁식사를 초대받고 지옥으로 떨어진 후 동 주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이 처음에는 기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가나렐은 동 주앙이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자신의 직장을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스가나렐은 여태까지 동 주앙을 비꼬고 혐오 했으나 아첨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가나렐은 좋아하면서도 슬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의 마지막에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면서 이 장면 또한 인상에 남았다.

 

 이 연극을 본 후에 동 주앙 뮤지컬의 일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 보진 못했지만 뮤지컬 동 주앙의 줄거리는 조금 달랐다. 연극 동 주앙은 동 주앙이 위선자가 되면서 자신이 죽인 기사의 석상에 의해 지옥으로 떨어진다. 결국 동 주앙은 진정한 사랑은 모르고 죽는다. 그러나 뮤지컬 동 주앙의 동 주앙은 기사의 석상에 의해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끝까지 보지 못해서 장담할 순 없지만 뮤지컬의 동 주앙은 종교적인 문제로 인해 심판을 받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종교적인 이야기가 빠지면서 위선자들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도 많이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 대신 동 주앙이 진전한 사랑은 깨달아서 갱생하게 되는 이야기로 흘러갈 듯싶다. 뮤지컬 동 주앙은 연극 동 주앙 보다 동 주앙의 바람둥이에 대한 쪽을 부각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극 동 주앙에서 보였던 신도 종교도 믿지 않고 법과 규범도 거부하고 오직 이성만을 믿었던 자유로운 영혼인 동 주앙의 면모는 잘 들어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그런 동 주앙을 비꼬면서 웃음과 재미를 주는 스가나렐이 나오지 않고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온다. 그래서 풍자적인 재미와 웃음은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도 뮤지컬 동 주앙도 재미있게 봤다. 내가 본 뮤지컬 동 주앙은 대사가 하나도 없고 모두 노래로 이어간다. 동 주앙의 화려한 말재주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대신 화려한 노래들을 맛 볼 수 있었다. 무대도 화려하고 배우들이 노래 할 때는 뒤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정말 멋있는 무대였다. 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동 주앙이라는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동 주앙의 작가인 몰리에르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 주앙의 작가인 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의 극작가이다. 본명은 장 밥티스트 포클랭이다. 몰리에르는 타르튀프, 동 주앙, 인간혐오자 등의 성격희극으로 유명하다. 성격희극이란 탐욕, 소심, 허풍 등 인간의 특정 성격을 중심으로 하여 묘사한 희극을 뜻한다. 몰리에르가 그린 성격은 당시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어느 특정한 폐단을 집약한 상징적인 인물로서, 그는 타르튀프, 동 주앙 등을 통해서 17세기 프랑스의 상류사회에 파고든 가짜 신앙, 대 귀족들의 퇴폐상, 경박한 사교생활 등과 같은 것을 착실한 시민의 양식으로 비판적으로 그렸다.

 

 신도 종교도 법도 규범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동 주앙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동 주앙. 훌륭한 작가인 몰리에르의 작품인 동 주앙이 한국에 들어와 훌륭한 연출과 출연진을 만나 정말 재미있고 웃긴 연극이 탄생했다. 연극을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연극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줬다.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개그프로그램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풍자적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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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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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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