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국립극단 창작희곡 선정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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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12.24
조회 2129
2024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에 많은 관심 가지고 참여해 주신 극작가분들 감사합니다.
올해 창작희곡 공모 신청은 총 303편으로,
10월 14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여섯 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진행하여
총 3편을 선정하였습니다.
[최종선정작]
대상: <역행기(逆⾏記)> 김주희 작
우수상: <야견들> 배해률 작
우수상: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윤지영 작
[시상식] 12월 30일(월) 14:00 /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심사총평]
우리는 포스트 드라마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의 급박한 전개가 드라마를 압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곡’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희곡’이 작건 크건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어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아직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에 많은 작가들이 응모해 주셨습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포함한 6인의 심사위원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300여 편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면서 3차에 걸친 심사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각기 다른 스타일과 주제를 탐구한 우수한 작품들 속에서 소수의 수상작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대상에는 <역행기(逆⾏記)>가 선정되었습니다. 아울러 <야견들>과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가 우수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역행기(逆⾏記)>는 작품의 길이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그리고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 작품입니다. 작가는 수 세대에 걸친 여성의 문제를 사회적 시선 속에서 다루면서도 그것을 사실적 이야기로 제시하기보다는 신화적 외연을 부여합니다. 동시에 깊은 지하 세계 속으로 하강하고 다시 상승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공간화하는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큰 작품의 스케일은 무대적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낳기도 하였습니다.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가 국립극단의 작품 제작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무대적 구현의 가능성이 중요한 심사 기준이기도 하였지만, 작품 <역행기>가 지닌 미덕들은 이 작품을 만들 무대예술가들로 하여금 무대적 구현의 어려움을 기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견들>은 역행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역행기>가 바닥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였다면 <야견들>은 제목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성소수자, 수동무 그리고 진짜 개처럼, 그 시대의 보편적 시선으로 사람이라고 한정된 범위 바깥의 존재들의 삶을 포용하려는 의지를 유모어를 섞어 보여줍니다. 이 유모어는 삶에서 삶이 아닌 것을 떼어내고 객관화하는 순수한 시선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라는 이제는 상투형이 되어버린 주제를 다룹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과거사를 다루는 작품의 상투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80세가 넘어 죽음을 목전에 둔 인물과 그의 12세 어린 시절을 공존하는 시간으로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70년의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낸 노인이 죽음 직전 유년의 기억들을 소환하여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동화적이라 할지라도 우리 시대에는 이와 같은 치유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이외에도 <명선전>, <개기월식>, <독>, <반백의 둥지>, <초록의 찬란>, <아버지의 집>, <하...그림자가 없다> 등이 최종 심사에서 당선작들과 더불어 논의되었던 작품들입니다.
상식이 전도되고, 폭력이 농담같이 가해지고, 대화가 모욕 받는 시대에, 희곡은 인물들을 고집스럽게도 ‘대화’로 연결 짓습니다. 대화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에 보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제 목소리를 갖게 되는 무대를 기대해 봅니다.
2024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심사위원(가나다순)
김민정 극작가
김수정 연출
김은성 극작가
김호정 배우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조만수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