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22
[제작현장 비하인드]
[인터뷰] 2년 만에 돌아온 <발가락 육상천재> 김연주 작가를 만나다
이송하
<발가락 육상천재> 김연주 작가를 만나다
<발가락 육상천재>는 바닷가 옆 자갈 초등학교 육상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20년 초연 이후로 2년이 흐른 2022년 가을, 조금은 성숙한 육상부 소년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11월, 국립극단 회의실 2에서 2022 <발가락 육상천재> 김연주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2년 간 성숙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생생한 경험담을 다룬 인터뷰는 이전 웹진인 ‘[인터뷰] 2년 만에 돌아온 <발가락 육상천재> 자갈초 육상부 아이들’ (해당 제목 텍스트를 누르면 기사 링크로 연결됩니다.)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연주 작가와 2년 동안 조금은 달라진 <발가락 육상천재> 12살 이야기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 웹진은 <발가락 육상천재> 김연주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질문의 키워드 별로 나누어 재구성하였다.
김연주 작가와 2년 동안 조금은 달라진 <발가락 육상천재> 12살 이야기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 웹진은 <발가락 육상천재> 김연주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질문의 키워드 별로 나누어 재구성하였다.
▶<발가락 육상천재> 2년 간의 변화
"처음에는 호준이, 이번에는 상우랑 은수"
김연주 작가는 초연 당시에는 ‘호준’역을 중심으로 대본을 집필하였지만 재연에서는 그 외의 다른 인물들에게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대본 수정 과정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해주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호준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랐고, 호준이의 승리와 패배에 대하여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상우랑 은수를 보게 되었다. 상우랑 은수도 분명히 부단히 노력을 했는데 항상 1등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에는 다시 초연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은수와 상우가 연습하는 장면이라든가 자기 등수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을 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김 작가는 재연 대본에서 달라진 점도 이야기해주었다. “상우는 어차피 연습해도 우리는 안 될 거라고 말하는 대사가 새로 들어왔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패배주의가 있는 인물로서 구체화되었다. 호준이와 정민이는 캐릭터가 명확하다. 1등 그리고 질투하는 (인물). 이 대척점이 분명한데 나머지 애들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12살 이야기
"나만 읽을 수 있는 외계 문자"
<발가락 육상천재>는 12살 아이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김연주 작가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짧게 이야기 나누었다. 김 작가는 스스로의 어릴 적에 대하여 “호준이랑 제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한글을 늦게 뗐다. 학교 가기 직전에 뗐는데, 친구가 한글을 먼저 뗐을 때 그게 너무 질투가 나서 친구 이마를 깨물고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뒤이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행동에 대하여, “호준이랑 연결시켜서 생각하자면 외계 문자를 만들어서 아무도 못 읽게 했다. 친오빠에 대한 욕을 쓰고 싶은데 들키면 친오빠한테 맞을 것 같았다. (욕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외계 문자를 만들었다. 외계 문자로 나만 읽을 수 있는 일기를 쓰곤 했다.”고 답했다.
"훅 커진 느낌, 12살의 속마음"
"연령대만 확 낮춘 나의 이야기"
▶작품 들여다보기
<발가락 육상천재>는 김연주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아지트에서 마시는 ‘환타’, 호준이를 응원해주는 ‘볼트 형’, 호준이의 거짓말에서 탄생한 ‘인어’를 해체하는 장면 등은 재미있고 쉽게 그려지지만 그 의미는 마냥 간단하지 않게 느껴진다.
김 작가는 “글 쓸 때 와사비를 제일 먼저 생각했다. 와사비는 쨍한 초록색인데, 초밥에 곁들여서 톡 쏘는 거 하나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주황 색깔이 있으면 예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탄산음료 중에서 어른들은 콜라랑 사이다를 먹을 것 같은데 애들은 굳이 환타를 먹을 것 같았다. 색깔도 예쁘고 대사에도 ppl처럼 들어가는데 ‘오렌지가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오렌지 맛이 난다’는 그런 점에서 약간 가짜 맛이 나는 거다. 어떻게 보면 인어의 존재처럼, 거짓말 맛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호준이는 항상 자신의 우상인 ‘볼트 형’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아이들에게 뽐내곤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볼트 형’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작품의 후반부에는 ‘볼트 형’과 자신도 언제 통화를 시켜달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볼트 형은 인어와 같다”고 운을 뗐다. “볼트 형, 볼트 형 말하다가 언젠가 진짜 볼트를 만날 수도 있을 거다. 그렇게 계속 외치다 보면 말이다. 그런데 볼트 형이 백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키가 작고 엄청 뚱뚱하고 달리기에 최적화되지 못한 몸을 가진 형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호준이가 인어를 상상할 때도 처음에는 꼬리가 달려 있고 머리는 사람인 정석적인 인어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짓말을 한 번 뱉으면 하면 그 거짓말은 항상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미 뱉어버린 순간 거짓말은 거의 하나의 생명체가 돼서 막 커지고 자꾸 의도랑은 다르게 퍼진다. 그런 것처럼 인어도 자기(호준이)가 거짓말을 했지만 위아래가 바뀌어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호준)의 뜻대로 순순히 따라줘야 되는데 따라주기는커녕 심지어 자신(호준)의 발가락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런 점에서 전화를 해서 언젠가 ‘진짜 우사인 볼트’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거다.(웃음)”고 말을 맺었다.
김 작가는 “볼트 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즉 거짓말을 하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에너지다. 요즘에는 그런 에너지가 없다. (웃음) 옛날 같은 경우에는 ‘나 어디 최종심 올랐어’ 이런 식의 얘기를 (그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더 포장을 했다. 그게 엄청 힘든 거였다는 식으로 굳이 얘기를 더 했더라면 이제는 그냥 조용히 할 일 하고 점점 은수가 되어 버리고 있다. 예전에는 정민이었다가 호준이었다가 이제 상우였다가 은수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이어 자신의 어린 시절, 볼트 형과 같은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며 말을 덧붙였다. “어릴 적에는 볼트 형 대신에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기 시작해서 항상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했다. 왠지 없다고 말을 하면 벌 받을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러면서 기도를 하곤 했다. 또 볼트 형은 없지만 ‘저주 내려버린다’, ‘이름 거꾸로 불어버린다’ 아니면 ‘네 이름을 빨간색으로 써버린다’ 이런 식의 소소한 저주들이 나에게 무기가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극 중 아이들이 인어를 해체하는 ‘인어 해체쇼’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으로 이끌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호준이는 마지막 달리기 승부에 앞서, 갈라진 인어의 배를 다시 닫아주자고 이야기한다. 호준이는 아이들과 청테이프로 인어의 배를 봉합한다. 김 작가는 이 장면에 대하여, “자기(호준)가 만든 생명체가 자기 발가락을 잡아먹었고 자기가 만든 생명체의 숨을 끊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근데 이게 또 다시 살아난다. 또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인 거다. 그냥 관객들한테 속 시원하게 배를 한번 잘라가지고 내장 다 끄집어내서 발가락 꺼내는 거를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이) 왠지 ‘배 안 가르겠지’라는 생각을 분명히 할 거다. 그래서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뜻을 표했다. 뒤이어 “자기(호준)가 만들어낸 생명체가 뜻대로 안 되고 했지만 사실 세상에 자기랑 분리되어 있는 어떤 객체가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없다. 결국에는 그거(인어)를 죽였는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고 양심이기도 하고 자신의 미안함과 다시 얘(인어)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그리고 자기가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을 거다. 이런 모든 마음이 인어를 봉합하면서 부활시키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인어 봉합술에 ‘청테이프’라는 소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하여, 김 작가는 “갑자기 초밥집에서 실이 나오면 좀 그럴 것 같았다. 테이프도 약간 초록색 테이프로 딱 붙이면 허접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와 닿을 것 같아서 테이프를 선택했다. 초밥집에 있을 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타
"오렌지 맛, 거짓말 맛"
김 작가는 “글 쓸 때 와사비를 제일 먼저 생각했다. 와사비는 쨍한 초록색인데, 초밥에 곁들여서 톡 쏘는 거 하나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주황 색깔이 있으면 예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탄산음료 중에서 어른들은 콜라랑 사이다를 먹을 것 같은데 애들은 굳이 환타를 먹을 것 같았다. 색깔도 예쁘고 대사에도 ppl처럼 들어가는데 ‘오렌지가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오렌지 맛이 난다’는 그런 점에서 약간 가짜 맛이 나는 거다. 어떻게 보면 인어의 존재처럼, 거짓말 맛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볼트형
"볼트 형이 백인? 키가 작고 엄청 뚱뚱한 형?"
호준이는 항상 자신의 우상인 ‘볼트 형’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아이들에게 뽐내곤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볼트 형’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작품의 후반부에는 ‘볼트 형’과 자신도 언제 통화를 시켜달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볼트 형은 인어와 같다”고 운을 뗐다. “볼트 형, 볼트 형 말하다가 언젠가 진짜 볼트를 만날 수도 있을 거다. 그렇게 계속 외치다 보면 말이다. 그런데 볼트 형이 백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키가 작고 엄청 뚱뚱하고 달리기에 최적화되지 못한 몸을 가진 형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호준이가 인어를 상상할 때도 처음에는 꼬리가 달려 있고 머리는 사람인 정석적인 인어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짓말을 한 번 뱉으면 하면 그 거짓말은 항상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미 뱉어버린 순간 거짓말은 거의 하나의 생명체가 돼서 막 커지고 자꾸 의도랑은 다르게 퍼진다. 그런 것처럼 인어도 자기(호준이)가 거짓말을 했지만 위아래가 바뀌어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호준)의 뜻대로 순순히 따라줘야 되는데 따라주기는커녕 심지어 자신(호준)의 발가락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런 점에서 전화를 해서 언젠가 ‘진짜 우사인 볼트’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거다.(웃음)”고 말을 맺었다.
#작가님의_볼트형은?
"볼트 형을 대신한 소소한 존재들"
김 작가는 “볼트 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즉 거짓말을 하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에너지다. 요즘에는 그런 에너지가 없다. (웃음) 옛날 같은 경우에는 ‘나 어디 최종심 올랐어’ 이런 식의 얘기를 (그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더 포장을 했다. 그게 엄청 힘든 거였다는 식으로 굳이 얘기를 더 했더라면 이제는 그냥 조용히 할 일 하고 점점 은수가 되어 버리고 있다. 예전에는 정민이었다가 호준이었다가 이제 상우였다가 은수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이어 자신의 어린 시절, 볼트 형과 같은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며 말을 덧붙였다. “어릴 적에는 볼트 형 대신에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기 시작해서 항상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했다. 왠지 없다고 말을 하면 벌 받을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러면서 기도를 하곤 했다. 또 볼트 형은 없지만 ‘저주 내려버린다’, ‘이름 거꾸로 불어버린다’ 아니면 ‘네 이름을 빨간색으로 써버린다’ 이런 식의 소소한 저주들이 나에게 무기가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인어해체쇼
"뜻대로 안 되는 생명체, 인어"
극 중 아이들이 인어를 해체하는 ‘인어 해체쇼’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으로 이끌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호준이는 마지막 달리기 승부에 앞서, 갈라진 인어의 배를 다시 닫아주자고 이야기한다. 호준이는 아이들과 청테이프로 인어의 배를 봉합한다. 김 작가는 이 장면에 대하여, “자기(호준)가 만든 생명체가 자기 발가락을 잡아먹었고 자기가 만든 생명체의 숨을 끊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근데 이게 또 다시 살아난다. 또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인 거다. 그냥 관객들한테 속 시원하게 배를 한번 잘라가지고 내장 다 끄집어내서 발가락 꺼내는 거를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이) 왠지 ‘배 안 가르겠지’라는 생각을 분명히 할 거다. 그래서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뜻을 표했다. 뒤이어 “자기(호준)가 만들어낸 생명체가 뜻대로 안 되고 했지만 사실 세상에 자기랑 분리되어 있는 어떤 객체가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없다. 결국에는 그거(인어)를 죽였는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고 양심이기도 하고 자신의 미안함과 다시 얘(인어)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그리고 자기가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을 거다. 이런 모든 마음이 인어를 봉합하면서 부활시키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인어 봉합술에 ‘청테이프’라는 소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하여, 김 작가는 “갑자기 초밥집에서 실이 나오면 좀 그럴 것 같았다. 테이프도 약간 초록색 테이프로 딱 붙이면 허접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와 닿을 것 같아서 테이프를 선택했다. 초밥집에 있을 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몇 살?
“적당히 논리적인 나이대가 즐거워”
마지막으로, 김연주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 작가는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는 나이대보다는 적당히 논리적인 나이대에 대하여 쓰는 게 즐겁다. 만약에 써본다면 소위 중2병이라고 말하는 그 시기에 대해서 써보고 싶기도 하다. 또 17살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8살은 이제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17살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인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살짝 여유가 있다. 그래서 대학 준비보다는 바람이 더 많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진짜 중2병은 사실 고1 때 오는 것 같다. 이상한 노래를 듣거나 괜히 공부하기 싫어서 새 적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 그래서 17살에 대하여도 한번 써보고 싶다.”고 설명하며 말을 끝맺었다.
<발가락 육상천재>가 다루는 12살의 이야기는 비단 청소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발가락 육상천재> 자갈초 육상부 아이들의 고민은 성인들도 영원히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호준, 정민, 상우, 은수, 인어의 달리기를 응원하면서,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김연주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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