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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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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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장지혜 작가님께 뒤늦은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자
작가님과 수차례의 협의를 거쳐 작성한 사과문을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공식 SNS채널을 통해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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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립극단은 연극작품의 창작과 인재양성을 통하여 연극예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보다 많은 국민이 연극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여 민족문화창달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립극단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도화선이 된 <개구리>(아리스토파네스 원작, 극본․연출 박근형)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걸쳐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따른 예술가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하였으며 상세한 내용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통하여 밝혀졌습니다. 국립극단은 이에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립극단 사과문’ 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8년 5월 14일 당시의 발표문에서 국립극단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리며 피해자께도 직접 사과드릴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국립극단은 사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것은 블랙리스트로 지목되어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예술가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작업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누락된 것입니다. 아래에 기술하는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하겠습니다. 국립극단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립극단의 블랙리스트 배제 및 그 후의 부족한 조치로 인해 많은 상처와 아픔을 느끼셨을 장지혜 작가님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함께 준비하셨던 배우 및 스태프, 그리고 관람기회를 박탈당하신 관객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2015년 상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 연출가 및 단체(블랙리스트)를 배제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 후 국립극단은 다음 해 공연사업 중 하나인 ‘젊은연출가전’에 전인철 연출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해당 연출가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시한 배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前예술감독은 사무국회의에서 당시 재직 중이었던 공연기획팀장에게 전인철 연출가를 직접 만나 이러한 내용을 잘 이해시킬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공연기획팀장은 전인철 연출가를 만난 자리에서 ‘2016년에는 작업이 어려울 것 같으니 2017년에 다시 잘 진행해보자’라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2016년 공연사업에서 전인철 연출가를 배제하였습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사항을 이행한다는 미명 하에 자행된 폭력이었습니다. 부당한 지시와 명백한 외압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극단은 블랙리스트에 의해 예술가 배제를 직접 실행하는 큰 과오를 범했습니다.
그 후 2015년 12월 4일과 5일 양일 간, 국립극단 사무국 산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작품개발사업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를 개최하여 <날아가 버린 새(장지혜 작, 전인철 연출)>를 비롯한 세 작품의 낭독 쇼케이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쇼케이스 직후 연구소는 연구소 차원의 내부 논의를 진행하여 장지혜 작, 전인철 연출의 <날아가 버린 새>를 2016년 공연사업 후보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후 진행된 사무국 회의에서는 2016년 공연사업계획을 검토하였고 당시 연구소 부소장이 회의석상에서 ‘연구소 내부 논의를 거쳐 <날아가 버린 새>를 2016년 공연 후보작으로 선정하였음’을 보고하자 前예술감독은 앞서 기술된 ‘젊은연출가전’ 사례와 유사하게 전인철 연출가와의 작업을 연기하자고 제안하는 방식을 지시하였고, 결과적으로 <날아가 버린 새>는 공연 사업 후보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립극단은 전인철 연출가 블랙리스트 배제 조치를 실행하여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께도 동일한 피해를 끼쳤습니다.
2019년 4월 국립극단은 서울문화재단 2019 예술작품지원사업에 <날아가 버린 새(극단 돌파구, 장지혜 작, 전인철 연출)>가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5월 19일 <나는 살인자입니다( 호시 신이치 원작, 전인철 각색․연출)> 서울공연 종연 간담회에서 전인철 연출가를 만난 이성열 現예술감독은 <날아가 버린 새>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인철 연출가는 ‘2016년에 <날아가 버린 새> 공연을 못하게 된 것은 당시 연출이었던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장지혜 작가가 피해를 입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본인이) 직접 연출하지 않아도 좋으니 국립극단에서 <날아가 버린 새>를 공연하면 좋겠다’는 뜻을 現예술감독에게 전달했습니다.
그 후, 5월 말경 現예술감독은 장지혜 작가님과 직접 만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서 확인된 <날아가 버린 새> 공연 배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님의 의견을 청취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장지혜 작가님은 국립극단에서 <날아가 버린 새>를 공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現예술감독은 내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답했습니다.
이후 국립극단 사무국 회의에서 <날아가 버린 새> 공연 추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의해 국립극단에서 예술가들이 배제된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이에 해당하는 모든 예술가의 작품을 다시 공연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어렵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날아가 버린 새> 공연 추진 역시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6월에 다시 장지혜 작가님을 만난 자리에서 現예술감독은 이러한 입장을 밝혔으며, 이후 작가님과의 통화에서 “내가(장지혜 작가)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맞느냐”는 질문에 現예술감독은 “장지혜 작가의 <날아가 버린 새>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차원에서 2016년 공연사업 후보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前예술감독의 반대로 공연이 무산되었다. 前예술감독의 반대가 블랙리스트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現예술감독으로서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장지혜 작가님은 백서에 <날아가 버린 새>가 블랙리스트 피해 작품으로 명시되어 있음을 들며 “백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에 現예술감독은 “백서가 백퍼센트 맞다고 볼 수는 없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장지혜 작가님께 본인이 블랙리스트 피해자임을 부정당했다고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 후 국립극단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제도개선 이행협치추진단'과 다시 한번 이 문제와 관련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국립극단은 이러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닫고 장지혜 작가님이 논의 선상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블랙리스트로 인하여 배제를 당한 피해자인 것으로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장지혜 작가님께 사과드립니다.
국립극단은 장지혜 작가님께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 번째 잘못은 2015년 국립극단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날아가 버린 새>가 공연배제 됨으로써 전인철 연출가와 동일한 피해를 입게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잘못은 이후 발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통해 ‘장지혜 작・전인철 연출의 <날아가 버린 새>가 전인철 연출가가 블랙리스트여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장지혜 작가님께 아무런 합당한 사죄의 뜻을 직접 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장지혜 작가님은 이렇듯 두 번에 걸친 국립의 잘못 때문에 두 배로 큰 상처와 아픔을 느꼈을 겁니다. 이 모두가 국립극단의 과오이고 불찰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미 너무 많이 늦었지만 너른 마음으로 저희 국립극단의 사과를 받아주시길 장지혜 작가님께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저희 국립극단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소신을 갖고 일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장지혜 작가님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여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9년 10월 21일
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