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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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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10.15

    조회 1654

명동예술극장에서 지난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공연한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재일교포 출신의 극작가 정의신이 쓰고 연출가 손진책이 연출한 작품이다. 작품은 2차 세계 대전이 종전한 후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죽음의 철도’ 공사 현장에서 일제하에 반강제적으로 연합군 포로를 감시했던 조선인들이 B·C급 전범으로 형무소에 갇히고 사형 당했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이학래 선생이 증언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극중 김춘길 노인이 바로 그다. 극은 김춘길 노인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 촬영 과정에서 노인이 회상하는 과거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현재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무대를 보면 중요한 의미가 있는 철도가 있는데, 일부를 제외하면 실제로 그 철도가 있는 장소의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무대를 직접 꾸밀 수도 있었겠지만 스크린을 통해서 실제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더 다가가고자 하는 작품의 의도와 잘 어울린다.

스럽게 극중 인물들에 몰입되다보니 나 자신까지도 억울하고 답답함을 느끼며 연극을 관람했다. 특히 더욱 안타깝고 간절했던 부분이 두 군데 있었는데, 우선 춘길의 경우였다. 춘길은 극 초중반에서부터 등장하는데, 형무소에서 출소하였으나 홍콩에서 다시 붙잡혀 되돌아오게 된다.

사형수에서 석방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광복을 맞이한 조국에서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눌 생각에 부풀어 있다가 다시 사형수로 잡혀오게 된다면 그 때의 좌절감과 억울함이 얼마나 클 것인지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더 연극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극에서 가장 돋보이던 남성이 가족으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는 장면은 극 중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고 감정이 이입되는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본인은 부디 남성의 사형이 취소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끝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조선인들이 전범으로 사형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의 연합군 포로 중에서도 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싫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긴 했다. 실제로 포로들을 학대한 것은 조선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자들이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선인 전범들을 더욱 억울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품 덕분에 몰랐던 과거의 일에 대해서 알고 생각해볼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입체적으로 나타난 몽환적이고도 진심으로 감명 깊었던 수많은 반딧불이 장면은 연출 기법 상으로도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억울함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가슴 속에 품고 사라졌던 사람들의 영혼이 나타나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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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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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마지막 부분이 감동을 주나 봅니다. 스토리도 참신한 것 같고... 잘 읽었습니다.

    2010.10.17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