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2023)
2023.03.16 ~
2023.04.09
※ <예술가와의 대화> 3.26.(일) 공연 종료 후, 객석
- 참석: 연출 심재찬, 배우 김명수, 정경순
* 참석자는 변경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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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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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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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
평일 19시 30분 / 토·일 15시 (화 공연없음) ※배리어프리 회차: 3.30.(목)-4.1.(토)/ 음성해설,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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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R석 6만원, S석 4만5천원, A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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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시간
110분(인터미션 없음)*변동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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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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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연령
14세 이상 관람가(201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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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영문자막 매주 목, 일요일 (3.16.(목), 3.30.(목) 회차 제외)
한글자막 매주 월, 금요일, 배리어프리 3회(3.30.(목)~4.1.(토))
English subtitles will be provided on Thursdays and Sundays.
(3.16.(Thu), 3.30.(Thu) No subtitles) -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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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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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색
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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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김재건 김종칠 박상종 김명수 정경순 조주경 김경숙 정나진 황규환 문성복 강민지 성근창
징 소리 퍼질 뿐, 바다는 배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신의 배를 갖고야 말겠다는 야망 가득한 뱃사람 곰치.
부서 떼와 함께 꿈을 이루나 싶었지만 뱃삯과 이자까지 절망의 연속이다.
이대로 다 잃을 순 없다. 다시 한번 거칠어진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린다.
배가 터지는 만선, 만선을 향해!
“그물을 놔? 바다를 떠나? 어림없는 소리 마라!”
내 이 몸 만선 타고 노 저어오자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입체감 있게 그려내어 찬사를 받은 <만선>이 2023 국립극단의 무대를 연다. 교과서에 실리며 누구나 봐야 할 수작으로 꼽힌 작가 천승세의 <만선>은 연출가 심재찬의 깊이 있는 해석에 사실적이고 생생한 무대가 더해져 보다 강렬하게 돌아온다.
쏟아지는 비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 뛰어든 배는 ‘만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물러설 곳 없는 곳에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놉시스
남해의 어느 작은 마을. 바다에 부서(보구치) 떼가 그득하다는 소식에 뱃사람 곰치는 자신만만하게 배를 띄운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선으로 돌아온 곰치.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잡아들인 부서가 모두 빚으로 넘어가고, 설상가상 선주 임제순은 남은 빚까지 갚지 않으면 절대로 배를 내어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가난과 불안에 지친 아내 구포댁은 어부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남편을 설득하지만, 곰치는 다시 한번 만선을 장담하며 아들과 함께 거칠어진 바다로 향하는데...
만드는 사람들
작 천승세 ㅣ 윤색 윤미현 ㅣ 연출 심재찬
무대 이태섭 ㅣ 조명 신호 ㅣ 의상 최원
음악 김철환 ㅣ 음향 안세운 ㅣ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ㅣ 조연출 이지혜
출연
임제순 役_김재건
성삼 役_김종칠
범쇠 役_박상종
곰치 役_김명수
구포댁 役_정경순
무당, 동네아낙 役_조주경
동네아낙 외 役_김경숙
마을어부 役_정나진
도삼 役_황규환
순경 외 役_문성복
슬슬이 役_강민지
연철 役_성근창
할인 및 혜택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공연장 내 조치
○ 공연장 내 안전 조치
- 공연장 내 철저한 방역 및 위생 관리 실시
- 공연장 입장 및 공연 관람 시 마스크 착용 권고
- 공연장 출입구 손소독제 비치
또한 공연장 방문 전 발열 및 호흡기 질환 등 건강상의 특이점이 있는 경우,
국립극단 콜센터(1644-2003)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천승세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점례와 소」가 입선되어 작가로 등단,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국립극장 현상모집에서 장막극 「만선」이 당선되었고, 이 작품으로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간결한 문체와 민중적 언어, 상징적이지만 유려한 이야기 구성을 통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주요작품
희곡 「황구의 비명」 「신궁」 「혜자의 눈꽃」 「꿈길밖에 길이 없어」 「사계의 후조」
소설 「물꼬」, 「만선」
수상
1989 제 1회 자유문학상 본상 「만선」
1982 제4회 성옥문화상 예술부문대상
1975 만해문학상
1965 제 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
1964 경향신문 신춘문예 희곡 「물꼬」
1958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점례와 소」
심재찬
깊이 있는 작품 해석과 사실적인 무대 표현을 바탕으로 인간 본위의 모습을 그려내는 연출가. 이원경, 차범석, 임영웅 연출 등 한국 1세대 연출가들의 조연출로 수학하며 많은 경험을 한 후 1991년 극단 전망을 창단하여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연극을 구축해왔다. 연극 <양파>, <여시아문>, <바냐 아저씨>, <앙상블> 등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 연극을 선보인 것뿐 아니라 뮤지컬 <틱! 틱! 붐!!!>, <유린 타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다. 연극계에 입문한 이후 약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늘 새로운 변화를 꾀하며 동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주요작품
연극 <표류하는 너를 위하여> <오돌또기> <세일즈맨의 죽음> <거울속의 당신>
<이런 노래> <여시아문> <양파> <잘자요, 엄마> <사랑이 온다> <침향>
<바냐아저씨> <앙상블> 외
뮤지컬 <틱!틱!붐!!!> <유린타운> 외
수상
2022 보관문화훈장
2003 한국뮤지컬대상 외국베스트뮤지컬작품상 <유린타운>
2002 올해의 좋은연극 BEST7 선정 <양파>
1991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외 다수
할인권종명 |
할인율 |
대상 및 증빙 |
다음 할인은 국립극단 홈페이지 및 콜센터 1644-2003에서 모두 예매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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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회원 |
40% |
1인 4매 한 • 유료회원 우선예매: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콜센터에서 가능 |
대학생 및 청소년 |
40% |
대학생: 현재 대학교 재학 중인 본인만 • 2019 이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학생증 지참 필 • 2018 이전 학번: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관람일 기준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재학증명서(학사정보시스템 대체 가능)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청소년: 만 24세까지 본인만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문화가 있는 날 |
40% |
3/29(수) 회차에 한함 |
푸른티켓 (만 24세 이하) |
1만 5천원 (S석 한정) |
만 24세 이하 본인만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푸른티켓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판매수량 한정, 푸른티켓 마감 후 예매 변경 시 적용 불가 |
초반회차 |
30% |
3.16.(목)~3.20.(월) 회차에 한함 • 2.23.(목)까지 예매 가능 |
삼삼오오 |
30% |
3인 이상 동일 회차 관람 시 적용 • 부분취소 불가 |
재관람 |
30% |
2021, 2023 국립극단 <만선> 유료 티켓 소지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실물 유료 티켓 지참 혹은 예매내역 필, <만선> 명동예술극장 공연에 한함 / 캡처 화면 할인 불가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만선> 관람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온라인 극장 홈페이지(on.ntck.or.kr)-MY극장-‘관람 중’ 또는 ‘관람 완료’ 내역 증빙 필 ‘관람 전’ 할인 불가 / 캡처 화면 할인 불가 |
문화릴레이티켓 |
20% |
동반 1인까지 •관람 당일 참여기관에서 2022년 1월 이후 실물 유료 티켓, 문화포털 전자 스탬프 혹은 예매내역 지참 필 (온라인 공연 및 전시는 제외) * 참여기관은 하단 상세내역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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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연극인회원 |
50% |
본인만 (공연별 1회에 한 함) • 관람 당일 신분증 지참 필 • 연극인회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문화누리카드소지자 |
50% |
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문화누리카드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북클럽문학동네회원 |
30%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실물) 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북클럽문학동네 회원카드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예술인패스소지자 |
30% |
예술인패스 소지자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유효기간 만료 전 예술인패스(실물 또는 모바일) 와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예술인패스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장애인 |
50% |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복지카드 지참 필 * 휠체어석 예매는 국립극단 콜센터 (1644-2003) 통해서만 가능 |
경로 (만 65세 이상) |
50% |
만 65세 이상 본인만 • 관람 당일 할인 적용받은 전원 신분증 지참 필 • 경로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임산부 |
20% |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아이사랑 카드, 산모수첩과 함께 신분증 지참 필 • 임산부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다음 할인은 국립극단 콜센터 1644-2003를 통해서만 예매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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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
50% |
본인, 동반 1인까지 • 관람 당일 국가유공자증 지참 필 • 국가유공자증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국가유공자 유족 |
50% |
본인만 • 관람 당일 국가유공자 유족증 지참 필 • 유공자유족증 소지자 본인 이름으로 예매 및 관람 |
다자녀카드소지자 |
20% |
카드 소지자 본인만 • 관람 당일 다자녀카드 지참 필 ※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한 다자녀카드 소지자에 한함 |
단체 |
30% |
10인 이상 동일 회차 관람 시 적용 (부분 취소 불가) |
40% |
20인 이상 동일 회차 관람 시 적용 (부분 취소 불가) |
• 관람당일 신분증 및 각 할인 증빙자료(유료 티켓, 학생증, 신분증 등)를 반드시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증빙자료를 지참하지 않을 시 정가 기준 차액을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본인만 관람 가능한 할인권종 선택 시 신분증 성함과 예매자 성함이 불일치 하는 경우 정가 기준 차액 지불하셔야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
• 관람당일 할인권종 변경은 불가하며 예매 시 선택한 할인에 해당되는 증빙 지참 시에만 차액 지불 없이 티켓 수령이 가능합니다.(할인율이 동일하더라도 변경 불가)
• 모든 할인은 중복 적용이 되지 않으며(1인 다수 할인 적용 불가 포함), 티켓 대리 수령 및 양도는 불가합니다.
▶ 문화릴레이 참여기관
경기아트센터, 국립국악원, 국립극단, 국립극장,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정동극장,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성남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안산문화재단, 예술의전당, 통영국제음악재단, 한국문화재재단
표지
만선 Manseon
※ 국립극단 문자 프로그램북은 일부 공연에 한해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점진적으로 대상 공연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국립극단에서는 공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많은 관객분들과 나누고자 프로그램북 파일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북은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한글파일로, 인쇄된 프로그램북 내에 삽입된 이미지에 대한 설명과 원고가 텍스트로 담겨있습니다. 프로그램북을 통해 연극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립극단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서비스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그램북에 게재된 모든 원고, 사진 및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국립극단 및 해당 저자의 소유로 저작자의 허가 없이는 재사용(복제, 재인용 및 개인 SNS와 웹사이트 게시 등)이 불가합니다. 비영리 및 학술적 용도로 복제, 재인용을 원하시는 경우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락처: perf@ntck.or.kr
국립극단 만선
작 천승세
윤색 윤미현
연출 심재찬
본 공연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7월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목차
일시 2023년 3월 16일(목) ~ 4월 9일(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제작 (재)국립극단
(이미지: 포스터)
2 작가소개
3 시놉시스
4 연출가 인터뷰 - 인터뷰 정리·진행 / 전강희
7 작품 이해돕기1 - 고인물은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 / 윤진현
10 출연진
15 스태프 프로필
16 작품 이해돕기2 - <만선> 토속적 공간과 비극적 의지 / 김성희
20 21년도 공연리뷰
21 21년도 공연 사진
22 연습 사진
24 무대디자인 스케치
25 만드는 사람들
작가 소개
작가 천승세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점례와 소」가 입선되어 작가로 등단,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국립극장 현상모집에서 장막극 「만선」이 당선되었고, 이 작품으로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간결한 문체와 민중적 언어, 상징적이지만 유려한 이야기 구성을 통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수상
1989 제1회 자유문학상 본상 「만선」
1982 제4회 성옥문화상 예술부문대상
1975 만해문학상
1965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
1964 경향신문 신춘문예 희곡 「물꼬」
1958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점례와 소」
주요작품
소설 「황구의 비명」 「신궁」 「혜자의 눈꽃」 「꿈길밖에 길이 없어」 「사계의 후조」
희곡 「물꼬」, 「만선」 「봇물은 터졌어라우」
시놉시스
(한국어)
남해의 어느 작은 마을. 바다에 부서(보구치)떼가 그득하다는 소식에 뱃사람 곰치는 자신만만하게 배를 띄운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선으로 돌아온 곰치.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잡아들인 부서가 모두 빚으로 넘어가고, 설상가상 선주 임제순은 남은 빚까지 갚지 않으면 절대로 배를 내어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가난과 불안에 지친 아내 구포댁은 어부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남편을 설득하지만, 곰치는 다시 한 번 만선을 장담하며 아들과 함께 거칠어진 바다로 향하는데…
(영어)
In a small village on korea’s southern coast, fisherman Gomchi learns that the sea is full of white croakers and confidently sets sail. Eventually, he fulfils his long-lasting dream and returns with his boat full of fish. However, his joy does not last long as Lim Je-soon the ship’s owner, claims that Gomchi owes him money and takes everything away. To make matters worse, Mr.Lim refuses to lend him a boat until he pays off his debts. worn out by poverty and anxiety, Gomchi’s wife tries to persuade him to quit fishing and start a new life.
Yet, Gomchi departs for the sea once again with his son, vowing to catch another boatful of fish.
연출가 인터뷰
(연출가의 <만선> 읽기: ‘젊음’, ‘숙명’, ‘동시대’를 생각하며)
인터뷰 진행﹡정리 전강희(드라마투르그)
# ‘젊음’을 향한 시선
전강희) 2020년 초연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재연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 올라가는 공연이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심재찬) <만선>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다음 세대를 어떻게 표현할까였어요. 곰치의 딸 슬슬이, 아들 도삼이, 도삼이 친구 연철이가 너무 일찍 죽는데, 이들이 쉽게 스러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만선>에서 보이는 비극적인 사건들 중에서도 이 지점이 가장 비극적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마음속에 이 인물들의 잔상을 오래 남기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극의 앞쪽에 배치했고, 슬슬이가 범쇠에게 반격을 가하는 장면을 작년보다 더 질감 있게 만들려고 했어요. 이들이 관객들에게 잘 인식되도록 배우들의 연령대를 지난 캐스팅 때 보다 더 낮춰서 실제 그 나이에 맞게 배역을 가져가고자 했어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런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연을 준비하면서부터 희곡을 다시 읽는데, ‘억울하다’감정이 계속 들었어요. 젊은이들의 희생과 같은 패배주의를 한국 사실주의의 미덕이라고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다른 시도들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사실주의라고 하면 형식적 실험보다는 드라마, 즉 배우의 연기가 극을 끌고 가지요. 대사의 행간에서 글로 쓰이지 않은 많은 것들을 끄집어내야 해요. 배우가 연기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연출이 발견해야 하는 것이 많은데, 이런 작업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희곡의 행간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현대와 만나는 지점을 많이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이후는 배우의 힘이지요.
전강희) 개인적으로 도삼의 대사 중에 요즘에는 “바닷속을 기계로 보면서 물고기를 잡는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대사에서 이들의 삶이 산업화에 적응하지 못한 계층의 삶을 보여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심재찬) 그 부분이 연습할 때 중점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극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통해, 단순하게 가정 내에서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곰치네 가족 내에서의 갈등이 아니라, 그 시공간 속에 다른 세계관이 공존하고 있었다를 보여주고 싶어요. 가족 내에서 크게 부딪히는 게 없어 충돌로 보이지는 않지만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이 부각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강희)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레퍼토리로 2020년에 초연을 올리고, 작년, 올해까지 작품을 만드시면서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심재찬) 초연부터,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은 한국 사실주의가 무엇일까에 관한 것이에요. 그냥 사실주의와 한국 사실주의는 어떻게 다른지, 젊은 시절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젊은 시절 이 희곡을 처음 접했을 때, 구포댁이 어린 아기를 배에 띄워서 보내는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모세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한국의 근대 희곡에서 이런 장면은 없었거든요. 대부분 남아서 고향 땅을 지키는 선택이 많았죠. 젊었을 때, 동료들끼리 사실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한국 사실주의라고 하는 것이 감정을 강요하는 요소가 많아서 결국 신파와 연결되는 거예요. 당시에도 이것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세월이 흘렀는데, 말년에 접어들면서 젊은 시절에 했던 이 고민이 다시 나한테 온 겁니다.
# ‘숙명’을 대하는 자세
전강희) 원작을 읽었을 때, 곰치라는 인물의 대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곰치의 고집에 공감할 수가 없었어요. 뱃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라기보다는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과도한 남성성을 가진 인물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공연을 보았을 때, 곰치의 고집이 뱃사람으로서 가지는 자부심, 신념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습니다. 연출적인 해석 그리고 윤색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심재찬) 곰치는 마초지요. 그 시대에 만연했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것을 오늘날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지요. 공연에서는 곰치의 대사를 바꾸지는 않고, 구포댁의 성격을 원작보다 강하게 만들어서 부부의 성격을 다시 그려내고자 했어요. 구포댁을 고분고분하거나 한국 여성의 한을 드러내는 인물로 해석하지 않았어요. 강한 구포댁의 면모를 배우에게 요구했고, 반대로 곰치는 좀 더 허허하게 연기하도록 주문했어요. 배우들이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로 만들어 줬어요. 윤색 과정에서 에필로그로 원작과는 다른 장면을 하나 넣었어요. 곰치의 장면인데, “나는 고집 부리는 것이 아니다! 내 조부님이 그러셨어. 만선이 아니면 노 잡지 말라고 하셨어. 그물을 손에서 놓는 날에는 차라리 배를 갈르고 말 것이여.”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윤색으로 참여하신 윤미현 작가님과 이 텍스트가 어떻게 지금 시대와 만나면서도 곰치의 명분을 살려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끝에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전강희) 바다라는 공간은 곰치와 그의 가족들에게 어떤 공간일까요? 이들은 잘 살고 싶어하면서도 왜 육지로 가지 않았을까요?
심재찬)원작을 보면 가족의 불행이 곰치의 선택에 의해서 생깁니다. 자식들을 다 잃게 되었는데도 곰치는 뭍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아요. 구포 댁은 뭍으로 갈 생각이 있어도 가지 못 하고요. 이걸 보면 저도 너무 답답해요. 이 사람이 무지하게 바다를 향해서 정면 승부를 거니까요. 무조건 바다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바다가 아닌 잘못된 사회 구조, 억압적인 그 시대의 분위기를 해결하고자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그런데 이런 답답함이 있어야 이 작품은 또 진행이 됩니다. 저는 이런 지점을 통해서 ‘숙명’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전강희) 숙명이라는 단어가 요즘 세대에게는 낯선 단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를 대면해야하는 삶, 이런 숙명에 대한 이야기가 희곡에서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플롯 중 하나인데, 최근에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재찬) 이 작품은 고전에 속하는 거지요. 저는 숙명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 그런 이야기를 누가 받아들이겠어요. 그런데 고전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어요. 오이디푸스가 신에게 도전하듯이 자신의 눈을 찌르지요. 저는 구포댁이 아기를 배에 띄워서 뭍으로 보내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아기가 죽을지, 살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이곳을 떠나보내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던 것이지요.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대단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아기가 이곳에서 고생하지 말고, 뭍으로 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거죠. 곰치와 구포댁은 이곳에 남음으로써 숙명을 짊어지고 사는 삶을 선택한 거예요. 구포댁의 선택으로 다음 세대는 그런 숙명에 인생이 좌지우지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장면이 저한테는 지금도 신선해요.
# ‘동시대’에 접속하기
전강희) 슬슬이가 맞는 결말은 원작과 같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다릅니다. 앞서 언급하신 ‘억울함’이 윤색 과정에서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을 구상하게 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심재찬) 원작에서 슬슬이 당하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속이 터졌어요. 제가 이런 반응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2020년에 연극의 해를 기념해서 14가지 사업이 진행되었어요. 이때 집행위원회의 세대가 다양하게 구성되었고, 코로나 시국이기도 해서 축제 중심의 행사보다 연극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자는 담론 중심의 모임이 꾸려졌어요. 이때 배리어프리도 접하게 되었고, 감동했죠. 저도 이번에 처음 시도해봅니다. 처음이라 부담이 있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모임들을 보면서 제 생각이 많이 트였어요. 내가 관성적으로 연극을 해왔구나라는 반성을 했습니다. 젊었을 때 했던 몇몇 선택들이 후회스러웠어요. 이를 계기로 <만선>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구포댁과 슬슬이의 삶이 한국 여인의 한, 미덕을 보여준다고 여길 수 없게 된 거죠. 적어도 슬슬이 만큼은 구포댁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장면을 이런 식으로 바꾸고 싶다고 천승세 선생님을 피디님과 함께 뵈러 갔습니다. 저의 얘기를 들으시고 옆에 계시던 사모님께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군요.”라고 하셨어요. 천 선생님도 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허락해 주셨죠.
전강희) 2023년 오늘, 1963년에 집필된 이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시 말하자면 관객이 어떤 점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셨나요?
심재찬) 이 작품을 통해서 오늘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가 현재와 뭐가 그리 다른가? 저는 오히려 <만선>을 통해 우리 주변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작품이 그냥 고전으로만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또 원작을 현대적으로 완전히 바꾼다면, 이 작품은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인데,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개작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도 고민했어요. 원작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동시에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20년 연극의 해는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 소통 다변화’라는 3개 분과를 중심으로 총 14개의 사업이 진행되었다. 젠더감수성 기르기, 자치규약 만들기, 베리어프리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당시 심재찬 연출가는 연극의 해의 위원장을 맡았다.
작품이해돕기 1
<고인물은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
- 윤진현 (연극평론가 /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희곡 <만선>의 작가 천승세(千勝世, 1939~2020) 선생은 약관 20세,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당선소감으로는 「새끼사슴의 변(辨)」이란 시를 썼다. 자신을 ‘모진 돌바위에 발굽이 닳도록 헤맨 새끼사슴’이라고 칭했다. 엄혹한 세계를 단정한 문체로 다루었던 소설가 박화성의 자제였던지라 모친이 ‘사슴’이라는 것인가 흐뭇함을 자아냈었다.
그런데 1958년 7월 2일 천승세는 「학(鶴)에게」라는 시를 발표한다. 첫 구가 의미심장하다. “학아! 네 보기에도 내 목이 그리도 굵으냐?”란 질문이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는 ‘새끼사슴’으로 자신을 가리킨 것이 1월의 당선 소감인데, 반년 만에 ‘학(鶴)’에게 자기 목이 굵다고 묻고 있으니 스무 살 청년의 패기와 성찰이 도도(滔滔)하다. 그러더니 26세 나던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로 다시 입선하였고 이해 국립극단 10만원 현상공모에 장막극 <만선>이 당선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출발이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수상 이력이 아니라 작품성이다. 수백 편 응모작 중에서 당선이니 입선이니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어렵기는 해도 당선작은 해마다 있다. 그 당선작으로 문학사에, 연극사에 길이 남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천승세의 희곡은 <만선>과 <물꼬> 외에는 <봇물이 터졌어라우> 1편뿐이라 총 3편의 희곡으로 다수의 소설에는 비교가 되지 않아 극작가보다는 소설가로 불린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는 수량이 아니라 작품성으로 결정된다.
작품성으로 보면 <만선>은 당대 희곡계는 물론이요, 천승세 작품세계 전체로 보아도 단연 발군이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만선>이 좋은 작품인 줄은 알아도 왜 좋은지 밝히는 노력이다. 오래전 필자의 논문을 포함하여 그때나 지금이나, 평단과 학계에서 <만선>의 빼어난 점을 충분히 해명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만선>은 형식적으로도 대단히 극적이다. 보통 소설가가 희곡을 쓰면 화자나 주인공의 서사의 흐름에 중심을 두기 쉬워서 무대 위에서 압축적이고 상징적이며 동시에 여러 인물이 대등하게 대결하는 갈등에 취약하기 쉽다. 그러나 <만선>은 그렇지 않다. 곰치를 비롯하여 구포댁과 슬슬이, 도삼이 등 곰치 일가는 저마다 세계로부터 닥쳐오는 문제에 직면하여 대응하고 싸우면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 나간다. 더구나 이들의 투쟁은 신화적이며 영웅적인 동시에 현재진행형이다. 벌써 60년 전에 발표되어 중선배*도, 곰치라는 인물도 낡은 듯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 세계는 오늘, 2023년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는 방식은 평범한 인간의 극단적인 저항이라거나, 불가해한 무속의 세계에서 답을 찾거나, ‘칠산바다’라는 로컬리티에 주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천승세는 이 무렵의 자신을 ‘의붓자식’ 같았다고 하였다. <만선>이 실린 작품집 황구의 비명(창작과비평사, 1974)의 작가 후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스스로 ‘50년대 작가이면서 그 황금의 연륜 50년대와 60년대를 의붓자식처럼 외져서 살았다’고 토로하였다. 20살에 소설로 등단하고 시를 발표했으며 신춘문예에, 10만원고료 현상공모에 당선되어 그토록 화려하게 출발한 작가면서 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운명과 자연과 자본에 맞섰던 곰치 일가의 위대한 인간적 여정을 크게 보지 못하고 신분이니 직업이니 지역에 좁게 한정해 본 것이 천승세의 이후 작업을 협소하게 제한했던 것이다. 이 도저한 <만선>의 세계가 품고 있는 질문을 제대로 했더라면 작가가 의붓자식처럼 외진 곳에서 홀로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고인물’이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는 흐르지 않아서 썩기 쉬운 상태를 가리키는 부정적인 말이지만 요즘에는 한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며 보통 사람이 도달하기 어려운 실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뱃사람 ‘곰치’는 고기잡이에 있어서는 ‘고인물’이다. 부서 떼를 한 곳에 가두는 ‘부서 맷돌질’이란 비장의 어로기술에 그 응용 기술까지 완벽하다. 중선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해류를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의 행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그뿐인가, 바다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뚝심과 배포가 있고 배가 파선해도 널쪽 하나에 기대어 생환하는 피지컬이 있다. 고기 잡는 데, 곰치만 한 실력자가 없다. 자타 공인이다.
그러나 대단하다 놀랄 것 없다. 우리가 오늘 다시 <만선>을 보며 ‘곰치’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곰치의 고기 잡는 기술과 곰치의 삶의 의지를 음미하는 데 있지 않다. 이만한 능력은 오늘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한 발 정도는 걸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일에 웬만한 전문성과 끈기를 갖고 있고 우리 정도 능력이면 약간의 운만으로도 자수성가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저마다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이 삶이다.
더구나 ‘바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다르지 않다. 때로 잔잔하고 때로 일렁이며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친다. 바다는 때로 만선을 선사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도 해주지만 때로 끔찍한 흉어로 우리 삶을 더 고단하고 신산스럽게도 만든다. 폭풍우 몰아치는 성난 바다는 한순간에 우리 삶을 근본부터 쓸어가 버리기도 한다. 비행기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날씨를 예측해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배’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곰치를 계속 자신의 자본 밑에 묶어두려고 획책하는 교활한 선주와 주색으로 유혹하며 가당찮게도 슬슬이를 욕심내는 사악한 주막 주인도 만만치는 않다.
중선배 뱃사람 곰치가 폭풍을 알고도 대비하기에 역부족이었듯 우리 또한 우리 세계의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기는 쉽지 않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예측하고 대비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세계와 교활한 자본과 사악한 유혹은 곰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일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저마다 이루고픈 ‘만선’의 꿈 또한 우리 모두가 품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꿈을 이룰 것인가.
타고 있던 배가 파선하고 동료와 자식을 잃었다. 모든 희망을 잃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곰치는 이 순간에도 ‘만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무모하다고 비난해도 할 수 없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와 대적하는 것이나 오이디푸스가 신이 정한 운명에 도전하는 것이나 무모함이 부족해서 영웅이라 하던가? 뱃사람으로서 ‘만선’을 향하는 이 온당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곰치 같은 영웅이다.
우리는 때로 나 자신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가장 나은 것이 무엇인가를 마음 졸이며 위태롭게 결단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하니 ‘만선’에 미친 곰치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 생의 모든 시간과 생 자체를 걸고 나아가는 영웅의 행로, 불합리하고 사악하고 교활한 세계에서도 굴하지 않는 ‘만선’의 꿈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그럼에도 안타깝다. 고인물이 ‘만선’을 이루는 길은 결국 미치는 길뿐인가. 슬슬이를 연철이와 짝지어 줄 방법은 무엇인가? 어찌하면 구포댁이 늦둥이 아들을 고이고이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요컨대 미치지 않고 ‘만선’을 이루는 길은 달리 없을 것인가?
이제 또 하나의 <만선>이 태어나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천승세가 일찍이 소망했던바, 최후의 독자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의 문학의 시작을 묻고 싶다고 하였으니 ‘영웅 곰치 일가’의 갈 길은 아직도 창창하다.
*중선배[中船배]: 조선 후기부터 1930년대까지 서해안 일대에서 사용한 조기잡이 어로선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사용하는 ‘중선’의 방언이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출연진
김명수 Kim Myoung-su 곰치
연극 <카페 블루문> 22 | 독고영 | 공간아울
<레 미제라블-고양, 서울> 22 | 자베르 |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외
<갈릴레이의 생애> 19 | 갈릴레이 | 명동예술극장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10 | 바실리예 | 명동예술극장
<바냐아저씨> 10 | 바냐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밤으로의 긴 여로> 09 | 타이런 | 명동예술극장
<시련> 07 | 존 프락터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외
드라마 <작은 아씨들><태종 이방원><우아한 모녀><광개토태왕><대조영> 외
수상 2008 제44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2006 PAF 예술상
1993 제14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정경순 Chung Kyoung-soon 구포댁
연극 <앙상블> 22 | 이자벨라 | 산울림 소극장
<오펀스> 19 | 해롤드 | 아트원씨어터 1관
<사랑을 주세요> 09 | 벨라 | 블랙박스 씨어터
<러브레터> 09 | 멜리사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외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 <꼰대인턴>, <나도 엄마야>, <병원선>,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외
수상 1997 제35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1997 제18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1996 제33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1995 제33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1994 제15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1992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황규환 Hwang Q-hwan 도삼
연극 <건달은 개뿔> 22 | 만복이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개미굴> 21 | 춘이 | 대학로 선돌극장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18 | 머큐쇼 | 동양예술극장 3관
<액션스타 이성용> 15 | 박선배 | 대학로 문 씨어터
<두 병사 이야기> 14 | 프랜시스 | 대학로 스타시티 후암 씨어터 외
뮤지컬 <환향> 17 | 일순이아빠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담배가게 아가씨> 13 | 진원 | 더 굿씨어터 외
강민지 Kang Min-ji 슬슬이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22 | 작가, 나 | 명동예술극장
<유원> 21 | 유원 | 인천서구문화회관 대극장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 21 | 공동창작 | 강화도 일대
<극장을 팝니다> 20 | 학생 | 부평아트센터
<아몬드> 19 | 이도라 |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차이메리카> 15 | 리울리 |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13 | 소년유자 | 백성희장민호극장
<열녀춘향> 13 | 춘향 | 게릴라극장
<쥐> 12 | 아이 | 76스튜디오 극장
<유령소나타> 12 | 우유배달소녀 | 게릴라극장 외
성근창 Sung Geun-chang 연철
연극 <영원한 평화> 22 | 존존 | 여행자극장
<4분 12초> 21 | 닉 | 소극장 공유
<햄릿의 비극> 21 | 레어티즈 | 알과핵 소극장
<카사 발렌티나> 20 | 글로리아 | 현대카드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시련> 19 | 패리스, 취이버 | 이해랑예술극장
<돌아온다> 18 | 아들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외
김재건 Kim Jae-kun 임제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23,20,19 | 조병식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피고지고 피고지고> 08 | 천축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태> 07 | 세조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로잡힌 영혼> 91 | 일점도사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외
영화 <악마를 보았다>, <집행자>, <거룩한 계보>
수상 2017 제38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2013 제18회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2010 대통령문화포장
1992 제24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199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외
김종칠 Kim Jong-chil 성삼
연극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21 | 김종찬 | 알과핵 소극장
<끌 수 없는 불꽃> 19 | 하세가와 |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윤이상; 상처입은 용> 17 | 아버지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고독 청소부> 14 | 김대성 | 구리아트홀 유채꽃 소극장
<늙어가는 기술> 12 | 무칠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밤으로의 긴 여로> 97 | 아버지 | 산울림소극장
<여시아문> 96 | 죄수 |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외
박상종 Park Sang-jong 범쇠
연극 <세인트 조앤> 22 | 코숑 | 명동예술극장 외
<배를 엮다> 21 | 이상용 | 여행자극장
<낙타상자> 20 | 아버지 |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외
<물고기 인간> 19 | 완 장군 |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뼈의 기행> 19 | 준길 | 백성희장민호 극장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19 | 소방관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톡톡> 18 | 프레드 | 대학로 티오엠 2관
<고도를 기다리며> 18 | 에스트라공 | 산울림 소극장
<요정의 왕> 17 | 샤드록 존스 | 프로젝트박스 시야 외
수상 2017년 제2회 임홍식 배우상
조주경 Cho Ju-kyoung 무당, 동네 아낙
연극 22 | 나온씨어터
<나를 찾아 나를 떠나고 나를 지우고 나를 기다린다> 21 | 도 | 스카이씨어터
<무지개의 끝> 21-20 | 엄마 | 아트원씨어터 3관
<불편한 너와의 사정거리> 20 | 김영실 | 대학로 자유극장
<레미제라블> 13 | 떼나르디에 부인 |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
<3월의 눈> 13-11 | 명서 | 백성희장민호극장
<사랑을 주세요> 02 | 아리 | 창조소극장
뮤지컬 <영원한 사랑의 강> 03 | 전주댁 | 러시아 노바야 오페라극장
<지하철 1호선> 95 | 곰보할매 외 | 학전소극장
<개똥이> 95 | 거미 외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외
김경숙 Kim Kyoung-suk 동네 아낙 외
연극 <뒷동산 개인전 기억> 22 | 대학로 시온아트홀
<추석> 22 | 송씨 | 대학로 선돌극장
<나를 찾아 나를 떠나고 나를 지우고 나를 기다린다> 21 | 고 | 스카이씨어터
<해자> 20 | 여사| 플랫폼74
<특별한 저녁식사> 18 | 선미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비트> 15 | 엄마 | 대학로 열린극장
<뽕작> 15 | 간호사 | 후암씨어터
<별이 빛나는 밤에> 14 | 노가인 외 | 씨어터 송
<눈꽃편지> 12 | 어머니 | 예술극장 나무와 물
<30분의7> 11 | 변가 처 외 | 동양예술극장 2관
<홍어> 10 | 엄마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외
정나진 Jung Na-jin 마을 어부
연극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 23 | 아들 외 | 국립정동극장 세실
<벗> 22 | 정진우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오슬로에서 온 남자> 22 | 나온씨어터
<이단자들> 21 | 장백화 | 아트원씨어터 3관
<와이바이> 21 | 용일 | 대학로 선돌극장
<닭쿠우스> 18, 19 | 다이다이박사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외
<고도를 기다리며> 19 | 포조 | 명동예술극장
<이방인> 18 | 레이몽 | 산울림 소극장 외
드라마 <트레이서>, <해치>, <보이스 시즌2>, <국민 여러분!>, <리갈하이>, <구암 허준>,
<동이>, <화유기>, <두번째 스무살>, <뿌리깊은 나무>, <기황후> 외
문성복 Moon Seong-bok 순경 외
연극 <미세스 엠알아이> 22 | 여행자극장
<잔인하게, 부드럽게> 22 | 장군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괴물B> 21 | B | 알과핵 소극장
<애들러와 깁> 18 | 샘 | 예술공간 서울
<생각나는 사람> 15 | 게릴라극장
<겨울맥베스> 15 | 맥베스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2012 윤영선 페스티벌 – 맨하탄 일번지> 12 | 상준 | 대학로 정보소극장
<피리부는 사나이> 12 | 곤살로 |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맥베스> 11 | 자객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외
영화 <특송> <해적: 도깨비 깃발> <특수요원> <담보><낙원의 밤> <안시성>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대립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외
스태프 프로필
연출 심재찬 Sim Jae-chan
연극 <앙상블><표류하는 너를 위하여><오돌또기><세일즈맨의 죽음><거울속의 당신>
<이런 노래><여시아문><양파><잘자요, 엄마><사랑이 온다><침향>
<바냐아저씨> 외
뮤지컬 <틱!틱!붐!!!><유린타운> 외
수상 2022 보관문화훈장
2003 한국뮤지컬대상 외국베스트뮤지컬작품상 <유린타운>
2002 올해의 좋은연극 BEST7 선정 <양파>
1997 히서연극상
1994 영화연극상
1991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윤색 윤미현 Yun Mi-hyun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목선><텍사스고모><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철수의 난><텃밭킬러> 외
수상 2019 제9회 벽산희곡상
2019 제55회 동아연극상 희곡상
2019 제10회 두산연강예술상
2017 제4회 ASAC 희곡공모 대상
2016 제37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2016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대통령상 외
무대 이태섭 Lee Tae-sup
연극 <맥베스><위대한 뼈><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갈릴레이의 생애><오슬로><엘렉트라>
<갈매기><리어왕><이영녀><리처드2세> 외
오페라 <1945><가면무도회> 외
창극 <심청가><산불><장화홍련> 외
수상 2021 제31회 이해랑연극상
2018 제55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2005 제42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2005 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 최우수 무대미술상
2000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의상상
1996 제1회 무용비평가상 특별상
조명 신호 Shin Ho
연극 <스카팽><눈물지니 웃음피고><리진><노부인의 방문><신의 아그네스 외>
뮤지컬 <썸씽로튼><광화문연가><도리안 그레이><뿌리 깊은 나무><잃어버린 얼굴 1895> 외
무용 <폴링워터: 감괘><애랑><라벨과 스트라빈스키> 외
수상 2021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공로상
2020 한국무용협회 예술대상 무대예술상
2019 대중문화예술 제작스태프 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상
2019 한국연극협회 대한민국연극제 공로상
2015 더 뮤지컬 어워드 조명상
의상 최원 Choi One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장녀들><리어왕><앙상블><러브송><알마게스트><정의의 사람들><후회하는 자들><고도를 기다리며><고독한 목욕><경남창녕군 길곡면><무순6년><1945><날 보러와요> 외
무용 <더 룸> 외
창극 <오르페오전><몽유도원도> 외
오페라 <나비부인><돈 지오반니><마술피리> 외
음악 김철환 Kim Chul-hwan
연극 <자기 앞의 생><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신의 아그네스>
<돼지우리><이른 봄 늦은 겨울><3월의 눈><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벽 속의 요정>
<해변의 카프카><열하일기 만보><꿈속의 꿈><엄마를 부탁해> 외
수상 2007 서울무용제 음악상
2004 서울무용제 음악상
음향 안세운 An Se-woon
연극 <패스><동양극장 2020> <햄릿> <소년이 그랬다><크리스마스캐롤>
<노래하는 새 뻐꾸><버자이너 모놀로그> 외
페스티벌 외
기타 <언성(UNSUNG)><한·중·일 문화 동계 올림픽 공연> 외
분장 이동민 Lee Dong-min
연극 <세인트 조앤><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맨 끝줄 소년><갈매기> 외
뮤지컬 <금란방><한여름밤의 꿈> 외
창극 <산불><별난각시> 외
오페라 <마술피리><루치아> 외
수상 2023 한국여성연극협회 제14회 올빛상 분장상
2016 Asia 美 Awards Best stage makeup artist award
소품 정윤정 Jung Yun-jung
연극 <세인트 조앤>〈극장 앞 독립군〉 〈물고기 인간〉 〈지하철 1호선〉 〈유랑-억척어멈〉 〈소〉
〈옥상 밭 고추는 왜>〈왕위 주장자들〉 〈비BEA〉 〈함익〉 외
오페라 〈1945〉 〈베르테르〉 〈맥베드〉 외
창극 〈마당을 나온 암탉〉 외
조연출 이지혜 Lee Ji-hye
연출 퍼포논문<셀프-리서치그라피>
무대감독 <세컨드 찬스><웰킨><광-경계의 시선><위대한 뼈><로테르담><죽음의 집><아웃오브러브>
작품이해돕기 2
<만선> : 토속적 공간과 비극적 의지_김성희(연극평론가)
비극적 리듬과 ‘만선’의 아이러니
<만선>은 ‘남해안의 조그만 어촌’에서 나흘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긴박감 있게 펼쳐내고 있다. 무대는 몇 해 동안이나 이엉을 얹지 않은 낡은 초가, 장대 줄엔 고작 잡생선 몇 마리 널린, 빈궁한 곰치네 집으로 한정되어 있다. 연극은 ‘만선’임을 알리는 요란한 징 소리, 꽹과리 소리, 어부들의 함성으로 시작된다. 몇십 년 만에 칠산 바다에 허벅다리만 한 부서 떼가 몰려왔다. 곰치가 선친으로부터 배운 ‘부서 맷돌질’이라는 배 부리는 기술로 부서 떼의 행로를 막은 덕분에 어부들이 고기를 몇 접씩 잡아 올리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곰치는 자신의 기술과 공을 자랑하고, 자기가 고기를 가장 많이 잡은 어부라는 데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앞으로 사나흘 만선을 해서 빚을 모두 청산하고 뜰망배라도 자기 소유의 배를 장만하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처럼 만선의 기쁨과 배를 장만한다는 들뜬 희망, 구포댁의 질펀한 입담과 웃음이 자아내던 낙관적 세계는 선주의 등장으로 급격히 반전된다. 선주는 그동안 밀린 배 임대료에 비싼 이자를 매겨 곰치네 어획물을 탈취하고, 나머지 빚도 당장 갚지 않으면 배를 묶어 출어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언한다.
선주와 함께 온 범쇠는 곰치의 딸 슬슬이를 자기에게 주면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곰치 가족을 얽어매는 이러한 극적 갈등은 당시 어민들이 선주들로부터 당하던 경제적 수탈과 빈곤의 악순환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배가 없는 가난한 어민들은 선주에게 배를 빌려 출어했는데, 높은 배 임대료와 고리대 때문에 빚은 계속 늘어났고, 선주들이 어획물마저 낮은 가격으로 가로채는 바람에 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곰치는 선주가 빚 청산을 요구하며 배를 묶는 바람에 출어하지 못하고, 다른 어부들이 만선을 두 배 세 배 퍼내는 징소리, 꽹과리 소리만을 들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한다. 다음날 등장한 선주는 배를 풀어주는 대신 다음날 저녁까지 밀린 배삯 청산과 이를 이행하지 못할 시엔 가산을 몰수한다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다. 고기잡이에 마음이 급한 곰치는 그 계약에 동의하고 아들 도삼, 딸의 연인 연철과 함께 바다로 나간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쌍돛을 달고 먼바다로 부서 떼를 몰아 만선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배는 난파하고 만다. 도삼과 연철은 익사하고 곰치만이 겨우 살아 돌아온다. 도삼까지 아들 넷을 바다에 잃은 구포댁은 실성한다. 갓난애마저 크면 어부로 데리고 나가겠다는 곰치의 말에 그녀는 갓난애를 배에 태워 폭풍우 치는 바다로 보낸다. 딸 슬슬이는 목을 매어 자살하고, 곰치는 갓난애를 구한다고 널쪽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만선>은 돈의 위력으로 어민을 착취하는 선주나 범쇠 같은 자의 횡포와 ‘만선’을 성취하려는 어부의 강인한 의지를 대비시키고 있다. 악덕 자본가의 착취와 부도덕이 강력한 갈등 구조를 이루며 극 행동을 긴장감 있게 추동하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 곰치의 본질적인 갈등 대상은 바다이다. 선주와 곰치 사이의 갈등은 바다와 대결하는 곰치의 대우주적 투쟁을 위한 소우주적 설정이라 볼 수 있다. 이 극이 당대 어민들의 삶의 질곡과 생활 정서를 치밀하게 재현하고 있으면서도 시대적 특수성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획득한 것은 사실성과 상징성의 결합으로 주제의 확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대대로 어부인 곰치에게 생존의 근원인 동시에 선친, 형제들, 아들들까지 다 잃게 만든 대상이다. 그럼에도 곰치는 뱃사람의 숙명은 바다와 싸우는 것이고, 바다에서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빚을 다 갚고 나면 뱃일을 그만두고 육지로 나가자는 아내의 말에 곰치는 뱃일을 그만두느니 배를 갈라 죽고 말겠다고 단언한다. 이는 가난과 생계 수단 때문에 뱃일을 하는 여타 어부들과는 확연히 다른, 어부 일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곰치의 천직 의식을 보여준다. 또 도삼과 연철이 선진국처럼 배에 기계나 레이더를 탑재하고 비행기로 날씨를 탐지하는 어업의 근대화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할 때 그는 전통적 어업방식을 주장한다. 어부는 눈이 빠지게 바다를 들여다보면서 고기를 잡아야 하고, 바다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 어부의 가치관과 어업방식을 고수하고, “만선이 아니면 노를 잡지 말라”는 조부의 가르침대로 만선에 집착하는 곰치는 이해타산에 밝지 못해 선주의 횡포에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계속 “이기고야 말겠다” “절대 안 져!” 라고 다짐하는데, 이러한 승부욕은 선주의 수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것이다. 어부를 천직으로 여기는 강한 긍지, 거대한 자연과 맞서 싸우는 원초적 생명력, 만선에 대한 집착으로 특징지어지는 곰치의 강렬한 성격 창조는 <만선>을 뛰어난 어촌 극으로 자리매김하는 요소이다. 바다와 싸우다 조부와 부친, 형제들, 자식들을 잃었으면서도 어부의 자존심과 신념, 굴하지 않는 대결 의지를 내세우는 곰치는 현실적 제약에 타협하며 나약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소시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극의 주요한 상징이자 아이러니는 제목이기도 한 ‘만선’이다. 바다와 싸워 이긴 결과인 만선은 풍요의 상징이다. 그러나 부서 떼가 사태 난 상황에 선주가 배를 묶어 버리자 ‘만선’은 곧 ‘박탈’로 그 의미가 역전되고 만다. 다른 어부들의 만선이 곰치 가족에겐 박탈과 상실을 의미하게 된다. 선주와 불공정 계약을 맺고 바다로 나간 곰치는 폭풍우 속에서 만선을 성취했으나 배가 난파하여 모든 것을 상실한다. 만선에 대한 집착으로 아들과 연철을 잃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만선’은 풍요와 박탈의 이중적 의미로 변주되다가 결국 파멸로 귀결되는 비극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선친의 비술을 이어받아 쌍돛을 달고 폭풍우 치는 바다를 질주하는 중선배의 이미지는 거대한 자연이나 운명과 맞서 싸우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비극적 영웅을 연상시킨다.
인물들의 형상화
<만선>에는 강인한 남성성과 집념의 어부로 형상화된 곰치 못지않게 삶의 풍상과 어촌의 토속적 삶의 질감을 표출하는 여성 인물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곰치나 구포댁, 슬슬이, 범쇠는 원형적이고 토속적인 어감의 이름을 부여받고 있는데, 이들은 선주 임제순이나 아들 도삼, 어부 성삼, 연철 같은 현실적 인물들과 구별된다. 곰치란 이름은 “복쟁이 새끼 잡어 묵음시로 곰곰하는 눈 툭 불거진 고기”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곰치란 물고기의 형상과 습성은 곧 바다와 투쟁하는, 고기잡이에 목숨을 건 어부 곰치를 잘 표상하고 있다. 주막 주인이자 배를 두 척 부리는 범쇠는 그 이름에서 어린 처녀를 노리는 호랑이 같은 속성이 부각된다.
슬슬이는 이름처럼 부드럽고 고운 처녀이다. 그녀는 집안의 빚 때문에 아버지뻘 범쇠에게 팔려 갈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에 그냥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강인한 면모를 보인다. 범쇠의 겁탈에 저항하고, 연인의 죽음을 알고 난 후 빚에 팔려 가는 대신 죽음을 선택한다.
곰치의 아내 구포댁은 향토적인 극의 배경에 걸맞게 구수한 입담과 속담을 재치 있게 구사하는 흥 많은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곰치를 따라 아들이 바다로 나가는 순간 “저놈이 그물만 지고 나서면 가슴이 선뜩선뜩하니 미치겄어!”라며 불안에 휩싸인다. 곰치 부자가 바다로 나간 뒤 구포댁은 수신님에게 세 아들들을 잃은 것을 자기 팔자 탓으로 돌리며, 도삼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어촌 마을의 토착 신앙과 무속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구포댁이 자식들의 죽음을 어미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한국 어머니의 전통적인 모성 관을 반영한다. 한편으론 어부 집안에 빈번히 일어나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절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기 가정에 반복되는 재난을 상기하고, 이번 아들만은 꼭 지켜달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은 결국 아들의 실종으로, 그리고 하나 남은 아들 갓난애마저 어미 손으로 죽음의 바다로 띄워 보내는 비극적 결말로 귀결된다.
도삼의 죽음을 알고 난 후 그녀는 슬픔과 비탄 끝에 실성하여 바닷가 둑을 헤매다가 ‘머리를 산발하고 생모시 저고리를 입은’ 도삼의 혼령을 만난다. 어미가 해주지 않은 수의를 입고 실실 웃다가 그냥 가버린 도삼의 혼령 이미지는 구포댁의 짙은 죄책감과 회한을 암시한다. 구포댁은 갓난애가 열 살만 되면 그물 치는 어부로 만들 거라는 곰치의 말을 듣자 갓난애를 업고 뛰쳐나간다. 그리곤 갓난 아들을 뭍에 가서 살라고, 폭풍우 치는 밤바다로 띄워 보내고 만다. 그녀의 비극적 선택은 실성 때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깊은 심리적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 구포댁은 과거에 일어났던 세 아들의 반복적인 죽음에 이어 도삼의 죽음이란 현재, 곧 아들들의 연쇄적 죽음이란 사건과 맞닥뜨린다. 아들들의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자기 삶에 드리운 운명의 순환적 패턴을 인지하는 것이다. 아들-남자는 바다로 나가야 하고, 결국 바다에서 죽을 운명이란 것이 네 번째 아들의 죽음 이후 얻은 그녀의 깨달음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가 왜 또 아들을 낳았던가, 비통하게 부르짖으면서 마지막 아들 갓난쟁이를 뭍으로 보낸다고 배에 태워 띄운 것이다. 이 장면의 구포댁은 아기를 바구니에 넣어 바다에 띄우는 신화 속 바리데기 모친이나 모세의 어머니처럼 신화 속 어머니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신화에선 바다가 아기에게 삶을 주었지만. 이 극에선 모성을 통해 파괴적인 우주의 원리가 구현되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만선>의 현재적 의미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만선>은 시대성을 짙게 드러내고 있기에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다소 낡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적 해석과 연출력에 따라선 극 자체에 내재된 보편성과 작품성을 감동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세심하게 읽어보면 잘 짜여진 갈등 구조와 인과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허점도 다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구포댁에게 갓난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도삼이 실종된 후에야 제시된다. 또 이미 세 아들을 잃은 과거사라든지, 도삼이 바다로 나갈 때마다 불안에 시달린다는 구포댁의 한과 비통한 심정은 복선으로 처리되지 않아 즉흥적 제시로 보이기도 한다.
1960년대 초반의 시대적 상황과 인물상이 짙게 투영된 <만선>을 오늘의 무대 위에 어떻게 불러올 것인가, 어떻게 시의성과 보편성을 부여할 것인가?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 제작진이 역점을 둔 바가 이 점일 것이다. 우선 윤색본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보면 곰치의 배만 돌아오지 않아 무당을 불러 점을 치는 장면이 프롤로그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어촌의 무속적 세계관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곰치네 일가에 드리운 운명의 아이러니를 암시하는 듯 보인다. 또 슬슬이를 남성의 횡포, 운명과 맞서 싸우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성격화하여 현대성을 부여한 점이 눈에 띈다. 에필로그에는 그물을 손질하는 곰치와 그에게 그물을 집어던지는 구포댁의 장면을 배치하여, 이 모든 불행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는 삶, 곰치의 어부로서의 집념, 그물처럼 씌워진 삶의 굴레를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침묵 속에 그물을 뒤집어쓴 곰치의 이미지는 경제적 어려움과 꿈의 좌절, 그럼에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 오늘의 서민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무대디자인 스케치
(이미지: 무대 디자인)
무대 이태섭
무대는 사실적인 묘사보다
작품이 담고 있는 상황에 좀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바닷가 방파제 밑에 웅크리고 있는 곰치의 엉성한 양철집은
곧 밀려올 거대한 파도 앞에 간신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의 물결 앞에
과거의 인간적인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는 은유라고 볼 수 있다.
바다로부터 몰려오는 비와 바람은 남아있는 곰치의
마지막 의지를 무너트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만드는 사람들
출연
김재건
김종칠
박상종
김명수
정경순
조주경
김경숙
정나진
황규환
문성복
강민지
성근창
이소연 뱃노래 소리꾼
스태프
연출 심재찬
작 천승세
윤색 윤미현
무대 이태섭
조명 신호
의상 최원
음악 김철환
음향 안세운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조연출 이지혜
무대 보 박은혜
의상 보 방마리
무대기술총괄 정광호
무대감독 나혜민
무대제작감독 이승수
무대기계감독 윤성희
조명감독·오퍼레이터 류선영
음향감독·오퍼레이터 장도희
의상감독 신은혜
무대진행 문성현 유성엽 최성관 김대호 장순호
의상진행 신은혜 심새늘
분장진행 이수연 김효정
조명프로그래머 백하림
조명팀 이재문 김상원 정호진 임혜성 전준우 신승철 전규상 이상민
음향팀 박상준 김학준
영상팀 박상준
무대제작 온스테이지_대표 김준성
세트팀 구상현 정기준 임학균 차용철 정병문
작화팀 박윤경
의상제작 포도필름_대표 최원
소품제작 예술공장_대표 정윤정
조명장비임차 73컴퍼니_대표 백시원
한국수어통역 공인수어통번역 잘함
번역‧통역 김홍남 최황순 조유나 윤하원
음성해설 제작 (주)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
대본·낭독 서수연
한글자막 제작·운용 이청
영문자막 번역 조용경
영문자막 운용 최아련
홍보·마케팅 총괄 박보영
홍보 이정현 김한경
마케팅 정진영 이송이
온라인마케팅 조영채
메인디자인 페이퍼프레스_대표 박신우
응용디자인 RE01_대표 김리원
연습·공연사진 이강물
홍보사진 그린비
홍보영상 워크하드스튜디오_대표 박현철
하이라이트 영상 602STUDI_대표 김영준
옥외광고 애니애드_대표 윤소향
홍보물 인쇄 인타임_대표 김종민
프로그램북 디자인 스튜디오 붐빔_대표 김은총
프로그램북 인쇄 한림문화사_대표 손경훈
기록영상제작 연두픽처스_대표 조윤수
티켓 김보전
매표안내원 강민주 김채은 박화란 이다영
하우스매니저 김나래
하우스안내원 이지은 이신영 손유희 고찬하 한현지 김가민 김은유 이세인 이태경 하라영 김현지 김지수 김연정 최민아 설인화
기획·제작 총괄 김옥경
프로듀서 박소영
배리어프리 프로듀서 김수현
제작진행 이다예
제작 (재)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김광보
사무국장 오현실
재단법인 국립극단
(재)국립극단 이사회
김상헌 이사장 네이버(주) 前 대표이사
김광보 이사 (재)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길해연 이사 연극배우
김명화 이사 극작 및 평론가
심재찬 이사 연출가
이상우 이사 고려대학교 교수
이재경 이사 건국대학교 교수
정재승 이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은복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김혁수 감사 삼덕회계법인 상무이사
단장 겸 예술감독
김광보
사무국장
오현실
경영관리팀
신민희 팀장
현승은 정병옥 박지민 박예원 이민희
김수아 김미지 김혜원 김민주 김도희
공연기획팀
김옥경 팀장
김나래 이정민 김수현 김정연 임아라 박소영A 박성연 박소영B
홍보마케팅팀
박보영 팀장
이현아 최윤영 김보전 오지수 김보배 이정현
김효진 이송이 조영채 노소연 정진영
무대기술팀
정광호 팀장
김용주 음창인 홍영진 박지수 류선영 이병석 나혜민 박정현
김정빈 김태연 경은주 이승수 장도희 윤성희 송석
작품개발팀
정용성 팀장
김태은 이슬예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김성제 소장
김미선 손준형 김혜연
2023 시즌단원
강민지 곽은태 김예은 김시영 남재영 문성복 백혜경 성근창
송철호 여승희 윤성원 이다혜 이상은 조승연 홍지인 황규환
27 2023 시즌단원(이미지)
28 2023 연간라인업(이미지)
29 고객만족도(광고1)
30 회원제 (광고2)
31 온라인극장 (광고3)
32 후원 (광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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