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잊혀져서는 안될 전쟁속 피해자-적도 아래의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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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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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전쟁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우리나라 전범들의 한을 담은 연극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수 백명의 한국인들이 일본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었는데, 일본인들의 지휘아래 행해진 포로폭력으로 인해 전범이 되어 처형당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작품의 역사적인 배경이고, 그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춘길’이 나이가 들어 세상에 이를 알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다는 내용으로 극을 풀어간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그저 설명하기 급급한 대본이 아닌 전범들 사이의 우정과 신의, 처절한 그들의 슬픔으로 나타내 관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제일교포인 작가 ‘정의신’은 한국에선 일본인, 일본에선 한국인으로 불리는 제일교포로서의 아픔을 이 주인공들이 일본인 전범으로서 처형당하는 처지에 투영시켜 연극으로서 그 아픔을 달래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그때 수용소에 있던 실존인물을 인터뷰하며 극으로 구성하였다는 것을 보아 극의 주인공이 그때의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실제 작가의 의지인 듯하다. 그것이 과거와 현실,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의 열정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극중 다큐멘터리 진행자가 주인공에게 포로 폭행을 한 사실인증 위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단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는 이슈거리를 중요시하는 계산적인 현대사회를 비꼬는 작가의 의도가 보였다.
무대장치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스크린의 앞쪽 무대와 스크린의 뒤쪽 무대를 이용해서 과거와 현재를 구분한 것인데, 짧은 시간에 무대장치를 바꿔야 하는 연극무대의 번거로움을 잘 해결한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통일성 있게 무대를 나눠 공연을 하지 못하고 후반부에 중구난방으로 무대를 사용한 것이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여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슬픈 역사를 다룬 연극인만큼 무대의 화려한 장치를 배제하였다는 연출가의 섬세한 노력이 연극을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주인공인 ‘춘길’역에 배우가 젊은 시절의 모습과 늙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연기를 어색하지 않게 잘 표현해내어서 감탄을 자아내었지만, 주인공만큼의 비중이 컸던 ‘남성’역의 배우의 슬프고 억울하고 처절한 신들린 연기는 관객들이 이 연극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전라의 몸으로 샤워를 하는 장면에선 베테랑적인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박수를 자아냈다.
연극을 보면서 그 속에 몇 가지 상징적인 요소가 눈에 띄었다. 그중 ‘남성’에게 가족이 보내온 편지는 커다란 희망을 상징하는데 바로 다음날 사형을 당하게 되는 ‘남성’의 죽음을 더 슬프고 안타깝게 만들어 주었고, 아직도 적도아래에 맴도는 전쟁 속에 죽어간 혼들을 상징하는 반딧불은 그들을 잊지 말라달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해 낸 요소이다.
중요한 요소인 반딧불을 몽환적인 스크린 장면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훈훈한 마무리를 맺게 해주는 좋은 연출이었다.
과거에 힘없던 우리나라 군인들이 당했던 여러 피해들을 알릴 방도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무리 알리려 해도 지금 현대사회는 다큐멘터리의 진행자처럼 이슈만을 주목하진 않을까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진 못해도 대중이 함께 알아주고 분노해주길 바라는 열정을 연극으로서 형상화 하였다. 역사적 사실들이 점점 묻혀가는 이 시대에 주목할 만한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