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023)
2023.11.30 ~
2023.12.25
※ <예술가와의 대화> 12.10.(일) 공연 종료 후, 객석
- 참석: 각색·연출 고선웅, 배우 장두이, 하성광
- 사회: 배선애 연극평론가
* 참석자는 변경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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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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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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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
평일 19시 30분|토·일 15시 (화 공연없음)
※ 12.25.(월) 15시
※ 배리어프리 회차: 12.15.(금)-12.17.(일) / 음성해설,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
입장권
R석 6만원, S석 4만 5천원, A석 3만원, 다락석(시야제한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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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시간
150분(인터미션 포함) * 변동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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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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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연령
13세 이상 관람가(2010년 12월 31일 출생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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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중문자막 매주 목요일
영문자막 매주 일요일(12.17.(일) 회차 제외)
한글자막 매주 월요일, 금요일, 배리어프리 3회(12.15.(금)-12.17.(일))
English subtitles will be provided on Sundays. (12.17.(Sun) No subtitles) -
원작
기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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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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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오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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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고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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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하성광 장두이 정진각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이지현 유병훈 장재호 호 산 강득종 김명기 김도완 전유경 우정원 이형훈 박승화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연출상·연기상·시청각디자인상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연출상·연기상
2015 올해의 연극 베스트3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15 올해의 공연 베스트7
월간 한국연극 선정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2015년 초연으로 시작해 다섯 시즌 동안 수차례의 매진과 기립 신화를 기록하며 ‘믿고 보는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올해는 명동예술극장 공연 100회를 맞아, 장엄한 서사를 풀어내는 연출가 고선웅 특유의 재치와 리듬감에, 지금껏 무대를 장식한 기존 출연진과 새로이 합류하는 얼굴들로 2023년의 연말을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장식한다. ‘연극계가 거둬 낸 수확’으로 자타공인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더욱 끈끈해진 창작진의 호흡과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로 깊은 울림을 이어간다.
중국 극장에서, 중국 이야기를 가지고, 중국 관객을 정복했다!
- 양션(杨申), 중국 극작가&연출가
2016년 10월, 원작자 기군상의 나라, 중국 북경 국가화극원 대극장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무대에 올라 중국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긴장감에 숨죽이던 1,300여 명의 관객은 막이 내리는 순간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내며 또 다른 고전으로의 탄생을 축하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이 한국의 연출가와 배우를 만나 새로이 해석되었다는 평가 속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감동은 13억 중국을 넘어 2023년에도 이어진다.
SYNOPSIS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는 권력에 눈이 멀어 조씨 가문의 멸족을 자행한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던 시골의사 정영은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과 아내의 목숨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다. 조씨고아를 아들로 삼아 정발로 키우고 이를 알아채지 못한 도안고는 긴 세월 동안 정영을 자신의 편이라 믿고 정발을 양아들로 삼는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정발이 장성하자 정영은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하는데...
만드는 사람들
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
번역·드라마투르기 오수경
무대 이태섭
조명 류백희
의상 이윤정 최인숙
음악 김태규
분장 이동민
소품 김혜지
움직임 고재경
출연
하성광_정영 役
장두이_도안고 役
정진각_공손저구 役
이영석_영공 役
유순웅_조순 役
조연호_제미명 役 외
이지현_정영의 처 役
유병훈_도안고의 부사 役 외
장재호_서예 役 외
호 산_한궐 役
강득종_영첩 役
김명기_신오 役 외
김도완_조삭 役
전유경_묵자 役
우정원_공주 役
이형훈_조씨고아(더블캐스팅) 役
박승화_조씨고아(더블캐스팅) 役
할인 및 혜택
더블캐스팅 일정
조씨고아 役은 이형훈 배우와 박승화 배우가 교차로 출연합니다. 예매 및 관람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원작 기군상 記君祥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구두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조씨고아』를 잡극 형태로 엮어낸 중국 원나라 시기의 작가. 잡극 6종을 남겼다고는 하나 『조씨고아』 외에 온전히 전해진 것은 없다. 『조씨고아』는 천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 희곡 중에서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비극”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늘날까지도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며 다양하게 변주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각색·연출 고선웅
2005년 극공작소 마방진을 창단한 후 <회란기><리어외전><칼로막베스><홍도><푸르른 날에><강철왕><락희맨쇼> 등을 쓰고 다듬고 연출하며 연극계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아리랑><광주>, 창극 <귀토><변강쇠 점 찍고 옹녀><흥보씨>, 오페라 <1945><멕베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관객이 믿고 보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15년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국내 주요 연극상을 석권하였다. 고선웅 특유의 굵직한 서사가 관객을 무대로 이끌고, 특유의 재치와 유머는 객석과 우리의 삶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요작품
[연극]
〈카르멘〉〈겟팅아웃〉〈회란기〉〈나는 광주에 없었다〉〈리어외전〉〈낙타상자〉〈라빠르트망〉〈홍도〉〈산허구리〉〈한국인의 초상〉〈칼로막베스〉〈푸르른 날에〉 외 다수
[창극]
〈귀토〉〈변강쇠 점 찍고 옹녀〉〈흥보씨〉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광주〉〈아리랑〉〈히드클리프〉 외
[오페라]
〈1945〉〈맥베스〉
주요수상
2021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연극 부문
2019 제29회 이해랑연극상
2015 제5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2015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2015 제5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2015 제1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올해의 연출가상
2014 제8회 차범석 희곡상
할인권종명 |
할인율 |
대상 및 증빙 |
다음 할인은 국립극단 홈페이지 및 콜센터 1644-2003에서 모두 예매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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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회원 |
40% |
1인 4매 한 • 유료회원 우선예매: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콜센터에서 가능 |
대학생 및 청소년 |
40% |
대학생: 현재 대학교 재학 중인 본인만 • 2019 이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학생증 지참 필 • 2018 이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관람일 기준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재학증명서(학사정보시스템 대체 가능)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대학원생 적용 불가
청소년: 24세 이하 본인만 (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나지 않은 1998년 이후 출생자)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수능생 |
40%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표 소지자 본인 포함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수험표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푸른티켓 (24세 이하) |
1만 5천원 (S석 한정) |
24세 이하 본인만 (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나지 않은 1998년 이후 출생자)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푸른티켓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판매수량 한정, 푸른티켓 마감 후 예매 변경 시 적용 불가 |
초반회차 |
30% |
11.30.(목)~12.4.(월) 회차에 한함 • 11.2.(목)까지 예매 가능 |
재관람 |
20% |
2015, 2017, 2018, 2020, 2021, 2023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명동예술극장 공연 유료티켓 소지자 본인 포함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실물 유료티켓 지참 필, 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명동예술극장 공연에 한함 • 유료티켓 실물 확인 후 티켓에 도장 날인 / 도장 날인 이후 재사용 불가 ※ 예매내역 및 예매문자, 캡처 화면으로 증빙 불가 |
문화릴레이티켓 |
20% |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참여기관에서 2022년 1월 이후 실물 유료 티켓, 문화포털-오늘의 공연 인증 혹은 예매내역 지참 필(온라인 공연 및 전시는 제외) * 참여기관은 하단 상세내역 참조 |
국립극단연극인회원 |
50% |
본인만(공연별 1회에 한함)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연극인회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문화누리카드소지자 |
50% |
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문화누리카드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북클럽문학동네회원 |
30%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실물)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예술인패스소지자 |
30% |
예술인패스 소지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유효기간 만료 전 예술인패스(실물 또는 모바일)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예술인패스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장애인 |
50% |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복지카드 지참 필 * 휠체어석 예매는 국립극단 콜센터 1644-2003 통해서만 가능 |
경로 (65세 이상) |
50% |
65세 이상 본인만 (공연 관람일 기준 생일 지난 1958년 이전 출생자)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경로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임산부 |
20% |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아이사랑 카드, 산모수첩과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임산부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다음 할인은 국립극단 콜센터 1644-2003을 통해서만 예매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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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보상대상자 |
50% |
국가유공자증 및 국가유공자 유족증 소지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국가유공자증 및 국가유공자 유족증 지참 필 • 국가유공자증, 국가유족자 유족증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50% |
보훈보상대상자증 및 국가보훈등록증 소지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보훈보상대상자증 및 국가보훈등록증 지참 필 • 보훈보상대상자증 및 국가보훈등록증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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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카드소지자 |
20% |
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다자녀카드 지참 필 ※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한 다자녀카드 소지자에 한함 |
단체 |
40% |
20인 이상 동일 회차 관람 시 적용(부분 취소 불가) |
• 관람 당일 신분증 및 각 할인 증빙자료(유료 티켓, 학생증, 신분증 등)를 반드시 지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증빙자료를 지참하지 않을 시 정가 기준 차액을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본인만 관람 가능한 할인권종 선택 시 신분증 성함과 예매자 성함이 불일치하는 경우 정가 기준 차액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관람 당일 할인권종 변경은 불가하며 예매 시 선택한 할인에 해당되는 증빙 지참 시에만 차액 지불 없이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할인율이 동일하더라도 변경 불가)
• 모든 할인은 중복 적용이 되지 않으며(1인 다수 할인 적용 불가 포함), 티켓 대리 수령 및 양도는 불가합니다.
○ 문화릴레이 참여기관
경기아트센터, 국립국악원, 국립극단, 국립극장,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정동극장,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성남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안산문화재단, 예술의전당, 통영국제음악재단, 한국문화재재단
표지 앞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국립극단 문자 프로그램북은 일부 공연에 한해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점진적으로 대상 공연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국립극단에서는 공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많은 관객분들과 나누고자 프로그램북 파일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북은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한글파일로, 인쇄된 프로그램북 내에 삽입된 이미지에 대한 설명과 원고가 텍스트로 담겨있습니다. 프로그램북을 통해 연극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립극단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서비스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그램북에 게재된 모든 원고, 사진 및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국립극단 및 해당 저자의 소유로 저작자의 허가 없이는 재사용(복제, 재인용 및 개인 SNS와 웹사이트 게시 등)이 불가합니다. 비영리 및 학술적 용도로 복제, 재인용을 원하시는 경우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락처: perf@ntck.or.kr
(이미지 : 국립극단 로고)
앞표지 내지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원작 기군상
번역∙드라마투르기 오수경
각색∙연출 고선웅
목차
일정 2023년 11월 30일(목) - 12월 25일(월)
장소 명동예술극장
제작 (재)국립극단
(이미지 : 공연 포스터)
02 작품 이해돕기 - 원잡극 『조씨고아』와 한국판 재창작의 쾌거 ∙ 오수경
06 연출가 인터뷰 - 정영의 복수는 어떻게 작품이 되었는가 ∙ 남궁경
10 줄거리
12 출연진
22 스태프 프로필
23 만드는 사람들
24 공연 리뷰 1 - ‘꼭두각시의 무대’ 위에 펄쳐낸 충의와 복수의 허망함 ∙ 김성희
28 공연 리뷰 2 - 탁월한 각색 속에 드러나는 정의, 복수, 원죄 ∙ 뤼샤오핑
34 공연연보
35 추모의 글
36 연습 스케치
38 (재) 국립극단
작품 이해돕기
원잡극 『조씨고아』와 한국판 재창작의 쾌거
오수경〈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번역·드라마투르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중국에서는 약 천 년 전 송나라 때부터 이미 장편 희곡이 나와 도시 극장과 시골 무대에서 공연되었다.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전통 무대가 서 있었고, 없으면 임시 무대라도 가설해서 명절과 경조사에는 어김없이 연극을 공연했다. 지금도 지역마다 자기들의 사투리와 가락으로 노래하는 전통극이 있어서 그 종류가 거의 삼백 종을 헤아린다. 중국에서 전통극이 얼마나 유행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특별히 관한경關漢卿(1219-1301)의 『두아원竇娥寃』과 기군상紀君祥(13세기 중후반 생몰 추정)의 『조씨고아趙氏孤兒』가 손꼽힌다. 20세기 초 중국 최고의 학자인 왕국유王國維 선생이 세계적인 비극들 가운데 내놓아도 손색없는 비극이라고 극찬한 데서 비롯되었다.
대부분의 중국 희곡이 해피엔딩의 사랑 이야기였기 때문에, 서구 연극 개념을 접하면서 중국에도 엄숙한 비극이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특히 『조씨고아』는 명나라와 청나라 대를 거치며 끊임없이 공연되어 왔을 뿐 아니라, 가장 먼저 해외에 소개되어 18세기 유럽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극단 제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2015년 11월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되어, 그해 최고의 연극으로 꼽히며 동아연극상 대상, 연출상, 연기상 등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또, 2016년 10월 28-29일 중국의 수도 북경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공연하여 북경의 관중을 매료시켰다. 고막이 터질 듯한 수차례의 기립 박수는 물론, 공연 후 며칠간 북경의 인터넷과 신문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원작의 고향에서 확실하게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 공연은 중국 고전 희곡을 우리 손으로 동시대 무대로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중국의 현대극 수용 역사는 우리와 비슷하여 그리 길지 않지만, 중국의 고전 희곡은 수적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천 년에 걸쳐 쌓인 극작법의 노하우도 엄청나다. 또한 정서적으로도 우리와 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등 서양의 고전들이 끊임없이 우리 현대극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에 비하면, 동양의 고전은 한 손으로 꼽기도 부족하다. 같은 복수를 다룬 비극이라 해도 가까운 나라의 『조씨고아』가 먼 나라의 『햄릿』보다 훨씬 더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이 공연을 통해 중국 고전 희곡이 지닌 서사의 힘과 우리 예술인들이 동시대적 감성으로 완벽하게 재창작해낸 한국판 『조씨고아』를 만나기 바란다.
(이미지 : 공연 사진)
원 잡극 『조씨고아』
『조씨고아』는 기군상의 원 잡극본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씨고아의 이야기가 원 잡극으로만 전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의 이야기 전승은 주로 구두로 이루어지므로 텍스트가 전하지 않아 지금 그 자세한 양상을 알 수 없으나, 많은 이야기본과 연극본이 있었을 것이다. 원 잡극이 유행할 당시 남방에는 남희라고 하는 장편희곡이 유행하여 『조씨고아보원기趙氏孤兒報寃記』라는 제목이 전한다. 이 남희본과 잡극본을 함께 수렴한 원대의 장편 남희 『조씨고아』가 전한다. 그 후에도 『조씨고아』는 경극, 천극, 진강, 상극, 한극, 월극, 예극, 고강 등 여러 지방희에서 중요한 레퍼토리로 공연되고 왔고, 그 핵심부분인 『고아 수색과 구출搜孤救孤』 대목은 20세기 초 경극 명배우들도 다투어 녹음을 남긴 인기 레퍼토리였다. 최근에도 연극과 영화, TV드라마로 계속 리메이크 되고 있다.
『조씨고아』의 작가
기군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원 초기 작가로 대도(지금의 북경) 사람이며, 잡극을 6종 남겼다고 하나 『조씨고아』 외에는 온전히 전해진 것이 없다. 이처럼 원대의 작가들은 대부분이 무명작가들이고 혹 이름을 알 수 있다 해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문인은 별로 없다. 몽고족이 중국을 정복하고 다스렸던 원대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에 기인한다. 이미 송대부터 중국에는 연극 장르가 크게 발달하여, 도성에는 롯데월드 같은 종합오락 시설이 여러 곳 있었고, 그 규모도 컸다. 그 안에서는 각종 연희가 공연되었고 사람들은 돈을 내고 구경하였다. 원 제국은 농경 중심의 중국에 유목적 사회 시스템을 접목시켜 상업이 더욱 발달했고 사회의 유동성이 커져, 대도시나 무역항 등을 중심으로 연예가 크게 발달하였다. 중원까지 통치 범위를 확대시킨 원나라의 몽고인, 색목인 상인과 관리들에게 다른 중국 문학보다는 듣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연극 장르가 더 선호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편으로 원대에는 약 80년간 과거제도가 폐지되어, 송대까지 크게 확대되어 온 과거시험을 통한 입신양명의 길이 닫혀 버렸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다가 일시에 출로가 막혀 버린 많은 선비들이 생계를 위해 글방 선생이 되거나 관가의 아전이 되거나 아니면 아예 시중 연예물의 작가로 나섰다. 이들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작가들이 민간 연예 창작에 참여하면서 문학성이 뛰어난 희곡이 오게 되었고, 원 잡극이 동시대 남방의 희문보다 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 많은 이유로 여겨진다. 이들 원대 작가들 가운데는 단순한 오락용 연예로의 희곡 창작에 그치지 않고 민족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갖고 창작에 임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 사회 문제를 제재로 삼아 시사 이슈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나 과거 문인들의 이야기를 빌어 당시 지식인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문학 속에서 보상을 구하는 작품도 나왔고, 옛 역사 소재를 취하여 은유적으로 현실을 다룬 작품도 나왔다. 『조씨고아』는 바로 이러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원작은 주연 한 사람만 노래하는 5단락으로 구성된 음악극이었는데, 우리 무대는 모든 인물이 역할을 부여 받는 2막 6장의 현대극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모든 조연이 다 개성적인 인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고, 필요에 따라 민요풍의 노래를 삽입하여 극적 효과를 높였다.
(이미지 : 공연 사진)
역사극 『조씨고아기』: 복수를 다룬 비극
『조씨고아』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선진 시대 『춘추』『좌전』『국어』『공양전』 등에 보이는 단편적인 역사 기록에서 출발하여, 사마천의 『사기』에 이르러 충신과 간신의 정치적 갈등구조로 이야기 맥락이 형성되었다. 『춘추』에는 그저 “대부 조동趙同, 조괄趙括을 죽였다”는 모반 사건으로만 압축되어 기록되어 있다. 『좌전』에서는 장희 공주가 시숙부 조영趙嬰과의 사통으로 부마 조삭趙朔과 갈등을 일으키며 조씨 집안을 반역 모의로 고발하여 풍파가 일고, 도안고가 그 기회를 타 권력을 장악하나, 이후 한궐韓厥의 상주로 조씨고아 조무趙武의 복권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미 조순趙盾을 돕는 서예鉏麑, 제미명提彌明, 영첩靈輒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사마천의 『사기』「조세가」에 이르면, 『좌전』에 진晉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던 부분을 조씨 집안에 초점을 맞추어 조순과 도안고屠岸賈의 충신과 간신의 갈등으로 재구성하면서, 여러 충직한 이들의 희생으로 조씨 집안의 맥을 잇게 되는 역사 서사물의 틀이 확립되었다. 이후 이 역사적 사건은 조씨고아를 둘러싼 극적인 이야기로 전승되면서, 다양한 작품으로 창작되었다.
원 잡극에서는 복수를 완수하여 도안고의 일족 삼백 명을 참하는 대단원으로 막을 내린다. 고선웅 연출은 여기에 더욱 강력한 풍자로 절대 권력을 개입시켰다. 사건의 발단 부분에서 도안고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깔고 앉았던 영공이 극의 파국에서는 역시 권력의 안목에서 도안고 일족을 제거하는 것으로, 그 절대 권력의 폭력성을 풍자하였다. 어쨌거나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피비린내 나는 보복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말이다. 고선웅 연출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정영에게 다가온 복수 후의 허탈감을 통해 과연 이러한 복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되묻는다. 먼저 간 영혼들, 심지어 아내까지도 복수의 일념으로 몸과 마음 모두가 망가져버린 그의 인생에 대해 보상하거나 위로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고선웅의 각색은 기군상의 『조씨고아』를 매우 현대적인 해석으로, 그러나 지극히 보편적인 인성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우리를 전율하게 만든다. 거기에 작가 고선웅의 각색으로 더해진 정영 부부의 아기 희생 장면은 거대 서사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로 느끼게 한 인성의 드라마로, 서울과 북경을 막론하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조씨고아』의 해외전파
『조씨고아』는 유럽에 소개된 최초의 중국 희곡이다.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번역된 이후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여러 국가에서 번안 및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시대 말에 희곡이 아닌 소설로 조씨고아 이야기가 수용되었는데, 한문 소설 『조무전趙武傳』과 한글 소설 『보심록報心錄』, 『명사십리明沙十里』 등이 보고되어 있다. 『조무전』은 명대 소설인 『동주열국지』 57회, 59회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조씨 세가의 이야기를 기초로 한 한문 소설이다.
조삭을 주인공으로 삼아 조순이 아닌 조삭과 도안고의 대립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본래 이야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삭의 충심과 장희 공주의 현덕을 찬양하고, 마지막에 조무가 부모를 추모하며 삼년상을 받드는 것이 강조되어 있어, 성리학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도덕과 예법이 더욱 강조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한글 소설인 『보심록』에서는 조씨고아 이야기의 기본 틀을 채용하되 등장인물을 양세충, 증문효, 화의삼 등으로 바꾸었다. 중국희곡을 수용할 때 공연용 희곡 문학이 없던 조선에서는 대개 소설로 수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국 희곡 가운데 이렇게 장구한 시간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수용된 것은 『조씨고아』가 유일할 것이다. 『서상기』와 『모란정』과 같은 사랑 이야기도 널리 전파되었지만, 처연한 복수의 모티브를 다룬 역사극 『조씨고아』는 충간과 선악의 투쟁에서 인간 고유의 덕인 신의를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에 이르기까지 더욱 보편적 정서로 접할 수 있는 레퍼토리로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비교적 원 잡극에 충실한 각색으로, 원작의 작품성을 살리는 동시에 현대적이고 한국적인 감수성으로 자연스럽게 원작이 지닌 비극적 에너지를 끌어냈다고 평가된다. 그간 우리 무대가 중국 연극과의 의미 있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늘 아쉬운 점이었는데, 고선웅 연출가는 13세기 중국 작가의 작품을 21세기 한국 무대에 완전히 우리 것으로 재창작해냄으로써, 중국 고전 희곡의 방대한 세계를 우리 무대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원 잡극 『조씨고아』에 놀이로의 연극이 지니는 에너지를 극대화한 연출로, 오히려 비극 속에서 경쾌함과 리듬감이 살아있는 독특한 한국적 미감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빈 무대와 상징적인 소도구, 진정성과 놀이성 사이를 오가는 빼어난 연기 앙상블, 그리고 극적 감성을 받쳐주는 음악의 깊은 울림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었다. 본토 북경 무대에서 울려 퍼진 박수 소리는 근래 우리 연극에 바쳐진 최대의 헌사였다. 예술은 정치 경제를 넘어 인간 내면에서 보편성으로 만나는 것임을 확인시켜주었다. 2015년 초연 도중 유명을 달리하신 공손저구 역 임홍식 배우님의 열정을 기억하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팀의 열정이 다시 한 번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달굴 것을 기대한다.
연출가 소개
(이미지 : 연출 프로필)
고선웅
각색·연출
2005년 극공작소 마방진을 창단한 후 <회란기><리어외전><칼로막베스><홍도><푸르른 날에><강철왕><락희맨쇼> 등을 쓰고 다듬고 연출하며 연극계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아리랑><광주>, 창극 <귀토><변강쇠 점 찍고 옹녀><흥보씨>, 오페라 <1945><멕베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관객이 믿고 보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15년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국내 주요 연극상을 석권하였다. 고선웅 특유의 굵직한 서사가 관객을 무대로 이끌고, 특유의 재치와 유머는 객석과 우리의 삶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요작품
[연극] 〈카르멘〉〈겟팅아웃〉〈회란기〉〈나는 광주에 없었다〉〈리어외전〉〈낙타상자〉〈라빠르트망〉〈홍도〉〈산허구리〉〈한국인의 초상〉〈칼로막베스〉〈푸르른 날에〉 외 다수
[창극] 〈귀토〉〈변강쇠 점 찍고 옹녀〉〈흥보씨〉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광주〉〈아리랑〉〈히드클리프〉 외
[오페라] 〈1945〉〈맥베스〉
수상
2021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연극 부문
2019 제29회 이해랑연극상
2015 제5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2015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2015 제5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2015 제1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올해의 연출가상
2014 제8회 차범석 희곡상
외 다수
연출가 인터뷰
※ 본 인터뷰는 2020년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영의 복수는 어떻게 작품이 되었는가
진행·정리 남궁경(자유기고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는 정영이 의리와 충성과 책임감이라는 피할 수 없는 덫에 걸려 복수극에 동참하게 되는 과정이 원작에 비해 훨씬 구체화되어 제시됩니다. 서서히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정영의 심리적 갈등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 깊숙이 응축되고요. 그 감정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관객들이 정영의 내면에 끌려들어가 도덕적 책임감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더군요. 처음부터 그것을 의도하고 각색하셨나요?
▶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삼백 명을 죽였다는 것, 복수를 위해 원수의 집에서 조씨고아를 이십 년이나 키웠다는 것 등 그 모든 내용이 충격이었어요. 저라면 원수의 집안에서 표정 관리를 못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무려 이십 년을, 정영은 그렇게 했죠. 와신상담, 대들보에 묶어놓은 쓸개를 핥으며 복수만을 위해 견딘 건데 현대 사회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이면 총이나 칼을 들어 곧장 복수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영이라는 캐릭터입니다. 뭐든지 뜸을 들이지 않고는 완성이 안 되는데, 이 정영이라는 인물은 복수를 위해 한 땀 한 땀 뜨고, 기다리고, 그렇게 진짜로 오랜 시간 뜸을 들여서 복수를 찬찬히 준비합니다, 무려 이십 년을 견뎌서. 관객이 이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 인물에 동화될 수 있는 지점들을 잘 만든다면 연극의 원형성을 드러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대는 가급적 비우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좀 더 보강하면 단순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정영의 부인이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원작에는 없던 장면을 만드셨지요. 자식의 목숨을 두고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는, 어쩌면 보는 이의 마음을 가장 아프고도 불편하게 만들 문제적인 장면으로 만드셨어요. 그런데 부인이 퇴장 전 정영에게 저주나 원망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수를 독려하는 대사를 하는 것이 상황적으로는 약간 의아했어요. 한편으로는 인물들 모두가 끝까지 감정을 지르지 않는다는 것이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인물의 감정을 절제하려는 의도가 있으셨나요?
▶ 딱히 정영 부인으로 하여금 감정을 절제시킨 것은 아니에요. 작가가 글을 ‘쓴다’고 하지만 저는 글이 ‘써진다’고 합니다. 인물이 구축되고 그 인물에 집중하면 저절로 대사와 상황이 벌어지게 되거든요. 정영의 부인은 정영에게 침도 뱉고 욕도 했지만 결국은 아이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고 절망감에 자결하게 되지요. 그 자결의 순간 정영에게 ‘당신 천벌을 받을 거야’라고 저주를 하게 되면 이야기는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어요. 반드시 복수하라고 얘기를 해야 정영이 살아서 버틸 수가 있는 거죠. 정영을 다독이는 마지막 힘은 사실 가족의 무덤이거든요. 부인과 자식이 묻혀있는 무덤의 풀을 깎으면서 복수심을 키우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요. 원작에서처럼 정영이 자식을 죽이는 일에 있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부인의 이야기가 빠져 버리면 이야기가 엉성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보강을 했습니다.
중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 〈조씨고아〉를 수십 년간 봐온, 그런 관객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야기해 주시기를 우리 작품이 원작의 비어있는 부분을 치밀하게 잘 구축해서 밀도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영의 비극은 딱히 자신의 의지로 시작된 것이 아닌데 그 의지가 타의에 의해 강해지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나의 의지인지, 타인의 의지인지 구분조차 모호해지는 것이고, 정영은 이런 아이러니에 걸려든 것이지요. 정영이 차라리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상대방이 더 적극적으로 자결 혹은 희생을 선택한다는 것이 상황적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웃지 못할 아이러니가 작품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희비극이 교차되는 아이러니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셨나요?
▶ 딱히 희비극의 아이러니를 의도했다기보다, 작품을 하다 보면 굳이 일관된 분위기로만 끌고 가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 있잖아요. 거기서 더없이 비극적인 순간 로베르토 베니니가 짓는 지극히 희극적인 표정과 몸짓을 보면 그로 인해 비극성이 더욱 깊어지죠. 관객들은 비극의 희극적 표현을 보며 웃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거기서 드러나는 역설적인 아이러니를 더 강하게 느끼죠.
선과 악, 복수의 주체와 대상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마지막에 정발(조씨고아)의 대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암시도 되는데, 도안고의 대사와 오버랩 되는 조씨고아의 “웃으세요, 웃어요”라는 대사는 그래서 약간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요. 그래서 마지막 정영의 허탈감은 목표를 이룬 다음의 허탈감 정도가 아니라 삶의 의미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끝나버리는 느낌을 줍니다. 과연 정영은 복수에 성공한 것일까요? 복수가 이토록 허무한 것이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복수를 하니 후련하다며 모두 기뻐하고 축배를 들면서 작품이 끝나면 오히려 관객이 더 공허할 수 있어요. 드라마의 엔딩이 그래서 어려워요. 정영이 복수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성공에 기뻐하는 정발과는 다르죠. 저는 인생을 공허하게 보는 허무주의적 시각이 좀 있는데 특히 복수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나를 때렸다고 똑같이 때려봤자 기분은 별로예요. 계속 오가는 복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합니다. 당한 만큼 반드시 응징하고 복수를 해야 한다고 하면 그게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까, 저는 그냥 제가 맞고 끝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복수를 해야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진짜 분노해야 하는 일들의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에는 복수를 해야겠죠.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강제 점령이나 5·18민주화운동, 제주4·3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에 있어 어떻게 한을 풀고 그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 같은. 저는 정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그 정리에 있어서 다소 애매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면 그 분노는 계속 전파가 됩니다. 가해자가 받아야 할 응분의 처분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복수심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복수의 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너무 불행한 일 같습니다.
공연에 있어 성공적인 레퍼토리 작품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데요, 모든 유명한 고전 작품들은 하나같이 어떤 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이었지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 된 것에 대한 연출님의 소감을 여쭤봐도 될까요?
▶ 매번 작품을 내놓는 것은 상당히 비생산적일 수 있어요. 완성이 안 된 것을 내놓고 단발성의 공연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미완성이거나 수정이 필요한 곳을 고치고, 그걸 단단하게 만들어 완성을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극은 공동작업이라 한 번 무대에 올려서 완성을 꾀하기가 꽤 힘이 듭니다. 연극 역시 뜸을 들이고 익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힘들게 만들어 한 번 올리고는 없애버리거나 빼버리면 생산성이 없을 수밖에요. 좋은 작품은 재공연을 끊임없이 거치며 깎이고 다듬어져 나중에야 완성이 됩니다.
또 하나, 재공연을 할 때 만들어가는 우리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는지의 여부도 중요합니다. 저는 여전히 이 작품이 재미있고, 슬픕니다. 연습실에서 매번 감동을 받아요. 매번 똑같은 장면을 보는데도 느낌이 다르고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거기에는 사람 즉 배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배우의 합이 매번 다르니 똑같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저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같은 레퍼토리가 극단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더욱 진화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깊이 감동했습니다.
재공연하면 지난번과 비교해 뭐가 달라졌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무조건 다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들이 나이도 들고 철도 더 들고 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멈춘 채로 변하지 않거나 똑같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줄거리
(한국어)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는 권력에 눈이 멀어 조씨 가문의 멸족을 자행한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던 시골 의사 정영은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과 아내의 목숨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다. 조씨고아를 아들로 삼아 정발로 키우고 이를 알아채지 못한 도안고는 긴 세월동안 정영을 자신의 편이라 믿고 정발을 양아들로 삼는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정발이 장성하자 정영은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하는데…
Synopsis
(영어)
Blinded by power, the general Tu’an Gu from Qin carries out a political purge to exterminate the Zhaos. Due to the violent hands of fate, the family’s doctor, Cheng Ying, is swept into the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He saves the Zhao orphan, grandson of Zhao Dun, and raised him as his son, Cheng Bo. Cheng Ying’s wife and child, however, are sacrificed in the process. Unaware of this, the general Tu’an Gu puts his trust in Cheng Ying and eventually adopts Cheng Bo as his son. Twenty years later, when Cheng Bo becomes old enough, Cheng Ying confesses this miserable past to Cheng Bo and asks him to take revenge on Tu’an Gu...
(이미지 : 공연 사진)
출연진
스태프 프로필
원작 – 기군상 Ji Junxiang 紀君祥
번역∙드라마투르기 – 오수경 Oh Soo-Kyung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한중연극교류협회 명예회장
저서 <송원희곡고 역주> 〈海內外中國戲劇史家自選集—吳秀卿卷> 외 다수
역서 <찻집><뇌우> <버스 정류장> <피안> <개똥영감의 열반> <천하제일루(공역)> <중국 고대극장의 역사(공역)> 외 다수
각색∙연출 – 고선웅 Koh Sun-woong
프로필_연출가 소개란 참고
무대 – 이태섭 Lee Tae-sup
연극 <갈매기> <토카타> <만선> <맥베스> <히드클리프> <갈릴레이의 생애> <오슬로> <엘렉트라> <리어왕><이영녀>
창극 <리어> <베니스의 상인> <심청가> <산불> <장화홍련>
오페라 <투란도트> <1945> <천생연분> <가면무도회>
외 다수
수상 2019 이해랑 연극상 수상
2005 제42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2005 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 최우수 무대미술상
2000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
1996 제1회 무용비평가상 특별상
1991 서울연극제 자유참가부문 무대미술상
조명 – 류백희 Ryou Back-hee
2018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개∙폐막식 조명디자인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리어외전〉〈낙타상자〉〈라빠르트망〉〈산허구리〉<곰의 아내〉<한국인의 초상〉〈로베르토 쥬코〉〈선〉 〈관객모독〉
무용 〈코뿔소〉 〈되기되기되기〉〈11분〉〈기억의 양수〉〈불쌍〉 〈빨래〉
오페라 〈1945〉〈맥베드〉〈팔스타프〉〈라트라비아타〉
창극 〈흥보씨〉<변강쇠 점 찍고 옹녀〉
외 다수
수상 2023 댄스비전 무대예술상
의상 – 이윤정 Lee Yun-jung
연극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용비어천가〉〈가지〉〈로베르토 쥬코〉〈혈맥〉 〈시련〉〈이영녀〉〈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혜경궁홍씨〉〈미스 쥴리〉〈꿈〉 외 다수
의상 – 최인숙 Choi In-Sook
제100회 전국체전 개∙폐회식 의상감독
제39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개∙폐회식 의상감독
연극 <회란기> <겟팅아웃> 〈나는 광주에 없었다〉〈리어외전〉〈낙타상자〉〈라빠르트망〉〈도시녀의 칠거지악〉
무용 <무악> <몽유도원무>〈구토〉〈꼬리언어학〉〈Talk to lgor〉〈소무〉〈Fake Diamond〉〈LOOK LOOK〉
창극 <흥보전> <흥보씨〉
뮤지컬 <광주> <백만송이의 사랑> <달을 기다리는 연인〉
외 다수
수상 2016 제23회 무용예술상 무대예술상(의상부문)
음악 – 김태규 Kim Tae-kyu
2017 Astana Expo 한국관 음악감독
삼성물산 레미안, 하우스텐보스, 후지큐 하일랜드 음악 작곡∙감독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곰의 아내〉〈한국인의 초상〉〈칼로막베스〉〈뜨거운바다〉 〈리어외전〉〈외톨이들〉〈홍도〉
무용 〈우회공간〉〈2014 community〉
뮤지컬 〈원더풀라이프〉
외 다수
분장 ― 이동민 Lee Dong-min
연극 <카르멘> <벚꽃 동산> <만선> <세인트 조앤> <갈매기>
뮤지컬 <금란방> <한여름 밤의 꿈>
창극 <산불> <별난 각시>
오페라 <마술 피리> <루치아>
외 다수
수상 2023 한국여성연극협회 제14회 울빛상 분장상
2016 Asia 美 Awards Best stage makeup artist award
소품 - 김혜지 Kim Hye-ji
[무대∙소품디자인]
연극 <누란누란> <콜라소녀> <겨울 배롱나무 꽃 피는 날> <해주미용실> <다섯 소년들> <질투> <라스트 세션>
오페라 <라보엠>
뮤지컬 <균> <언더독> <번개맨> <커피프린스1호점> <내 인생의 특종> <힐링 하트>
외 다수
[소품디자인]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테베랜드> <죽음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맥베스> <갈매기> <리어왕>
뮤지컬 <22년 2개월> <오즈> <사랑의 불시착> <모래시계> <더 테일> <젠틀맨스 가이드> <헤드윅>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산불>
외 다수
수상
2017 서울연극인대상 스태프상
2016 제52회 동아연극상 시청각디자인상
움직임 – 고재경 Ko Jae-kyung
[움직임지도]
연극 <목련 아래 디오니소스> <서일록씨의 잔혹한 하룻밤> <903호> <별> <정의의 사람들> <크라켄을 만난다면> <낭만궁궐 기담극장>
[마임(연출)] <정크, 클라운> <카툰마임쇼> <문> <잠깐만> <광장, 사람 그리고 풍경>
외 다수
수상 2018 김상열 연극상
조연출 – 홍단비 Hong Dan- Bi
[조연출]
연극 <리어외전> <열하일기-세 가지 이야기> <어쩌면> <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 <대륙시대-망묵굿> 외 다수
[작] <춘향목은 푸르다> <우투리, 가공할 만한>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각색∙연출] 음악극 <붉은머리 안>
만드는 사람들
출연
하성광 정영
장두이 도안고
정진각 공손저구
이영석 영공
유순웅 조순
조연호 제미명 외
이지현 정영의 처
유병훈 도안고의 부사 외
장재호 서예 외
호 산 한궐
강득종 영첩
김명기 신오 외
김도완 조삭
전유경 묵자
우정원 공주
이형훈 조씨고아(더블캐스트)
박승화 조씨고아(더블캐스트)
스태프
원작 기군상 紀君祥
번역·드라마투르기 오수경
각색·연출 고선웅
무대 이태섭
조명 류백희
의상 이윤정 최인숙
음악 김태규
분장 이동민
소품 김혜지
음향 음창인
움직임 고재경
무대디자인보 박은혜
조연출 홍단비
무대기술 총괄 정광호
무대감독 김정빈
무대제작감독 이승수
무대기계감독 윤성희
조명감독 류선영
조명오퍼레이터 이형우
음향감독∙오퍼레이터 음창인
의상감독 심새늘
무대진행 김영주 최성관 유성엽 이성진 김대호 어윤선
의상진행 심새늘 심나래
분장진행 노리프로덕션_대표 이동민
이수연 배효정 김다혜
조명프로그래머 백하림
조명팀 전규상 정혁진 이지우 김형준 전준우 김민지 황규진 이형진 신지수 김현
음향팀 박상준 김학준
무대제작 쇼먼트 주식회사_대표 김나리
김상덕 고현종 김진성 박기덕 양호성 박정흠 권이현 장재우
의상제작 퍼틀랜드_대표 최인숙
소품제작 인감_대표 김혜지
조명장비 임차 라이팅캠퍼스_대표 하종기
한국수어통역 수어통역협동조합
번역·통역 고경희 김수년 박지연 백성희 장진석 조연재
음성해설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
대본·낭독 서수연
한글자막감수 이청
한글자막제작·운용 김현희
영문자막제공 알리샤 김 Alyssa Kim
영문자막감수 조용경
중문자막제공 중국국가화극원
중문자막감수 오수경
영문·중문자막운용 김현희
홍보∙마케팅 총괄 박보영
홍보 박선영
마케팅 노소연 이지윤
온라인마케팅 최우영
고객관리 이현아
청년인턴 장인영
서포터즈 김유경 박하영 이소현 정희우 조윤지
메인디자인 페이퍼프레스_대표 박신우
응용디자인 스튜디오 붐빔_대표 김은총
연습∙공연사진 나승열
하이라이트 영상 602스튜디오_대표 김영준
기록영상 연두픽쳐스_대표 조윤수
옥외광고 애니애드_대표 윤소향
홍보물인쇄 인타임_대표 김종민
티켓 김보배
매표안내원 강민주 김채은 문예은 이다영
하우스매니저 김수현
하우스안내원 이지은 이신영 고찬하 한현지 김가민 김은유 이세인 김현지 배수빈 고새얀 도지혜 박세이 유승민 이재홍 김경희 김민경 남누리 윤희지 이지민 임희진 김현정 박진
이동지원안내원 김병국 김종현
프로그램북 디자인 허미경
프로그램북 인쇄 ㈜ 한림문화사_대표 손경훈
기획∙제작 총괄 김옥경
프로듀서 김윤형
제작진행 이솔
투어매니저 김현희
제작 (재)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행
사무국장 오현실
공연 리뷰 - 1
2015년 12월호 월간한국연극 공연 리뷰
‘꼭두각시의 무대’ 위에 펼쳐낸 충의와 복수의 허망함
김성희-연극평론가
운명이 상연되는 원형적 무대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고선웅 각색·연출)은 연극의 풍부한 매력과 상상력, 존재가치를 한껏 과시한 공연이었다. 일체의 장식과 장치를 배제한, 자주색 커튼이 드리워진 반원형의 텅 빈 무대는 마치 고대극장이나 인형극 무대 같은 단순하고 원형적인 형태였다. 커튼으로 에워싸인 폐쇄적 공간은 불가항력적인 운명으로부터 도피할 수 없는 인물들의 실존적 고통과 삶에서의 선택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천정에서 내려오는 몇 가지 소도구와 대사로 기능적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장소 전환, 상대방과의 대화, 관객을 향한 자기소개, 내면 독백, 노래와 춤 등이 혼효된 대사들은 많은 인물과 사건들,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검은 옷의 묵자(동양 전통극에서 무대 행동을 돕지만 관객에겐 보이지 않는 인물로 상정되는)가 검은 부채를 펴들고 암전 없이 죽은 인물의 퇴장을 돕거나 극중 인물로 역할 하는 등 폭 넓은 무대약속과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연극이 진행된다.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연극은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거나 격이 떨어지면 예술적 감흥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조그만 유보감도 없이 공연에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예술적 완성도와 흡인력을 보여주었다. 비극미와 희극성을 조화시킨 연출, 현대적 재해석,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하성광, 장두이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높은 예술성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고선웅은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서 비극적 상황의 희화화, 문어체 장광설의 몰아치기 화술연기, 과격하고 과장된 신체언어, 폭력과 욕설, 날선 사회현실 비판, 비현실과 놀이, 광기와 순진무구, 위험한 감각을 버무리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보여왔다. 최근 〈변강쇠 점찍고 옹녀〉〈홍도〉에서 확인되듯 그의 연출 스타일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양화 화폭 같은 여백의 공간에서 비극적 상황을 희극으로 풀어내는 이중적 시각, 부드러운 현실비판과 철학적 성찰, 우아한 심미적 미학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도 이어진다.
고대와 현대의 세계관
원작 〈조씨고아〉는 의리와 충절, 복수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한다. 불의에 맞서는 영웅적 개인들의 희생적 행위는 숭고의 비극 미를 창출하며, 복수는 권선징악의 장치가 된다. 그러나 고선웅 각색/연출은 원작 서사에 은폐되거나 배제되었던 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내면과 광기, 유약함, 죄의식에 집중한다. ‘복수극’이란 강렬한 주제 역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충효가 지배이념이었던 고대 봉건 세계에서는 부모, 가문의 원수에 대한 복수는 개인에게 요청된 윤리적 의무감이었다. 수많은 인물들이 조씨가문의 몰살에 비통해 하며 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집단적 자아이자 도덕적 행위자로서 연대해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만 책임지면 된다는 도덕적 개인주의자이다. 조순에게 보은하기 위해, 또 9족이 멸살된 뒤 하나 남은 가문의 씨를 살리기 위해 많은 인물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죽는 원작 서사의 세계는 현대인 에게 매우 낯선, 숭고의 세계이다. 영국소설가 하틀리의 “과거는 낯선 나라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고선웅은 윤리와 복수에 대한 집단적 연대, 복수가 권선징악의 실현이라는 고대적 세계관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회의한다. 그는 충효 이데올로기와 도덕적 정당성으로 포장된 복수의 실체를 현대 세계에서 벌어지는 보복과 응징의 테러 전쟁에서 찾은 듯하다. 그는 의리와 충절의 행위 이면에 은폐된 내면의 갈등, 권력 투쟁으로 재편된 폭력적 세계의 폐쇄성 속에서 불가피한 희생을 강요받는 필부들의 삶에 대한 연민을 부각시킨다. 양부가 가문의 원수라는 사실을 듣게 된 고아가 원작에서와는 달리 즉각 복수를 선언하지 못하고 많은 인물들의 희생을 믿지 못 하겠다고 회의하는 것, 도안고 가문의 멸족이 새로운 복수의 악순환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암시, 막상 복수가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정영의 허망함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복수가 도덕적 세계의 완성이 아니라 또 다른 복수를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아닌가? 삶의 의미를 앗아가는 허망한 열정이 아닌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원작의 고대적 정의의 관념, 선과 악으로 구분된 단순명료한 인물성격과의 간극을 메워주는, 철저하게 현대적이고 시의적인 비전을 반영한다. 우리는 극단주의자의 테러나 사회적 불만 세력의 증오 테러 등, 그야말로 테러의 일상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들은 무고한 시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테러를 벌이면서도 자신들이 당한 폭력을 되갚는 복수의 응징이라고 주장한다.〈조씨고아〉의 결말이 깊은 울림과 동시대적 성찰을 안겨준 것은 이 오래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삶의 선택이 오늘의 이야기로 환치되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 공연 사진)
현대적 각색과 무대화
원나라 작가 기군상이 쓴 원작은 극의 시대적 배경인 춘추 시대(기원전 7세기)와 작품 이 쓰여진 중세 시대(13세기)의 복수의 윤리적 의무감과 정당성이란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다. 의리와 보은, 충절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놓고, 자기 자식마저 희생하는 고대인들의 숭고한 영웅적 행위는 개인성이 최고의 가치로 숭앙되는 현대에선 경외심은 불러일으키지만 공감은 하기 힘들다. 고선웅의 각색은 고대인의 이데올로기인 충절과 복수가 과연 정의의 완성인가, 그리고 복수가 삶의 목표이자 열정이 되었을 때 그 삶은 구원을 받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맞춰져 있다. 이 질문과 성찰을 위해 그가 다시 쓰기 한 내용은 흥미롭다. 먼저 그는 원작의 인물들의 유형화된 성격을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들로 변화시켰다. 도안고 장군(장두이)은 문신 조순(유순웅)을 시기하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악의 화신으로서 이아고를 연상시킨다. 이아고처럼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고, 조순 집안의 구족을 멸하고, 마지막 남은 조씨고아를 없애려다 놓치자 전국의 유아들을 잡아들여 죽이려 한다. 원전 서사가 서양에서도 각색되는 등 절찬을 받은 것은 이러한 인물과 서사의 보편성, 원형성 때문일 터이다. 유아 살해 모티브는 헤롯왕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2막에 와서 권력욕이나 질투, 살육 행위에 대한 냉소와 후회를 내비침으로써 입체적인 인물로 변신한다. 붙잡혀 갈 때 그는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정영의 20년간의 절치부심을 비웃으며, 자신의 권력욕과 정영의 복수가 똑같이 허망하고 씁쓸한 등가의 것이라고 냉소한다. 고아(이형훈) 역시 원작에선 과거의 사연을 다 듣게 되자 즉각 복수를 선언하지만, 이 극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얘기”라며 회의하고, 자기에게 무예를 가르친 양부 도안고에의 복수를 망설인다. 과시적이고 경박하고 장난기 짙은 도령, 막상 복수를 결심하자 한 치의 고뇌 없이 해치우는 그는 낯익은 고선웅 스타일의 캐릭터이다. 한편 이 극은 원작에서 배제되거나 약화되었던 여성인물을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정영의 처(이지현)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자기 아이를 지키려는 본능적이고 처절한 모성애로 저항함으로써 충의라는 거대담론의 비인간적 허구성을 폭로한다. 이 극의 진정한 주인공 정영(하성광)은 조삭 집안에서 후의를 입었다는 인연으로 고아 구출의 책임을 떠맡게 된다. 정영은 고난에 부닥칠 때마다 갈등하고 두려워하지만, 다른 인물들이 고문에 못 이겨 정영을 고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인간적인 유약함을 이겨낸다. 자기 아이와 고아를 맞바꿀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고아를 못 잡는다면 전국의 유아를 죽이겠다는 도안고의 명령은 정영의 친자 희생을 단순히 의리를 지키기 위한 것만이 아닌, 보편적 인류애를 위한 희생으로 승격시킨다. 1막은 이처럼 도안고의 조순 가문 멸족에 대한 음모와 실행, 다른 인물들의 자기희생, 정영의 고난과 결단으로 숨 가쁘게 전개된다. 2막에서 정영은 두루마리 그림으로 고아에게 20년 전의 과거사를 설명하고, 그의 복수를 촉구한다. 마침내 고아가 공식적인 복수를 실행하고 기쁘게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순간, 정영은 허탈감에 휩싸인다. 도안고 가문의 멸족이란 왕의 명령으로 수행된 복수는 원작에선 권선징악의 구현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이 연극은 복수의 악순환적 성격을 일깨운다. 정영은 이 순간 아내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게 한 대의, 20년간 오로지 복수 하나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처음으로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정영의 허탈감과 공허는 복수를 수행한 후 왕의 보상에 기꺼워하며, 가문을 되찾은 만족감에 사로잡혀 정영의 가족 희생과 고뇌를 돌아보지 못하는 고아와 대비되어 짙은 공허감을 전달한다. 이때 무대 후면의 두터운 커튼이 열리고 죽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침묵 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아기를 안은 정영의 아내조차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정영이 이 순간 발견하게 되는 진실은 자신이 발 디뎌 왔던 땅이 갑자기 꺼져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것이다. 대의명분을 진리라 인식하고 살았던 그는 비로소 낯선 삶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그의 늙어버린 외모, 회칠을 한 얼굴, 고아의 복수를 촉구하기 위해 팔을 자른 구부정한 불구의 신체가 현시하는 것은 그의 왜곡된 삶 그 자체이다. 대의명분이란 세상의 이데올로기와 삶의 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달은 데서 온 단독자의 소외 의식과 공허함이다.
1막에서 벌어진 수많은 인물들의 대의를 위한 희생과 정영 가족의 희생을 후광으로 감쌌던 숭고와 도덕적 가치를 결정적으로 비틀어버리는 것은 늙고 노망난 왕 영공(이영석)의 이미지이다. 1막에서 도안고의 흉계에 검증절차도 없이 멸문을 명하던 영공은 2막에선 거의 기다시피 걷는 걸음걸이로 등장한다. 왕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고대적 세계관으로 주입된 충효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시각화하는 장면이다. 극은 정영과 고아, 왕을 통해 충의와 복수의 이념적 허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서, 마지막 장면에 묵자를 다시 등장시킨다. 평화의 상징 같은 하얀 나비를 흔들던 묵자는 이렇게 읊는다.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니/ 어느 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 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 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공손저구 역을 맡아 은퇴한 노재상의 품위와 인간미, 도덕성을 훌륭하게 체현해냈던 배우 임홍식이 공연 중에 자기 역할을 마치고 별세했다. 그의 명복을 빌며, 새삼 인생과 연극의 동일성을 떠올린다.)
(이미지 : 공연 사진)
공연 리뷰 - 2
※ 이 글을 중국 <연극과 영화 평론戲劇與影視評論> 2016년 제1기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하여 연극평론 통권 80호2016 봄호에 실린 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탁월한 각색 속에 드러나는 정의, 복수, 원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글_뤼샤오핑呂效平_중국 강소성 연극협회 부주석, 난징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번역_장희재_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2015년 11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중국 원 잡극元雜劇을 각색한 국립극단의〈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4일부터 22일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공손저구를 맡은 배우가 19일 저녁, 심근경색으로 별세하여 배우가 교체되었다. 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호평이 쇄도하였고,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으며, 동아연극상 대상 및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2015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를 비롯한 12개의 상을 휩쓸었다.
‘조씨고아’는 2000여 년간 전해져 온 이야기이다. 약 14세기 초에 기군상紀君祥이 쓴 〈조씨고아대보구趙氏孤兒大報仇〉에 대해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일찍이 “매우 가치 있는 대작으로 중국 정신이 담겨있고, 이 방대한 대제국에 대해 사람들이 일찍이 했던 말들과 앞으로 할 말들이 모두 담겨 있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걸작들과 비해볼 때 매우 거칠지만, 우리의 14세기 대본들과 비교해 보면, 이는 분명 걸작이다” (인용: 볼테르, <중국고아∙작자헌사>, 판시형 역, <조씨고아>, 상해고적출판사, 2010년, p111.)라고 칭찬한 바 있다. 명나라의 서원徐元은 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 41출出(중국 전통극의 단락) 의〈팔의기八義記〉를 썼다. 중국 지방희 중 역사가 오래된 극종은 대다수 이 작품을 극목으로 갖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경극의〈수고구고搜孤救孤〉를 손꼽을 수 있다. 또〈조씨고아〉는 가장 일찍 해외로 번역 소개된 중국 극이기도 하다. 볼테르가 이 작품을 각색하여 만든 5막 비극 〈중국고아〉는 1755년 초연되었다. 최근에는 중국 유명 연출가인 린자오화林兆華와 티엔친신田沁鑫이 각기 현대극으로 만들었고, 또 왕샤오잉王曉鷹 연출이 월극越劇으로, 천카이거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바 있으며, 2012년 영국 로얄셰익스피어 극단도 <조씨고아>를 무대에 올렸다. 가오쯔원高子文의 평론(인용: 가오쯔원, <해방된 ‘조씨고아’> <연극과 영화 평론> 2014년 7월)에 따르면 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한 작품이 이렇게 오래 지속 가능한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려면 대략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연극성이 풍부한 중심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이 중심 이야기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념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대, 각기 다른 나라에 속한 사람들은 이 기본 가치관에 대해 서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 가치 문제에 대해 결코 소홀할 수는 없다. 기군상의 〈조씨고아〉가 창조해 낸 ‘한 사람은 목숨을 버리고, 한 사람은 아들을 버려’ 고아를 구하는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령 공연을 보지 않고, 서술만 듣더라도 …… 공포와 연민의 정을 일으킨다” (인용: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천중메이 역, 상무인서관, 2003년, p105.)는 가장 완벽한 비극 이야기에 속한다. 또 이 작품에 담긴 윤리의 폭과 깊이 역시 견줄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
원 잡극 <서상기西廂記> 역시 수백 년간 전해온 이야기를 각색하여, 다시 또 수백 년 동안 공연되어 온 연극작품이다. 왕실보王實甫의 이 작품은 예술적 성숙도 측면에서 기군상의 동시대 작품보다 훌륭하다. 하지만 왕실보의 각색 이후, 〈서상기〉 이야기에 남아있는 각색의 공간은 분명〈조씨고아〉보다 적다. 인류의 성性 윤리관념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경계는 여전히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씨고아>는 끊임없이 각색되는 가운데 윤리적 입장과 초점이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예술가들이 연출한 <조씨고아>에서 모더니티의 관점에서 윤리문제를 심도 있게 풀어낸 작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혹은 윤리적 곤혹성을 드러낸 중국 예술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겠다.
〈사기〉에서 정영은 주로 의협심이 강한 형상으로 묘사된다. 그는 조삭과 친구일 뿐, 아들을 포기한 이야기는 없다. 그의 성격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공손저구와 고아를 구하는 문제를 상의할 때 “죽음은 쉬우나 홀로되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하며 일이 끝난 후 의롭게 죽는다.
기군상은 조씨의 송 왕조가 멸망하는 시기를 살았다. 그는 가슴 속에 가득한 망국의 울분을 〈조씨고아〉에 의탁하였다. 이 때문에 작품에는 박해에 대한 강렬한 반감과 복수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한궐과 공손저구는 고아를 구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고,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저 민간의 의원이었던 정영은 사건에 휘말리자 복수의 씨앗을 살리기 위해 결국 자신의 아들까지 포기하는 장엄한 행동을 하게 된다.
명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대에 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권선징악을 믿으며 세상의 무질서와 불공평을 거부하는 한편, 사회 계급을 고수하고 노비의 충성과 헌신을 즐겼다. 서원의 〈팔의기〉에는 고아의 외톨이 신세조차 서사를 통해 그런 척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조삭과 공주 모두 죽지 않는다. 또 정영은 가노家奴로 변하며, 아들을 버린 복수의 대의 또한 결국 주인에 대한 충복의 보답으로 묘사된다.
기군상과 서원은 모두 정영의 아내, 즉 아들의 모친에 대해 쓰지 않았다. 정영은 비록 친자가 살해되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 “마음이 기름에 타 들어가듯 뜨겁지만 감히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몰래 훔치며” (인용: 기군상, <조씨고아대보구>) 슬퍼하면서도, 고아를 포기하지 않고, 아들을 버려 애끓는 마음의 고통을 선택한다. 원나라와 명나라 작가는 이 부분에서 애끓는 선택의 과정을 숭고한 윤리와 숭고함을 위장한 윤리적 이유로 차단해 버렸다.
정영의 아내를 누가 처음 극 중에 도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경극, 천극川劇에는 모두 아들을 버리는 대목이 있는데, 정영의 아내가 고아를 구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아들을 포기하지 않아, 정영과 공손저구 두 사람이 이를 설득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한 어머니에게 자신의 아이를 다른 아이를 대신해 죽게 내놓으라고 설득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견디기 힘들고, 괴로우며,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좋은 내러티브이다! 본래 이 모친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죄를 짓게되며, 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질책을 면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갖고 있다. 만약 이 순간, 그녀가 “개인이 스스로 자유롭게 판단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졌다” (인용: 헤겔, <미학>(3권 하편), 주광치엔 역, 상무인서관, 1981년, p298.)면 이 연극은 윤리의 경계를 초월하여 진정한 모더니티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전통 지방희는 이 수준에 다다를 수 없었다.〈수고구고〉에서 정영과 공손저구의 눈에, 이는 ‘현명함’과 ‘현명하지 못함’ 사이의 도덕적 선택이었고, 정영의 아내 역시 실질적으로 이러한 도덕적 판단을 수용하였다. 두 남성은 이 모친이 고상한 도덕적 선택을 하도록 설득할 때, 심지어 “남편이 죽으면 누구에 의지해서 살 것이오”와 “제수씨가 만약 친자를 포기한다면 대대손손 미명美名을 남길 것이오”와 같은 협박과 회유를 쓰기도 한다. 이런 협박과 회유는 실질적으로 바로 개성을 억누르는 전근대적 윤리의 중요한 특징이다.
가오쯔원은 영국 로얄셰익스피어 극단의〈조씨고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평가하였다.
전통극의 수많은 현대적 각색에서 아이 살해의 책임은 언제나 도안고에게 지워지지만, 사실 진정한 죄인은 정영과 공손저구이다. 나는 여기에 ‘이다’라는 동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응당 ‘또 있다’로 바꿔야 할 것이다.
펜턴은 극의 결말 부분에 성장한 아이의 영혼과 정영이 만나는 장면을 추가했다. 영혼은 그에게 묻는다. “왜 당신은 조씨고아는 사랑하고, 자신의 아들은 미워해야 했나요?” 정영은 대답한다. “난 오래전 너에게 잘못했던 걸 알아. 사실 난 왜 그랬는지 이미 기억이 나질 않아. 분명히 이유가 있었어. 당시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느꼈지. 그런데 왜 그랬는지 더 이상 너에게 알려줄 수가 없구나.” …… 여기에서 우리는 고전극에서 찬송하는 숭고한 윤리의 한계를 볼 수 있다. 이 윤리는 과거에는 매우 완벽했고, 현재에도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것은 한계가 있다. 정영 아들의 영혼, 혹은 정영의 마음 일부가 바로 그 한계점 밖에 서 있는 것이다. (인용: 가오즈원, <해방된 ‘조씨고아’> <연극과 영화 평론> 2014년 7월, p83.)
(이미지 : 공연 사진)
확실히 영국인들의 대본에서 정영의 아내는 “낯선 이의 아이를 내놓으면 당신은 치욕스럽다 여기면서, 친자식은 오히려 내놓을 수 있으시죠. 이게 무슨 아버지란 말이오!”라며 질책한다. 정영은 할 말이 없다. 그저 “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소……”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영국인은 원작의 박해와 그에 대한 복수, 정의와 잔혹함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개인의 생명과 권리를 정의 수호와 가족의 복수와 동등한 위치에 놓았다. 이 때문에 정영은 한 편으로는 숭고함을 선택하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죄악을 느끼도록 그려졌고, 이로부터 이 연극은 진정한 현대적 비극이 되었다.
하지만 린자오화와 티엔친신은 모두 이렇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조씨고아〉원작의 박해와 박해에 대한 저항, 그리고 정의와 잔악함에 관한 내러티브를 버렸다. 린자오화는 첫째 도안고를 진왕이 조순을 억압하는 도구로 그렸고, 두 번째는 20년 전 도안고의 아내가 조순의 칼 아래 목숨을 잃고, 그 자신도 그 칼에 생식능력을 잃은 옛 원한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도안씨와 조씨 양가의 다툼은 제왕의 전제정권 아래 시비를 가릴 수 없게 얽히고 설키게 된다. 린자오화는 이 틀 속에서 조씨고아가 가족의 복수를 거부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이 연관되었든 나와는 상관없다!”라고 외치도록 하였다. 반면 티엔친신은 도안고를 더 무고한 인물로 그렸다. 조씨 집안의 참화는 조씨고아의 어머니 장희공주의 음란함에서 시작되었다. 조씨 가문이 그녀의 음란함을 추궁하자, 그녀는 부왕에게 조씨 가문이 모반을 꾀한다고 모함하고 조씨 가문 300여 명을 몰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도안고는 그저 진왕의 지령을 집행할 뿐이다. 이 연극의 주제는 고아에게 두 명의 부친이 있는데, 한 명은 그에게 시비와 애증을 가르치고, 한 명은 그에게 용기와 야심을 가르쳤지만 결국 두 부친이 모두 죽고 진짜 고아가 되는 것으로 변한다. 예술의 각색에는 제한이 없다. 각색과 차용의 경계선 또한 언제나 불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의 원형과 원작은 언제나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야기의 원형과 원작이 우수할수록, 또 오래도록 널리 유전될수록 이 미적 고유성은 더욱 더 공고해진다. <조씨고아>가 감동적인 까닭은 바로 정의와 복수에 있다. 그것은 한궐과 공손저구 무리가 정의와 복수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고 정영은 죽음보다 더 어렵지만 자식을 버리고 고아를 키운 것이다. 이것은 인류 연극사상 보기 드문 탁월한 내러티브이며, 내재한 미적 에너지는 매우 크다. 이 이야기를 뒤집거나 고치는 데 있어 난점은 정의와 복수가 원래 이 이야기의 혼에 상응하고, 이를 바꾸려면 흡사 마술사와 같은 재주가 필요할 것뿐만 아니라 또 설사 이를 바꾸었다 한들, 그리고 바꾼 작품이 성립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원작의 정의와 복수의 혼에 상응하는 심미적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각색은 실패하거나 무의미하다. 이는 매우 어렵다. 이는 개인의 재능만 연관되는 것이 아니며 시대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하느님이 당신을 자신이 이미 포기해버린 이 세계로 던지는 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린자오화와 티엔친신의 각색에서 우리는 연출가들이 자의적으로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이 시대의 훌륭한 연출가라 할지라도 그들의 작품은 천 년을 전해 내려온 위대한 예술작품 앞에서 빈약함과 경솔함을 드러냈다.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조씨고아>이야기의 정의와 복수라인을 뒤집는 것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헛된 짓이며 오히려 손을 대지 않은 것보다 더 조악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더 크게 보면, 우리가 윤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의와 복수는 사실 모두 원죄를 가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목도하게 된다. 영국 로얄셰익스피어 극단의 <조씨고아>에서 정영이 아들을 버리고 갖는 깊은 죄책감이 바로 그것이며, 그의 죄책감은 감동을 자아내는 요소가 된다. 기군상의 〈조씨고아〉는 중세기의 위대한 연극작품이다. 이 작품은 ‘예교’의 시대에 속한다. 영국 예술가들은 ‘모더니티’로 이 나이 많은 작품에 젊음을 불어넣었고, 이 작품과 개인주의 시대를 잘 어울려 냈다. 하느님과 ‘예교’, 윤리적 가치판단은 중세기 연극인들의 주된 화두이다. 그러나 현대 연극인들은 개인의 이름으로 우주를 마주하고, 존재를 마주하며, 인성을 마주하고, 이즘을 의심하고 윤리를 초월하는 것을 화두로 삼는다.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1985년, 웨이밍룬魏明伦은 천극 <반금련>에서 성공적으로 주인공을 혁신하였다. 이 ‘반금련’이라 불리는 캐릭터는 몇 백 년 동안 줄곧 사악한 ‘음부淫婦’의 화신이었다. 웨이밍룬은 반금련이 시동생을 유혹하고, 간통하고, 남편을 죽인 모든 전설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러나 그는 영국인이 정영 내면의 죄책감을 통찰해냈듯, 인물의 풍부한 디테일 묘사를 통해, 반금련의 윤리적 정당성의 일면을 드러냈다. 만약 린자오화와 티엔친신이 줄거리를 바꾸어 고아를 구하고 복수하는 것의 정당성을 취소한 것처럼 반금련이 시동생을 유혹하고, 통간하고, 남편을 죽인 이야기를 바꾸었다면, <반금련>은 전 세계 화인 사회를 그렇게 뒤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가장 뛰어난 이 시대 중국 연출가 두 명이 <조씨고아>를 각색하면서 모두 원작의 혼인 ‘정의’를 없앤 것을 개인의 우연성으로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킬 때 종종 자신도 모르는 시대의 낙인을 남기게 된다.
한국인의〈조씨고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먼저, 한국연극인은 ‘복수의 씨앗’으로 그들 <조씨고아>의 부제를 달아 복수가 이 작품의 주제임을 관객에게 명확하게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고대인들처럼 복수를 긍정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복수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했다. 도안고가 포박된 후, 정영은 조금도 즐겁지 않았으며, 낙담하며 말한다. “이 늙은이에게는 할 일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오히려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던 도안고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그럴 줄 몰랐어? 진작에 나한테 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하하”라고 말한다. 연출가는 “이것은 복수 후 오히려 공허하고 유쾌하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편하지 않다.” (인용: 2015년 공연 프로그램북.)고 설명했다. 커튼 콜 전 우울한 음악 속에 정영은 무대에서 모든 망자의 영혼을 만난다. 그들은 스스로를 희생하였던 복수가 이루어졌음에도 단 한 명도 즐거운 이가 없다. 중국 고전극을 통틀어 이렇게 우울한 복수의 결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교’의 윤리 범주 안에서 이 정의로운 복수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수 있는지 역시 모르겠다.
한국의 이번〈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기군상의 원작에 극히 일부만 손을 댔고, 매우 소탈하고 귀여운 방식으로 암살자 서예의 죽음, 배고픈 사내 영첩, 신오의 악랄함, 부마의 죽음 등 원작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대본의 각색은 상술한 결말 외에 정영의 아내라는 배역과 정영이 아내에게 아들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줄거리를 추가하였다. 예교 시대의 연극으로서 기군상과 서원의 작품 속에서 아들을 버리는 것은 단지 결과에 불과했고, 그 과정은 윤리라는 대의에 의해 차단되어버렸다. 윤리라는 대의에 가려진 이 과정은 현대극에서 결코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정영이 아들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아들의 모친이 있지 않은가! 설령 부모가 모두 자식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아들 자신이 있지 않은가! 부모에게 이런 권리가 있는가? 연출가는 “만약 상황과 감정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정영의 아내가 있는 것이 비교적 좋다” (인용: 상동.)고 말한다. 확실히, 전체 극 중에서 정영 아내의 장면은 가장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정영이 아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영은 결코 경극의 〈수고대고〉의 정영처럼 윤리라는 대의적 명분을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 간악한 도안고가 사흘 안에 고아를 내놓지 않으면 온 나라의 한 달이 안 된 아기들을 모조리 잡아서 남김없이 주륙하겠다고 방을 냈어.”라고 말한다. 그의 아내가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앞장서서 화를 당할 이유가 어디에 있어요?”라고 말하자, 정영은 “부마께서 자결하셨고, 공주마마는 내 앞에서 목을 매셨네.”라고 말한다. 아내는 “하룻밤 새에 바보천치가 됐어. 하룻밤 새에 헤까닥 돌았어 당신”이라고 말한다. 정영은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하오. 오늘 공주마마를 찾아가지만 않았어도!”라고 말한다. 아내는 “그깟 약속이 뭐라고! 그깟 의리가 뭐라고!”라고 말한다. 정영은 슬피 탄식하며 “여보. 오늘 내가 한 선택을 평생 동안 후회하며 산다해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라고 한다. 헤겔이 말했던 동방에서 현대극의 탄생을 막는 절대정신의 통치는 여기서 소멸한다. 연극 주인공들은 자기 내면의 법칙에 따라 판단과 선택을 한다. 또 그들은 절대통치정신의 보상과 찬성을 얻을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를 책임져야만 한다. 정영의 아내는 격노하여 그를 향해 세 차례 침을 뱉는다. 그녀는 히스테리적으로 그를 힐책하는 고함을 지르지만, 그녀의 소리 속에서 우리는 그녀가 이미 포기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분노는 정영에 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그의 애원에 저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정영이 아이의 시체를 가져오면 빈 무대에 작은 흙더미가 나온다. 모친은 흙을 파헤쳐 아들을 묻고, 무덤 위에 꽃을 꽂는다. 그런 뒤 품 속에서 비수를 꺼낸다. 정영은 아내를 말리고자 하지만, 아내는 원망스러워하며 정영을 향해 비수를 휘두른다.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 그 후 이 어머니는 비수를 들어 자결한다. 극장 전체에 질식할 정도의 침묵이 깔렸지만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 로얄셰익스피어 극단이 정영을 아이의 무덤에서 자살하게 한 것과 방법은 다르지만 나는 이번 연극이 절묘하게 그와 같은 효과를 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속죄이다. 어떠한 윤리와 정의도 정영 부부가 아이를 버린 죄과를 상쇄시킬 수 없다.
한국 예술가들은 이 중세기 걸작을 올리며 위에서 설명한 두 단락에 주로 손을 대었다. 그들은 원작의 ‘정의’와 ‘복수’의 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또한 ‘정의’와 ‘복수’에의 숭고함을 표현하는 한편, 그의 ‘원죄’를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조씨고아> 버전이 깊은 감동을 자아낸 비극성의 소재지이다. 이 두 단락의 각색을 통해 그들은 600년 전의 이 작품과 현대 관객 사이를 이어주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하였다.
사실 대본 각색의 합리성이 결코 공연의 성공 자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공연한 한국 배우들 역시 매우 탁월했다. 연출가는 한 필부匹夫가 “20년 간 약속을 지켜낸 이야기” (인용: 2015년 공연 프로그램북.)를 말하고자 했다. 배우 하성광이 연기한 정영이 바로 그 필부이다. 그는 조금의 영웅적 기개도 없는 옆집 아저씨이다. 그와 비교해볼 때 오늘날 중국연극무대의 인물들은 모두 양식화되거나 소극 연기 같다. 최근 중앙희극학원 랴오샹홍廖向紅 교수는 <타이베이 오전 0시〉를 칭찬하며 말하길, “이 연극에서 대만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모두 깊이 있게 침잠해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 말은 한국 배우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연기는 진실되고, 허세가 없다. 상대적으로, 중국 대륙의 연극 연기는 절반은 천치통陳其通의〈만수천산萬水千山〉의 전통에 갇혀 있고, 나머지 절반은 텔레비전 소극 방식을 받아들였다.
연출가는 원 잡극 <조씨고아>가 매력적이었던 까닭으로 무대에서 사람이 죽는 방식을 또 꼽았다. 그는 “우리는 편견이 있는데 공연에서 죽음을 꼭 장면의 마지막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전 중 죽은 사람들이 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 잡극에서는 달랐다. 죽은 사람들이 암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걸어나간다. 그리고 이 때문에 전체 극의 리듬이 깨지지도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나는 매우 흥미를 느꼈다” (인용: 상동.)고 말했다. 이 연극에서 서예, 영첩, 조순, 조삭, 공주, 한궐, 공손저구, 정영의 부인 모두 무대에서 죽는다. 연출가는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대사가 없는 연극 외적 인물을 설정하였다. 그녀는 몸놀림이 민첩한 검은 옷의 여성이었다. 무대에서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그녀가 걸어 나와 시체 앞에서 부채를 펼쳐 망자의 퇴장을 인도하였다. 그래서 관객들은 <조씨고아> 이야기를 볼 뿐 만 아니라, 더 높은 곳에서 이 비극을 내려다보며 감상하고 있는 정령 또한 보게 된다.
(이미지 : 공연 사진)
공연 연보
2015
명동예술극장 11월4일 ~ 11월 22일
수상
-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연출상∙연기상∙시청각디자인상
-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연출상∙연기상
- 2015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 2015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월간 한국연극 선정
(이미지 : 공연 사진)
2016
해외 10월 29일 ~ 10월 30일 중국 북경 국가화극원 대극장
(이미지 : 공연 사진)
2017
명동예술극장 1월 18일 ~ 2월 12일
지역 2월 17일 ~ 2월 18일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3월 24일 ~ 3월 25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2018
명동예술극장 9월 4일 ~ 10월 1일
지역 10월 13일 인제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
10월 19일 ~ 10월 20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10월 26일 ~ 10월 27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이미지 : 공연 사진)
2020
명동예술극장 7월 19일 ~ 7월 26일
2021
명동예술극장 4월 9일 ~ 5월 9일
지역 5월 19일 ~ 5월 20일 용인포은아트홀
2023
명동예술극장 11월 30일
지역 10월 20일 ~ 10월 22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10월 28일 ~ 10월 2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1월 3일 ~ 11월 4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1월 10일 ~ 11월 11일 세종예술의전당
(이미지 : 공연 사진)
추모의 글
故임홍식 1953-2015
2015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초연에 공손저구 역으로 출연한 임홍식 배우가 11월 19일 본인의 역할을 다하신 후 무대 뒤에서 쓰러져 영면하셨습니다. 종연까지 남아있던 3회 공연의 공손저구 역은 조순 역의 유순웅 배우가 대신하였습니다. 평생 연극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중견배우를 기리기 위해 2016년부터 ‘임홍식배우상’을 제정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지 : 故임홍식 배우 이미지)
선생님!
저희는 꿋꿋이 그리고 끝까지 무대를 지키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선생님의 뜻이라고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무대의 영광을 끝까지 고스란히 선생님과 함께 나눌 결심입니다.
- 연출가 고선웅의 추모의 글 -
(이미지 : 연습 스케치)
(재)국립극단
(재)국립극단 이사회
(공 석) 이사장
길해연 이사 연극배우
김명화 이사 극작 및 평론가
심재찬 이사 연출가
이상우 이사 고려대학교 교수
이재경 이사 건국대학교 교수
정재승 이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은복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박인건 이사 국립중앙극장장
김혁수 감사 삼덕회계법인 상무이사
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행
사무국장
오현실
경영관리팀
신민희 팀장
현승은 정병옥 박지민 박예원 이민희
송한유 김민주 김도희 최신화 이다미
백예나 청년인턴
작품개발팀
정용성 팀장
박지혜 이슬예 정준원
정다현 연수단원
공연기획팀
김옥경 팀장
김나래 김윤형 김정연 김수현 박성연
강현정 박소영 강민정 김현지 김주빈
이효주 연수단원
홍보마케팅팀
박보영 팀장
이현아 김보배 이정현 이송이 임윤희 조영채
박선영 노소연 정진영 최우영 손주형 이지윤
장인영 청년인턴
무대기술팀
정광호 팀장
김용주 음창인 홍영진 박지수 류선영 이병석 나혜민
박정현 김정빈 김태연 경은주 이승수 장도희 윤성희
백경민 연수단원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김성제 소장
김미선 손준형 최하정
이혜진 청년인턴
2023 시즌단원
강민지 곽은태 김예은 김시영
남재영 문성복 백혜경 성근창
송철호 여승희 윤성원 이다혜
이상은 조승연 홍지인 황규환
표지 뒷면
THE NATIONAL THEATER COMPANY OF KOREA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이미지 : 국립극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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