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창작공감: 작가] 최종 선정자 발표
-
등록일 2022.05.25
조회 2207
국립극단 2022 [창작공감: 작가] 공모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종 선정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최종 선정자
윤미희, 이소연
※ 선정자는 가나다순으로 표기하였습니다.
※ 대상자에게는 개별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창작공감: 작가]는 동시대를 고민하는 극작가들의 창작극 개발과정을 함께 하는 국립극단의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두 해째를 맞이했습니다. 작년과 동일하게 2023년 제작공연 전까지 스터디와 워크숍, 합평회 등을 통해 참여작가들이 신작 개발을 위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유형의 리소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며, 이 과정 속에서 작가들과 국립극단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다만 첫 해에 진행된 두 번의 외부공개 낭독회가 참여자 모두의 호흡을 지나치게 재촉한다는 판단으로 올해에는 좀 더 개발과정 자체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또한 내실 있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참여작가의 수를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이게 되었습니다. 올해 지원해주신 많은 작가들의 매력적이고 탄탄한 신작계획들을 생각할 때 무척이나 아쉬운 변화이지만, ‘경쟁 없는 동행’이라는 [창작공감: 작가]의 취지를 지켜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전합니다.
올해 공모에는 총 33명의 작가들이 지원했으며, 이중 제출한 지원신청서와 기발표작 한 편에 대한 서류심사를 통해 8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과정중심의 프로그램답게 신작의 발전가능성를 주목하고자 했으나, 제작공연까지의 남은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트리트먼트의 완성도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터뷰 심사는 프로그램의 물리적 조건에 맞춤한 신작계획을 찾기 위해 신작 트리트먼트에 대한 질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심사위원들은 인터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토론을 통해 최종 참여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논의 끝에 올해의 참여 작가로 선정한 두 명의 작가는 윤미희와 이소연입니다. 윤미희의 <보존과학자 이야기>(가제)는 유한한 시간의 균열 속에서 가치를 다 했다는 판단으로 소멸되고 있는 것들을 두려움으로 지켜보며 어쩌면 이야기만이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을 복원하고 보존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언어는 문학적이나, 연극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최종적인 무대화를 기대하게 합니다. 이소연의 <전쟁이야기(부제: 미사일 탁월풍)> 또한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서, 기존의 전쟁서사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접근을 통해 전쟁에 대한 동시대의 감각을 묻습니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통해 전쟁하는 일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시의성 있고 유효할 뿐만 아니라, 큰 주제를 무겁고 엄숙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작게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와 특유의 유머감각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윤미희와 이소연은 모두 여러 전작들을 통해 고유한 극작세계를 증명해온 작가들로서, 신작 트리트먼트 또한 자신의 주제에 대한 짧지 않은 시간의 고민과 다층적 이야기 구조를 유려하게 설계하는 극작술을 보여주어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심사의 우선적 고려대상은 아니었으나, 두 작가의 신작계획이 보이는 공통점 또한 프로그램의 전체적 성장을 기대토록 합니다. 구체적으로, 두 작가 모두 이번 신작을 위해 순연하게 허구인 ‘이야기’를 직조하면서도, 동시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채집하고자 한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올해 [창작공감: 작가] 프로그램에 집중력을 더 해줄 것이며, 이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기실 [창작공감: 작가]는 완성작을 심사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트리트먼트를 기준으로 이후 과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언컨대, 이 심사의 결과는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트리트먼트에 순위를 매기는 일이 될 수도 없습니다. 한 해 프로그램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일일 뿐입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공모에 참여한 작가들이 각자 삶의 어떤 자리에서 어떠한 절실함으로 이 공모에 지원한 것인지 알 수 없기에, 의례 심사평에 적는 것처럼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들의 토론내용을 짧게나마 공유하는 것이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이 이 공모결과에 오래도록 붙들려 있는 대신 작업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그 내용을 약술하고자 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에 대한 정보공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인터뷰 심사순으로 알파벳으로 표기하고 작품의 구체적인 설정은 제외한 채 기술하겠습니다.
A의 경우, 설화 소재를 통해 동시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선택은 고무적이나, 첨예하게 시의적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차원으로 읽히며, 무엇보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B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순간에 찾아온 이야기로 읽혀, 작가의 도약의 순간을 응원하고픈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설정의 구체성과 논리가 부족한 단계로 느껴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몇몇 제안이 이후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D의 경우, 자신의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는 작가의 열정은 인상적이었으나, 타장르의 유사소재 작품들에 대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섬세함을 엿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G의 경우도, 작품에 대한 작가의 강한 열정이 느껴졌던 작품으로, 동시대의 다양한 담론들을 특정 스포츠 경기의 구조와 결합하여 바라보겠다는 접근은 고무적이나, 다루려는 내용이 너무나도 많아 관객에게 남겨지는 생각이나 감정은 오히려 적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두 선정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토론된 작품은 C와 H였습니다. C는 장르문학의 어법을 차용한 작품으로 언어만으로도 기묘하고 생경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능력이 선명하게 반영된 트리트먼트였습니다. 그러나 소재와 작가가 서사를 꿰는 방식이 매우 유니크하여 이 작품이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립극단 제작공연에 기대되는 ‘보편성’이 이 작품에 결국 도움이 되는 것인지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H의 경우에는 작가의 진정성 있는 오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전작들에서 보여준 작가의 발전역량에 비춰볼 때 다수의 관객에게 소구되는 작품으로 발전되리라는 신뢰감을 주는 트리트먼트였습니다. 다만 감각의 전이와 그 전이가 반영된 구조의 창안이라는 측면이 보강될 때야 비로소 좀 더 도전적인 작품으로의 완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C와 H에 대한 판단은 트리트먼트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지금 현재 국립극단의 제작공연이 요구받고 있는 ‘혁신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그러한 균형이 과연 이 작품들을 온전히 완성토록 하는데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가들이 국립극단이 자신의 작품개발을 위해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리라는 기대로 공모에 지원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전제한 과정 중심의 대안적 프로그램의 부재가 이 지원에 참여하는 이유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프로그램의 역량을 강화해나가고자 합니다. 혹 일방적인 지원이 실수를 방지하고 문제소지를 사전에 제거하며 더 좋은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을 배태한다 하더라도, 창작자와 건강한 협업 방식의 지속적 모색이 제작극장으로서 국립극단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통해서야 비로소 보다 폭넓은 화두와 미학을 지닌 작가들과의 협업을 대담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공모 과정에 참여해 주신 모든 작가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고재귀, 김광보, 배선애, 장우재, 전영지(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