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 아래의 맥베스> 덤덤한 시선으로 읽어내야 하는 비극적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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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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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신 작, 손진책 연출.
서상원, 최용진, 조정근, 정나진, 황태인, 이기봉, 황연희, 오일영, 홍성락, 이상철, 이병훈, 권정훈 출연.
연극의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란 인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였다.
막이 올라가고 조금 진행되어 할아버지로 등장한 주인공 김춘길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액자식 구성의 연극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 포로 감시원이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
조선인이지만 조선인으로부터 외면받고 그렇다고 일본인일수도 없었던,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고자 하는 단 하나의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때문에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이들과 다른 사람들의 유혹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맥베스가 자연스레 결부되었다.
역사는 이긴자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단한번도 이들의 입장이 되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늙은 김춘길의 젊은날을 회상하는 방식인 액자식 구성이기때문에 아무래도 감정이 북받치지도, 현실감있게 다가오지도 않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역사 속에 잊혀진 인물에 대해 그들의 고통을 인지하지못하는 우리들의 차가운시선을 스스로 자각하도록 하는 의도적인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있지만 사는 것이 아닌, 평생을 죄책감속에서 미안하다는 사죄를 하지도 못한 채 살아야 하는 그 인생이 얼마나 퍽퍽했을지 조금이나마 그 시대를, 그 인물을 재조명해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초반에 날씨가 덥다못해 뜨거워 촬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노인이 물한모금 입에 대지 못해도 입버릇처럼 '괜찮아요 괜찮아'를 연발하는 김춘길을 보면서 그의 인생은 괜찮지않았으며, 그 습관이 그가 평생동안 스스로를 위안하는 방법이었겠구나 하고 평탄치못한 그의 인생을, 후의 전개를 짐작케 했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짜릿한 자극도 없었고, 큰 임팩트가 있는 구성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한번쯤 볼만한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