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반딧불은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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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1910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는 지난 10월 14까지 명동 예술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극단 ‘미추’에서 연출한 작품으로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제가 생포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고 동남아시아 각지로 떠났던 이들이 일본 패전 후 B급 전범으로 분류돼 싱가포르 창이형무소 등에 갇혀 막연한 석방, 혹은 순서 결정만 남아있는 사형선고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작가는 정의신씨로 흥미로운 점은 재일교포 2세 작가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경쟁구도, 멀게는 갈등구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한일 양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작가가 어떠한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했다.
연극은 일본의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결국 전범 재판에서 두 번이나 사형을 선고 받았던 한국인 이학래(85)씨를 모델로 작품 속 ‘김춘길’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대 위에 철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연극은 이 철도, 태국 논프라덕역에 위치한 태면 철도에서 김춘길의 과거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로 시작한다. 춘길은 일본의 태면 철도 건설 과정에 포로 감시원으로 참여하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상황이 한국인 군속들을 전범으로 내몰리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주변의 유혹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맥베스'에 비교했다.
형무소 안의 인물들의 성격은 각자 다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작가는 간수들에게 늘 얻어맞았던 소심한 ‘문평’을 통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드리고 있는 당시의 한국인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것인지, 조선인 사형수들 앞에서 “용서해줘”라며 오열하는 일본인 ‘쿠로다’, 또 늘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형무소 안을 서성대며 본인의 내면이 몹시 혼란스러움을 나타낸 ‘야마가타’를 보며 그 시대 상황의 일본인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확실한 해답을 던져주지 않고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거야, 미워해야 하는 거야. 내가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는 거지? 살고 싶어.” 사형을 앞둔 그러나 생존한 김춘길이 내지르는 절규다. 이 대사로 하여금 작가는 관객이 함께 고민하도록 만든다.
또한 극중에서 다큐멘터리를 상업적 수단으로만 제작하려는 감독과 오로지 자신의 머리숱에만 관심이 있었던 카메라 감독, 안 좋은 사실을 덮으려고만 하는 비서를 통해 근본적인 역사적 사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작가는 분명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려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할 사실 보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말했던 ‘재미없는 사실’에 대해서만 다소 지루하게 서술하였을 뿐 작가의 정확한 메시지를 던지기에는 관객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가슴 뛰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지는 이제 관객들의 몫이겠다.
마지막으로 깊은 연기를 보여준 극단 ‘미추’ 단원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