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감: 작가] 은의 혀
2024.08.15 ~
2024.09.08
※ <예술가와의 대화> 8.25.(일) 공연 종료 후, 객석
- 참석: 작가 박지선 연출 윤혜숙
배우 강혜련, 이경민, 이지현, 이후징, 정다연
- 사회: 전영지
* 참석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한 장례식장에서 마주하는 둘.
떠난 이의 흔적을 바라보는 눈이 텅 비어버린 여자와
그 사이, 성큼 다가와 조금은 요란스럽게 자리한 반짝이는 은의 혀를 가진 여자.
유쾌하지 않은 만남 속 보이지 않는 선을 두고 있던 둘이지만 각자의 틈을 마주한 순간,
그들 사이의 경계선은 점차 흐릿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누가 무슨 관계냐고 물으면 그래요. 서로 폐 끼치는 관계라고.”
막연할지라도 서로를 들여다보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보단 ‘나’라는 말로 각자의 의견만을 강조하는 현재, 최고를 위해 서로가 경쟁하고 효율을 재기 바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순간을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을까. 여기, 빛이 들지 않더라도 분명하고 또렷하게 존재하는 인물들이 있다. 사회적 지위 뒤에 가려져 놓쳐버린 겹겹의 순간들 위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이들. 찰나의 순간이 연속되고 점차 선명해질 때, 이들은 개개인이 익숙해져 버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같이’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로 닿아있는지.
[창작공감: 작가] 첫 번째 작가 박지선과 연출가 윤혜숙의 <은의 혀>
새로운 극작가와 함께 호흡하는 동시대 창작극의 탄생을 위해 마련된 [창작공감: 작가]가 3년 차를 맞는다. 2023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 박지선의 작품 <은의 혀>가 2024년 [창작공감: 작가] 본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견고딕-걸>, <누에>로 많은 호평을 받은 작가 박지선의 신작 <은의 혀>는 ‘돌봄’을 주제로 다양한 워크숍과 리서치, 인터뷰 등의 개발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 작품으로, 서울예술상 연극 부문 우수상, 두산 연강예술상 등 각종 수상 경력에 빛나는 연출가 윤혜숙의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따뜻이 조명하는 공연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SYNOPSIS
은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간다.
은수가 갈 때마다 마주치는 오지랖 넓은 상조 도우미 정은.
정은은 은수가 아들의 장례를 치를 때 왔던 상조 도우미다.
은수는 피하려고 하지만 정은은 어느새 다가온다.
말을 걸고,
밥을 권하고,
술을 건네고 마주 앉는다.
은수는 점점 정은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정은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은 반짝이는 ‘은의 혀’를 가졌다고 허랑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만드는 사람들
작 박지선
연출 윤혜숙
무대 김다정
조명 성미림
의상 김미나
음악감독 박소연
음향 임서진
영상 강수연
음향·영상 기술감독 이현석
소품·분장 남혜연
안무감독 허윤경
접근성 매니저 이청
연주 기타 김정민
신디 이석원, 양예본
조연출 김성령
컴퍼니 매니저 박지현
출연
은수 役_강혜련
정은 役_이지현
혀 役_이경민
혀 役_이후징
월선 役_정다연
그리고,
국립극단 후원이 함께 합니다
할인 및 혜택
작가 박지선
박지선은 2020년 국립극단 창작벨트 작가 선정 및 2022 아르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021 대전창작희곡상 대상,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을 수상하는 등 그 필력을 인정받아왔다. 모두가 타고난 숨대로 살고 죽어갈 수 있는 돌봄의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오고 있는 작가는 이번 [창작공감: 작가] <은의 혀>에서는 돌봄 선언으로 제기된 돌봄 연대와 보편적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주요작품
<견고딕-걸> <달과 골짜기> <누에> 외 다수
연출 윤혜숙
래빗홀씨어터 대표,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
윤혜숙은 작지만 풍성한 연극을 추구한다. 시대가 변하며 등장한 매체를 하나씩 걷어내고 가장 마지막까지 있을 어떤 것을 무대 위에 돌려주고자 한다.
주요작품
<더 라스트 리턴> <정희정>
수상내역
2022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정희정>
2022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22 공연 베스트7’ <편입생>
2020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선정
2020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마른대지>
2020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20 공연 베스트 7’ <마른대지>
할인권종명 |
할인율 |
대상 및 증빙 |
다음 할인은 국립극단 홈페이지 및 콜센터 1644-2003에서 모두 예매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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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회원 |
40% |
1인당 4매 한 • 유료회원 우선예매: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콜센터에서 가능 |
대학생 및 청소년 |
40% |
대학생: 현재 대학교 재학 중인 본인만 • 2020 이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학생증 지참 필 • 2019 이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관람일 기준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재학증명서(학사정보시스템 대체 가능)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대학원생 적용 불가 청소년: 24세까지 본인만(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나지 않은 1999년 이후 출생자)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문화가 있는 날 |
40% |
8/28(수) 회차에 한함 |
푸른티켓 (24세 이하) |
1만 5천원 |
24세 이하 본인만(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나지 않은 1999년 이후 출생자)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푸른티켓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판매수량 한정, 푸른티켓 마감 후 예매 변경 시 적용 불가 |
초반회차 |
30% |
8/15(목)~8/20(화) 회차에 한함 • 7/18(목)까지 예매 가능 |
삼삼오오 |
30% |
3인 이상 동일 회차 관람 시 적용 • 부분취소 불가 |
문화릴레이티켓 |
20% |
문화릴레이티켓 참여기관 유료 공연 관람자 1인당 2매 한 • 관람 당일 참여기관에서 2023년 1월 이후 실물 유료 티켓, 문화포털-오늘의 공연 인증 혹은 예매내역 지참 필 ※ 온라인 공연 및 전시 제외 / 예매문자 및 캡처 화면으로 증빙 불가 * 참여기관은 하단 상세내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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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Silver)의 할인 |
10% |
관람 당일 은색 소재의 의상 혹은 장신구 착용 1인당 1매 한 • 관람 당일 매표소에서 증빙 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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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연극인회원 |
50% |
본인만(공연별 1회에 한 함)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연극인회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문화누리카드소지자 |
50% |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문화누리카드(본인 서명 필)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북클럽문학동네회원 |
30%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실물) 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예술인패스소지자 |
30% |
예술인패스 소지자 1인당 2매 한 • 관람 당일 2023.09 이후 발급한 예술인패스(실물 또는 모바일) 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장애인 |
50% |
1인당 2매 한 • 관람 당일 복지카드 지참 필 * 휠체어석 예매는 국립극단 콜센터 (1644-2003) 통해서만 가능 |
경로 (65세 이상) |
50% |
65세 이상 본인만(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난 1959년 이전 출생자)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임산부 |
20% |
1인당 2매 한 • 관람 당일 국민행복 카드(구 아이사랑 카드), 산모수첩과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 관람 당일 신분증 및 증빙자료(유료티켓, 학생증, 신분증 등)를 반드시 지참해 주시기 바랍니다.선택한 할인의 대상자 전원이 직접 매표소 방문하여 증빙자료 확인 후 티켓 수령이 가능하며, 미지참 시 정가 기준 차액을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본인 1매만 예매 가능한 할인권종 선택 시 신분증 성함과 예매자 성함이 불일치하는 경우 정가 기준 차액을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관람 당일 선택한 할인에 해당하는 증빙자료 지참 시에만 차액 지불 없이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할인율이 동일하더라도 변경 불가)
• 모든 할인은 중복 적용이 되지 않으며(관람자 1인당 하나의 할인만 적용 가능), 티켓 대리 수령 및 양도는 불가합니다.
※ 문화릴레이 참여기관
경기아트센터, 국립국악원, 국립극단, 국립극장,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정동극장,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성남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안산문화재단, 예술의전당, 통영국제음악재단,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한국문화재재단
표지
은의 혀
[창작공감: 작가]
작: 박지선
연출: 윤혜숙
국립극단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국립극단에서는 공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많은 관객분들과 나누고자 프로그램북 파일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북은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한글파일로, 인쇄된 프로그램북 내에 삽입된 이미지에 대한 설명과 원고가 텍스트로 담겨있습니다. 프로그램북을 통해 연극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립극단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서비스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그램북에 게재된 모든 원고, 사진 및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국립극단 및 해당 저자의 소유로 저작자의 허가 없이는 재사용(복제, 재인용 및 개인 SNS와 웹사이트 게시 등)이 불가합니다. 비영리 및 학술적 용도로 복제, 재인용을 원하시는 경우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락처: perf@ntck.or.kr
(이미지: 국립극단 로고)
표지 내지
* 이 공연은 2023년 (재)국립극단의 [창작공감: 작가]를 통해 개발된 작품으로 2024년 8월 15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재)국립극단 제작으로 초연되었습니다.
2023 [창작공감: 작가] 작품개발단계 연혁
YY |
MM |
DD |
주요연혁 |
2023 |
03-05 |
|
공모 및 작가 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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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26 |
오리엔테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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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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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모임-워크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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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 워크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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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16 |
- 동시대성과 서사(엄기호 사회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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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7 |
- 돌봄과 인권(김영옥 인권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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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7 |
- 젠더(오혜진 문학평론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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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 워크숍 |
|
7 |
11 |
- 대학교 식당 조리원(현장 리서치) |
|
8 |
11 |
- 박은주 간호사(인터뷰) |
|
10 |
|
* 초고 피드백 워크숍 |
|
10 |
13 |
- 이연주 연출, 한현주 작가, 배선애 평론가 |
|
10 |
20 |
- 오혜진 문학평론가 |
|
10 |
22 |
- 엄기호 사회학자 |
|
10 |
31 |
중간과정공유회 |
|
|
|
- 전문가 워크숍 결과 공유 |
|
|
|
- 극단 임직원 낭독회 및 의견 교환 |
|
12 |
5 |
퇴고 |
|
12 |
15 |
최종발표회 |
|
|
|
- 작품 소개 및 낭독회 진행 |
|
12 |
23 |
의견 수렴 |
|
|
|
- 전문가 서면 피드백 |
2024 |
5 |
7 |
대본 수정 |
|
6 |
24 |
본 공연 연습 |
|
8 |
15 |
본 공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국립극단 은의 혀
작 박지선
연출 윤혜숙
목차
일시 |
2024년 8월 15일(목) ~ 9월 8일(일) |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주최·제작 |
(재)국립극단 |
(이미지: 포스터)
- 운영위원의 글
- 작가의 글
- 연출의 글
- 시놉시스
- 출연진
- 스태프 프로필
- 작품 이해 돕기 1
- 작품 이해 돕기 2
- 작품 이해 돕기 3
- 접근성 매니저의 글
- 연습 스케치
- 만드는 사람들
- (재)국립극단
운영위원의 글
‘가족’ 되지 않은 채 ‘가족 하기’
전영지 [창작공감:작가] 운영위원
〈은의 혀〉는 정은과 은수, 이 두 ‘은’의 이야기다. 정은과 은수는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은수의 아들 예준의 빈소. 은수는 유일한 유족이었고, 상조 도우미 정은은 차마 은수를 홀로 두고 갈 수 없어 그 빈소에 남았다. 그것이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은수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에서, 아니 그 장례식장에서만이라도 악착같이 도망치려고 했다면, 정은은 은수를 다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은수가 자꾸만 아들의 빈소가 차려졌던 303호를 찾아 이름도 알지 못하는 고인들을 조문하며 끊임없이 ‘죽음’을 되뇌었기에, 정은과 은수는 다시 만났다. 봄 지나 여름이 오고, 가을 지나 겨울이 되는 그 한 해 동안 그들은 장례식장에서만 만났다. 그렇게 네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그 작고 초라한 빈소에서 번번이 스친 후에야 비로소 두 사람은 통성명을 하고 소주를 청하고 육개장을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정은은 은수에게 자기 혀는 ‘은갈치맨치로 반짝반짝하는 은의 혀’이며 이는 외가로 이어져 온 특징이라며, 외증조할머니부터 외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지는 ‘은의 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중에야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학교 급식실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정은은 이미 폐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런 까닭으로 백태가 심했던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은은 참으로 꿋꿋하게 자신의 혀는 ‘은의 혀’라고 주장한다. 기실 박지선 작가는 ‘은의 혀(silver tongue)’는 ‘굉장한 말솜씨’라는 뜻으로 “의역하면 ‘퀸 구라’라고도 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즉 정은의 말은 죄다 ‘구라’일 수도 있다.
진위가 무엇이든, ‘은의 혀’ 이야기로 정은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건조한 사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돌봄과 인권』의 공동저자 김영옥의 표현을 빌리자면―당신의 “입 속에 묶인 혀”, 과도한 독박 돌봄 속에서 세상의 독에 새까맣게 타들어 간 그 혀를, 나도 잘 알고 있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종국에 ‘은의 혀’ 이야기는 은수가 이어 써 정은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완성되는데, 정은의 가족사이지만 정은이 은수에게 건넨 마음이기에 은수가 이 ‘이야기’의 다음을 이어 쓸 수 있는 것일 터. 이 모두는 진실일 수도, 구라일 수도, 그 사이 어디쯤일 수도 있으나, 그 어떤 것이든 둘이 나눈 진심이다.
진심을 품은 거짓, 이는 ‘이야기’의 본령이다. 진심과 거짓의 운동 속에서 이야기는 변화를 촉발한다. 정은과 은수는 변화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그 ‘무엇’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어떤 고정된 관계를 칭하는 특정 명사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두 사람은 그 ‘무엇’도 되지 않는다. ‘무엇’이 되어 버리는 대신, 설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동사가 필요한 관계가 되어 간다. ‘아프면 들다보는 관계’를 너머 ‘서로 폐 끼치는 관계’가 되도록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 두 사람은 ‘가족’에게 부과되어 온 돌봄을 혈연이나 법제도로 맺어진 전통적 가족의 영토 밖에서 수행한다. 즉 정은과 은수는―가족사회학자 데이비드 모건이 제시한 것처럼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가족―‘가족 하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가족 하기’가 모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궁극적 대안이라는 것은 아니다. 정은의 고통도, 은수의 슬픔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고통과 슬픔의 종결에 대해 우리는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가족 하기’가 설령 모진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슬픔과 아픔으로 꾹 다문 입 속에 꽁꽁 묶어 두었던 우리의 혀는 서서히 꿈틀댈 수 있을 것이다. 실천의 역동 속에서 입 속에 가둬둔 이야기를 시작하고, 온몸으로 불합리를 증언하고 함께 싸우기를 청하며, 진정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삶을 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은의 혀〉는 조심스레 희망한다. 같은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을, 숨어 숨죽여 반짝이고 있을 모든 '은'에게 전하고픈 위로와 응원일 터다.
은수는 오늘도 알지 못하는 이의 빈소를 찾는다. 당신 또한 생의 한순간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지켰을 그 작은 빈소에서 당신을 맞는다.
작가의 글
(이미지: 작가 프로필)
박지선
한 사람의 생애가
한 사람의 생애에 얹혀
둘이 무너져 내린 밤
그것은
셋이 넷이
아니, 우리가
무너져 내린 밤
놓쳐 버린 손의 밤
놓쳐 버린 숨의 밤
차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마음
약해 빠져서
기꺼이 약해 빠지는 마음
그 마음에 ‘하는’ 통증
우리는
파이터다.
― 내 입속에 가둔
‘은의 혀’를 풀게 용기 준
국립극단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연출의 글
(이미지: 연출 프로필)
윤혜숙
<은의 혀>는 감당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으로
밥 한 술 뜰 수 없었던 어떤 이가
숟가락으로 밥을 푹푹 떠먹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변화의 시작은 봄날의 객기였습니다.
차마 지나칠 수 없는 마음.
그날 정은이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면
이 이야기는 거기에서 멈추었을 겁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면 삶도 어찌어찌 이어지고
어찌어찌 삶이 이어지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순간들도
어느새 이야기할 만한 일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바윗덩이가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릴 만한 작은 돌멩이가 되려면
곁과 곁과 곁과 곁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방법밖에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쾌한 정은의 은빛 구라는 아마도
누가 버리고 간 전집을 주워다 골방에서 혼자 읽고 또 읽었던
그녀의 외로운 시간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말을 머금고 사는 은수와
그 곁에서 마스크를 쓰고도 재잘재잘하는 정은과
또 그 곁을 지키는 월선,
그리고 이들의 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혀들이
차마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랍따띠리빠바밥.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른 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세상으로 더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많은 이들의 일상은 그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한국어)
은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간다.
은수가 갈 때마다 마주치는 오지랖 넓은 상조도우미 정은.
정은은 은수가 아들의 장례를 치를 때 왔던 상조도우미다.
은수는 피하려고 하지만 정은은 어느새 다가온다.
말을 걸고,
밥을 권하고,
술을 건네고 마주앉는다.
은수는 점점 정은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정은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은 반짝이는 ‘은의 혀’를 가졌다고 허랑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Synopsis
(영어)
Playwright Park Ji-seon has received critical acclaim for such works as Gothic-extra Girl and Silkworm. Her latest play, Silver Tongue, has been brought to life through extensive workshops, research, and interviews centered around the theme of ‘caregiving.’ Presented on stage under the masterful and captivating direction of Youn Hyesook, whose accolades include the Excellence Award in the Theater Category at the 1st Seoul Arts Awards and the Doosan Yeongang Arts Award, the production offers a heartfelt portrayal of characters who have been overlooked by society.
Eun-soo visits the same funeral home every season. Each time, she runs into Jeong-eun, a well-meaning but meddlesome funeral home assistant, who, in fact, helped with the funeral of Eun-soo’s late son. Despite Eun-soo’s attempts to avoid her, Jeong-eun always finds a way to approach her and sit next to her, offering conversation, food, drink, and companionship. As a result, Eun-soo becomes increasingly intrigued by Jeong-eun. Then, one day, Jeong-eun starts telling a nonsensical story, claiming that she has a glittering ‘silver tongue.’
출연
강혜련 Kang Hye-ryun
연극 <더 라스트 리턴> <덜메이드> <번아웃에 관한 농담> <모자 숨 스물다섯> <춤의 국가> <마른 대지> <오문오방: 무릉도O>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남쪽 나라로> <보팔, Bhopal(1984~ )> 외
이경민 Lee Kyung-min
연극 <활화산> <마라사드> <클로디어스왕> <반쪼가리 자작> <화로> <빌미> <장마> <심봉사> <치치코프(죽은혼)> <환향> 외
수상
2019 제16회 고마나루 향토 연극제 최우수연기상
이지현 Lee Jihyun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잘못된 성장의 사례> <20세기 블루스> <편입생> <이게 마지막이야> 외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서른, 아홉> <낭만닥터 김사부 2,3> <더 패키지> 외
영화 <드림> 외
수상
2017 제13회 하얀수건상
2012 제33회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2009 제46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이후징 Lee Hoo-jing
연극 <스카팽> 〈배심원들〉 〈관객모독〉 〈체홉선생님 미안합니다만〉 〈체홉단편선〉 〈롤로코스터〉 〈아홉 켤레 구두를 신은 열한 명의 배우들〉 〈해저2만리〉 〈매치메이커〉 <1933, 3개의 집> 외
정다연 Jeong Da-yeon
연극 <스카팽> 〈도어 투 도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광장의 안티고네〉 〈모든건 타이밍〉 〈파란풍선_아라발 3부작 - 사형수의 자전거〉 〈왕중왕〉 〈거리의 사자〉 〈함익〉 〈헨리 4세 – 왕자와 폴스타프〉 외
스태프 프로필
작가
박지선 Park Ji-sun
연극 <견고딕걸> <누에> <우리들의 희, 스토리> <달과 골짜기> <눈물은 두 눈으로 흘린다>
<신구간> <관능> <파우스트, 키스하다> <지상 최대의 쇼> 외
수상
2021 대전창작희곡상 대상
2021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
제5회 옥랑희곡상
제3회 옥랑희곡상 외
연출
윤혜숙 Youn Hye-sook
연극 <더 라스트 리턴> <정희정> <편입생> <당신을 초대합니다> <모자 숨 스물다섯> <마른 대지>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숨그네> <보팔, Bhopal(1984~ )> 외
수상
2022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정희정>
2022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22 공연 베스트7’ <편입생>
2020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선정
2020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마른대지>
2020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20 공연 베스트 7’ <마른대지>
무대 디자인
김다정 Kim Da-jung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우리별> <아리아 다 카포> <혼마라비해?> <그 개> <2센치 낮은 계단> 외
조명 디자인
성미림 Sung Milim
연극 <다정이 병인 양하여> <전기없는 마을> <헤비메탈 걸스> <슈퍼파워> <더 라스트 리턴> <타자기 치는 남자> <회수조> <정희정> <4분12초> <림보> 외
의상 디자인
김미나 Kim Mina
연극 <더 라스트 리턴> <커튼>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에게(부제:미옥 앨리스 현)> <바닷마을 다이어리> <러브 앤 인포메이션> <새빨간 스피도> <누수공사> <죽음의 집> 외
뮤지컬 <도둑맞은 새>
음악 감독
박소연 Park So-yeon
연극 <더 라스트 리턴> <시간을 칠하는 사람>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편입생> 외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태백산맥> <봄봄> 외
영화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 <청춘예찬> <그 얼굴에 햇살을> 외
수상
2017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음악staff상
음향 디자인
임서진 Lim Seo-jin
연극 <더 라스트 리턴> <빵야> <커튼>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정희정> <비밀의 화원> <편입생>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 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외
영상 디자인
강수연 Kang Soo-yeon
연극 <숨쉬듯 귀엽게> <정희정> <앨리스 인 배드> <세컨드 찬스> <당신을 초대합니다> <춤의 국가>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 외
전시 <긴긴밤 동그라미> <떠 있는 섬> 외
음향·영상 기술 감독
이현석 Lee Hyun-seok
연극 <증발자들> <통속 소설이 머 어때서?!> <거의 인간> <더 라스트 리턴> <천 개의 파랑> <할머니의 언어사전> <그리고 도둑들> <신파의 세기> <생활의 비용> 외
소품·분장 디자인
남혜연 Nam Hea-yeon
소품 <복작복작 수선리> <금조 이야기> <3인 3색 이야기 시즌3> 외
분장 <남자들> <가장 아름다운 길> <누구와 무엇> <제 4의 벽>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블루스월드> <1인 무대> <고야> 외
안무 감독
허윤경 Hur Yun-kyung
안무 <미드-필ㄷ-ㅓ(mid-field-er)> <피부와 공간의 극작술 연구: 장면 둘> <미니어처 공간 극장> 외
퍼포머·안무 <오차의 범위: 정류장들> <허우적> <다페르튜토 쿼드>
<재주는 곰이 부리고> <춤의 국가> 외
접근성 매니저
이청 Lee Cheong
접근성매니저 <인정투쟁; 예술가 편>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단델 re:ON>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 <20세기 블루스> <댄스 네이션> <세컨드 찬스> 외
출연 <건널목 교차로>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344명의 썅년들> 외
조연출
김성령 Kim Seong-ryeong
조연출 <더 라스트 리턴>
작연출 <비상-지극히 정상>
연주 기타
김정민 Kim Jung-min
창극 <나무, 물고기, 달> <소녀가>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
무용극 <주름이 많은 소녀>
연극 <20세기 건담기> <소년이 그랬다>
연주 신디사이저
이석원 Lee Seok-won
공연 <2023 파크뮤직 페스티벌> <이바다 단독 콘서트: LEEBADA> <인천문화예술회관 2023 썸머 페스티벌> <메모리in페스티벌> <은행나무길 문화콘서트> 외
작/편곡 이바다 외
세션 Kiel 외
연주 신디사이저
앙예본 Yang Ye-bon
공연 <2021 안성맞춤 드라이빙 씨어터> <2018 신촌 동주의 꿈> 외
전시 <영역의 각도展> <과대포장展>
작곡 피카소 <황혼가>, 단테 <여행길>
작품 이해 돕기 1
돌-밥, 돌-밥, 그리고 밥하는 혀를 돌아보다.
김유담 소설가
나이가 들수록 ‘밥심’이라는 말의 힘을 실감한다. 덜 먹고, 대충 끼니를 건너뛰어도 아무렇지도 않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는 밥부터 먹어야 한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모름지기 사람은 밥을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고,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인사처럼 듣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그 밥은 누가 해주는 건지, 누가 챙겨주는 밥을 잘 먹으라는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주부에게 밥 잘 챙겨 먹으라는 인사는 때로는 식구들 밥 잘 ‘챙겨 먹이라’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밖에서야 여러 권의 책을 내고, 종종 남들 앞에 서서 소설에 대해 아는 척도 하는 소설가이긴 하지만, 내 집에서 나의 가장 큰 정체성은 ‘밥 하는 여자’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해본 사람만 아는 이야기겠지만, 밥 하는 일은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밥솥에 밥만 안친다고 끝이 아니다. 밥을 맨밥으로 먹을 수야 없지 않은가. 재료를 장보고, 손질하고, 반찬과 국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의 번거로움, 거기에 설거지 등 뒷정리도 끝내야 하는 수고까지, 일일이 설명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밥상을 차려 내놓을 때마다 괜한 면구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밥 하는 이’의 일상이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물론 나는 이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부엌에 서서 요리를 해놓고도 ‘차린 게 없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밥 하는 일은 늘 대단하지 않게 여겨졌고, 아무리 근사한 밥상을 차려내도 타박받기 쉬운 일이다. 그러고 나서 돌아서면 다시 밥 때이다. 돌-밥, 돌-밥, 매일매일 쳇바퀴가 돌아가듯 해내야 하는 일,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라서 밥을 내어주는 사람의 수고는 아주 쉽게 지워지곤 했다.
한국 사회에서 ‘밥 하는 아줌마’의 노동 가치는 집안은 물론 집 밖에서도 쉽사리 폄하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밥.꽃.양.>으로 호명됐던 여성노동자들이다. 200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밥.꽃.양.>은 1998년 여름, 현대자동차 노조원이던 식당 아줌마들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기록한 영화이다. 식당 아줌마들은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투쟁의 꽃'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나서지만,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전원 정리해고 됐다. IMF 직후 노동 유연화의 센 바람이 불면서 직원 중 누군가는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고, 현대차 노조는 식당 아줌마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수용했다. 밥 하는 여성들의 노동은 아주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치부되어 버린 것이다. <밥.꽃.양.>의 ‘밥’은 밥 하는 사람을, ‘꽃’은 투쟁의 꽃, ‘양’은 희생양을 뜻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밥을 하던 아줌마들, 투쟁의 선봉에 섰던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희생양으로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누군가는 시장 논리를 들먹여 숙련공보다 밥 하는 아줌마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시장의 논리는 대체 누가 결정하는 것인가. 밥 하는 이의 노고를 가벼이 여기는 마음은 결국 사람을, 노동력을 쉽사리 대체할 수 있는 풍조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 비정규직으로 쫓겨났고, 그다음은 ‘공장 생산 라인’ 밖 하청 업체의 노동자들이, 그다음에는 생산직 남성 노동자들이, 그다음에는 사무 판매직이 차례로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됐다.
<은의 혀>에 등장하는 모녀 삼대는 밥을 내주고 밥을 맛보는 여성들이다. 역사적 현장에서 죽어간 남성들은 공식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그 자리 뒤편에서 밥을 지은 여성들의 존재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이 연극은 지워진 여성들의 존재에 주목한다. 조선의 마지막 왕, 그리고 근대화를 주도했던 한 독재자의 죽음의 현장에 동원된 음식들, 그리고 그 음식을 준비했던 여성들의 손길과 혀를 무대 위로 소환한다.
‘은의 혀’를 물려받은 주인공 정은의 삶 또한 기구하다. 급식소에서 밥 하는 일에 오래 종사하다 폐암에 걸렸고, 암에 걸린 상태에서도 장례식장에서 밥상 차리는 일을 계속해왔다. 매일 급식소로 출근한 정은의 밥 짓는 노동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데 바탕이 됐고, 장례식장에서 정은이 내준 밥상은 아들을 잃은 예준 엄마, 은수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줬다. 하지만 정은의 노고는 쉽사리 인정되지 않는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검진 결과 10명 중 3명이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산재 인정 유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은이 밥을 짓고, 밥을 내놓으며 대단한 보상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했을 따름이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껴왔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는 일은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었기에, 밥과 사람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정은은 밥 짓는 노동력을 상실한, 환자가 되어있을 따름이고 그녀의 자리는 아주 손쉽게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은의 혀>는 외치고 있다. 정은의 자리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거나 잊혀서는 안 된다고.
이 연극을 20년도 훨씬 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밥.꽃.양.>과 함께 보면 더 좋겠다. 우리 모두 밥과 끼니는 중시하면서 밥 하는 사람, 밥 주는 사람의 노고를 인정하는 일에는 인색한 건 아니었을까, 우리를 자라게 하고 피를 돌게 한 따뜻한 밥상의 과거를 <은의 혀>를 통해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작품 이해 돕기 2
작가님, 질문 있습니다!
<은의 혀> 제작 과정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는 박지선 작가님이 품고 계셨던 생각들을 헤아리는 것이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묻고 답하기의 방식을 통해 박지선 작가의 <은의 혀>라는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을 관객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윤혜숙 연출 (이하 ‘윤’)
박지선 작가 (이하 ‘박’)
윤: 은수의 아들 “최예준”은 한자로 어떻게 쓰나요?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박: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카로운 질문인데요.
예준의 이름은 한자로 '睿晙. 슬기 예, 밝을 준'이라고 씁니다.
슬기롭고 밝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윤: 월선이 밴드에서 담당하고 있는 악기 혹은 역할은 무엇일까요?
박: 악기는 기타고, 밴드 내 역할은 보컬 겸 기타리스트입니다.
윤: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된 음악 중 가장 작가님의 취향과 잘 맞는 곡은 무엇인가요?
박: (수줍게) 사실 다 제 취향…… 인데요.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말하라면 외증조할머니 이야기 때 나오는 음악입니다.
하루는 진지한 장면을 쓰느라 어둡게 앉아 있는데 이 음악을 듣고는 그만…….
윤: 대본을 보시면서 (아무도 안 웃는데) 혼자 킥킥대는 장면 혹은 대사가 있나요?
박: 정은이 은수가 눈에 밟혀서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기지 못할 적막 속에 혼자 구시렁구시렁하는 장면요.
대사로는 외증조할머니의 대사 “이, 그랴. 니가 잡숫고 뒈**.”
“듣기 싫으면 나가서 환불 받는겨.”
갑자기 이 모든 게 연극이라는 게 느껴져요.
윤: <은의 혀> 스핀 오프가 나온다면 가장 유력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박: 연습을 보며 ‘땡초’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공연을 보시면 느낌 아실 거예요.
희곡집에선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
궁금하시면 렛츠 직관!
작품 이해 돕기 3
가슴에서 목을 타고 혀를 통해 목소리로,
희곡에서 프로덕션을 타고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로.
혀를 굴려 비로소 퍼올려지는 마음속 이야기들처럼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 고여 있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성: 컴퍼니매니저 박지현, 조연출 김성령
- 퍼올리기 : 돌봄의 순간들
- 퍼올리기 : 돌봄의 순간들
나는, 난 은.
난 은, 나는.
마음속 한 칸 한 칸을 채우는 문장들이 있다는 건,
돌봄이 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우리 또한 ‘은’이었다는 것.
□ 나는 비가 올 때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준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의 빈속을 지나치지 못한 적이 있다.
□ 나는 낯익은 타인에게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에게 오지랖을 부린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의 입에 음식을 넣어준 경험이 있다.
□ 나는 밤새 누군가의 곁을 지켜준 경험이 있다.
□ 나는 다른 사람이 해 준 밥을 먹은 적이 있다.
□ 나는 나뿐만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 나는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를 위해 먼저 음식을 맛본 적이 있다.
□ 나는 다른 사람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 이뤄 준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가 계속 울 수 있도록 울음소리를 모른 척해 준 적이 있다.
□ 나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음악을 들려준 적이 있다.
□ 나는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비밀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다.
□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묻는 연락을 받아본 적 있다.
□ 나는 누군가를 위해 울어본 적이 있다.
- 퍼올리기 : 돌봄의 공간들
* 장례식장
‘정은과 은수가 처음 만난 장례식장 303호 조문객실.’
죽음의 경계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은과 은수는 이곳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돌보는, 폐 끼치는 사이가 됩니다.
정은은 은수에게 육개장 한술을 챙겨주는 것으로, 은수는 정은의 입에 쌀 반합을 넣어주는 것으로 서로를 돌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한 술을 뜨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보살핌의 가장 오롯한 형태일 수도 있겠습니다.
* 급식실
‘살자고 밥을 먹는 급식실, 사람이 갈려나가는 조리실’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공간, 그러나 그 밥을 만드는 조리실 안에서는 급식실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내가 빠지면 동료가 더 힘들어요.”
정은과 월선은 급식실 언니들과 연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400명의 아이들의 밥을 만드는 열 명 남짓한 조리실 노동자들, 각종 연기와 뜨거운 대형 솥, 화재와 화상 등 갖가지 위험이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정은과 월선의 치열한 노동 현장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들이 눈물로 땀으로 외치며 함께 다독여 가는 모습을 봅니다.
* 간호 간병 병동
‘모두가 공평하게 민폐를 끼치는 밤이 있는 곳, 간호 간병 병동.’
박지선 작가님은 정은과 은수 두 명뿐만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이 만나는 월선, 재범, 준철, 트란, 그리고 정은처럼 병실에서 기나긴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주목하였습니다.
병실 안, 병실 침대와 간이침대가 구명정과 난파선처럼 널려 있듯 그곳에 머무는 타인과 타인이 만나 커지는 동심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돌봄'을 담아내었습니다.
접근성 매니저의 글
서로의 세상에 기꺼이 침투하기
접근성 매니저 이청
“이 극에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목소리가 있다”
작가님이 대본 첫 페이지에 적어두신 문장입니다. 희곡을 처음 읽고 제일 반가웠던 건 이 목소리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창작 초연이다 보니 연출부에게도 무리 또는 부담이 되지 않는 접근성 미학을 찾고 싶었습니다. 흥미롭게 쓰여진 내레이션 대사들과 노래들로 자연스레 음성해설의 역할을 발견하고 획득할 수 있었고 이를 객석 너머로 확장해 내야겠다는 고민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그리고 첫 리딩의 순간부터 무대 위에 떠다닐 활자들을 상상하는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배우들, 사운드, 목소리와 함께 무대 위를 신나게 누빌 자막 해설에 이 이야기를, 이 매력을, 이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매일 조금씩 시도하고 가꿨습니다.
(이미지: 터치투어 무대 모형 도면)
터치투어 무대 모형 제작_이정아
“본 무대 모형은 보는 용도보다 만지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도면을 참고하되 터치 투어(무대 모형을 직접 만지면서 상상하는 감각 경험)를 고려하여 실제 스케일과 상이할지라도 만져보기에 너무 작지 않게 제작되었으면 합니다.”
무대 모형 제작을 의뢰하며 전달드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종류의 터치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접근성 매니저와 함께 실제 무대를 걷고 만지는 3회차의 터치 투어 외에도 언제든지, 누구든지 이 공연장에 오면 이 작품을 다른 감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전 회차 접근성 테이블(무대 모형, 의상, 소품, 음성소개)을 운영합니다.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 이해합니다. 관객분들께서 접근성 테이블을 지나 객석 입구로 들어가면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또는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과 닿게 될까’ 기대해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접근성 매니저라는 역할로 존재하다 보면 무용한 생각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기가 찾아오곤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가끔씩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귀찮거나 불편하지는 않은가 싶어 구석진 곳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금세 페퍼 X 육개장 한 입 한 듯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고치지만요.) 아무튼 결국 이 모든 생각의 시작과 끝은, 우리 작품을 만나러 올 관객들이 그저 관객이라는 이유 하나로 극장에서 무한히 환대 받고 환영받기를 바란다는 것뿐입니다. 이 당연함을 이런저런 논거를 들어 설득하지 않아도, 모두가 보다 더 크게 품을 넓혀 환영할 고민만 하는 환경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통해 당연한 환경을 만들어나갈 매콤하고 우아한 용기를 또 한 번 채웁니다.
이번에도 역시 많이 덜컹거렸고 매끈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창작진들과 곧 만날 관객을 기다리며 두근거림을 나누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드디어 관객을 만나는 지금, 우리 서로의 세상에 기꺼이 침투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보살피다가 혹시 서로에게 조금 미안한 순간이 오면 미안하면 되니까요. 미안, 해요. 렛츠 미안.
모든 순간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당연한 태도로 함께 헤엄친 동료들과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습 스케치
(이미지: 연습 사진)
만드는 사람들
출연
강혜련 이경민 이지현 이후징 정다연
스태프
작 박지선
연출 윤혜숙
무대 김다정
조명 성미림
의상 김미나
음악감독 박소연
음향 임서진
영상 강수연
음향·영상 기술감독 이현석
소품·분장 남혜연
안무감독 허윤경
접근성매니저 이청
연주 기타 김정민
연주 신디사이저 이석원 양예본
조연출 김성령
무대기술 총괄 음창인
무대감독 김태연
무대제작감독 홍영진
조명감독·오퍼레이터 김지산
음향감독·오퍼레이터 장도희
의상감독·진행 박은주
무대진행 김민주
영상오퍼레이터 박상준
분장진행 남혜연
무대제작 쇼먼트 주식회사_대표 김나리
무대제작팀 김상덕 고현종 김진성 박기덕 박정흠 장재우
소품제작 저기어디_대표 남혜연
소품제작팀 황효덕
의상제작 코스튬스토리_대표 김미나
의상 어시스던트 백송이
조명프로그래머 곽태준
조명팀 이한별, 이상혁, 김서라, 정찬영, 김은빈, 손태민
조명임차 세븐컨트롤_대표 김재원
음향팀 박상준, 김학준, 김기태, 권영진
음향임차 아호주 컴퍼니
영상임차 ㈜엠투비쥬얼_대표 김순태
영상쇼케이스 제작 ㈜제이앤엠디스플레이_대표 조현
한글자막해설 제작·터치투어 문화예술접근성플랫폼 안녕_대표 이청
무대모형제작 스튜디오 플랜 잇_대표 이정아
한글자막해설 운용 정혜민
이동지원안내원 성다인 박하늘
홍보·마케팅 총괄 박보영
홍보 박선영
마케팅 정진영
온라인마케팅 노소연
후원 이현아
청년인턴 김유경
티켓 손주형
매표안내원 강민주 김인혜 문예은 이현우 홍유연
홍보사진 만나 사진작업실_대표 김신중
연습·공연사진 이강물
티저영상 스튜디오에이엠_대표 최강희
홍보영상 스튜디오 암사자_대표 홍서연
하이라이트 영상 602스튜디오_대표 김영준
메인디자인 인볼드_대표 박기현
응용디자인 파킹페이지_대표 박채현
옥외광고 제이에스케이상사_대표 김수하
홍보물 인쇄 인타임플러스_대표 김종민
프로그램북 디자인 스튜디오 다솔_대표 이다솔
프로그램북 인쇄 미림아트_대표 신동복
기록영상제작 삼인칭시점
하우스매니저 김수현
하우스안내원 김지수 고계령 김연정 한세린 노정균 신정훈 이선우 이성준 이세희 김지윤 송광호 박진서 정우인 홍조은
[창작공감: 작가] 운영위원 전영지
작품개발 총괄 정용성
작품개발 프로듀서 이슬예
기획·제작 총괄 이시영
프로듀서 김주빈
제작진행 박지현
제작 (재)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
사무국장 정광호
그리고, 송안정님 및 국립극단 후원이 함께 합니다.
재단법인 국립극단
(재)국립극단 이사회
곽정환 이사장 코웰 회장
박정희 이사 (재)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길해연 이사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이재경 이사 건국대학교 교수, 변호사
이종열 이사 기획자, 연극배우
임대일 이사 (사)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김은희 이사 연극배우
이단비 이사 공연 전문 통번역가, 드라마투르그
심재민 이사 가천대학교 교수, 연극평론가
김건표 이사 대경대학교 교수, 연극평론가
신은향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박인건 이사 국립중앙극장장
이영석 감사 위드회계법인 대표이사
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
사무국장
정광호
경영관리팀
신민희 팀장
현승은 정병옥 박지민 박예원 이민희 송한유 김민주 최신화 이다미
민지혜 청년인턴
공연기획팀
이시영 팀장
김효선 김나래 김윤형 김정연 김수현 박성연 김주빈 정윤경
홍보마케팅팀
박보영 팀장
이현아 김보배 이송이 이정현 임수빈 임윤희 조영채
박선영 노소연 정진영 손주형 이지윤 임수경 최소연
김유경 청년인턴
무대기술팀
음창인 팀장
김용주 홍영진 박지수 류선영 이병석 나혜민
박정현 김정빈 김태연 경은주 이승수 김지산 장도희 윤성희
이혜린 청년인턴
작품개발팀
정용성 팀장
박지혜 이슬예 정준원
김서현 청년인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김성제 소장
김미선 손준형 이유미 이정민
이하영 청년인턴
2024 시즌단원
강민지 강현우 구도균 안창현 유재연 윤성원 이경민 이다혜 이상은 이승헌 이후징 정다연 조승연 최하윤 허이레 홍선우
표지
THE NATIONAL THEATER COMPANY OF KOREA
그녀는 파이터였어
(이미지: 국립극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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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에서는 공연과 관련된 강연,
예술가와의 대화, 50분 토론 등의
연극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극단은 공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더욱 많은 관객 분들과 나누고자 홈페이지에서 공연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1일 이후) 공연 프로그램 다운로드 공연 포스터 다운로드
[언론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