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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7월

[제작현장 비하인드]

[인터뷰] [트랙터] 신예 창작진의 새로운 시선

이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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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트랙터]가 2022년 5월 19일 첫발을 내딛고 6월 12일 하얀 무대를 떠났다.
    [트랙터]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트랙터]의 창작자 <하얗고 작은 점>의 나수민 작가와 <7906 버스> 은호 역, <하얗고 작은 점> 강준 역을 연기한 최상현 배우를 만나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립극단 청소년극에 처음 참여하는 두 창작진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극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과 [트랙터] 제작 과정에서 있던 자세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나수민 작가는 화상 회의를 통해서, 최상현 배우는 국립극단 회의실1에서 만나 각각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본 웹진은 같은 취지의 질문에 따른 두 사람의 답변을 모아 재구성하였다.

▶ 청소년극의 특별함


나수민 작가는 청소년극의 특별한 점은 “어떤 얘기든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나 작가는 “청소년극에는 아직 손때가 타지 않은 얘기를 편견이나 다름을 벗어나 어떤 형식으로든 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게 청소년극이 해야 하는 일 같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서 나 작가는 “청소년들은 신조어를 계속 만들어낸다. (그 이유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쓰는 말에는 자기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없는 거다. 그래서 (새로운 말을) 계속 만들어내는게 아닌가 가끔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이에 관하여 하나의 일례를 덧붙였다. “한 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 어렸을 때 실패라는 단어를 썼다가 어른들이 너 나이 때는 그런 말 쓰는 거 아니라는 거다. 그러면 내가 쓸 수 있는 단어가 따로 있나? 이 단어는 내가 쓰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나 단어나 그런 본래의 의미를 청소년들한테 다시 되돌려주는 힘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극은 청소년들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말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된다고도 생각을 하고 그런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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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트랙터]는..


    최상현 배우는 [트랙터]가 “편안한 집” 같다고 했다. “매일 공연 때마다 무대 크루님이 하우스 오픈한다고 하는 게 참 좋았다. 하우스는 집이라는 뜻이다. 하우스 오픈 한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 집이네. 내가 제일 편안해야 되는 곳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최 배우는 마지막 공연 당시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오픈한다고 했을 때 집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엄청 기억에 남았다. 하우스 오픈한다고 할 때 감사하다고 그랬었다. 우리 집을 열어주는 사람, 우리 집에 초대를 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하우스라고 지칭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트랙터]가 집처럼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수민 작가는 [트랙터]와의 만남이 “산타와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산타는 어떤 환상의 인물이다. 너무 설레고 기뻤다. 이제 청소년극을 같이 올리는구나. 내가 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산타를 직접 보니까 좋은 의미로 산타도 너무 열심히 사는 노동자였다. 하지만 따져보면 산타는 결국 없는 존재고, 그걸 만들어주려는 사람들만 있다. 산타라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아니고 그 산타를 이루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조금 흡수된 그런 시간이었다”고 했다.

    ▶ [트랙터] 청소년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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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청소년극 제작에 있어서 공연 제작과 더불어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연계 워크숍을 병행하여 창작진과 청소년의 지속적인 교류를 돕는다. [트랙터] 공연연계 워크숍은 “예기치 못한 뜻밖의 만남”이라는 기획 의도에서 시작하여 [트랙터]의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우연하고 즉흥적인 글쓰기 활동과 이미지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은 창작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되었고, [트랙터] 연습 후반부에는 창작진과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 공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리허설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은 아직 미완성된 공연을 관람하고 피드백을 주었고 창작진과 청소년들은 국립극단 근처 빵집으로 빵을 사러 나가는 여정을 함께 했다. 이런 특별한 시스템은 나 작가와 최 배우, 청소년들 사이의 뜻밖의 만남을 선사했다. 나 작가와 최 배우는 청소년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바와 깨달은 바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나수민 작가는 오픈리허설 때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 빵을 사러 가는 여정 속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에서 기분 좋게 빗겨나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그 당시의 경험을 떠올렸다. “시간이 조금 짧고 날이 많이 더워 빵 사러 가는 여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굉장히 많았다. 청소년들이 그런 여정에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나와 은경 배우님만 자유로움을 느끼고 청소년분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을 굉장히 신경 쓰는 모습에 내가 생각한 걸 또 빗겨나갔구나 했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오픈리허설뿐만 아니라 [트랙터] 공연연계 워크숍의 한 과정인 ‘즉흥과 우연의 글쓰기’의 결과물인 ‘글’을 통해 청소년과 만났던 순간의 기억도 회상했다. 나 작가는 청소년들의 글에서 “의식하지 않으면 자주 잃어버리는 무형의 맥락”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문구에 맥락이 없는데 그 안에 맥락이 있는 것 같았다. 질문이 주는 맥락이랑 대답이 굉장히 다른데 거기서 무형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맥락이 있었다. 근데 그거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트랙터] 프로그램 북에 있는 공연연계 워크숍 프로그램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맥락 없는 걸 즐기던 때가 있었는데 다 어디 갔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거를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되게 자주 잃어버리는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뒤이어 “또 되게 자유로웠다. 언젠가부터 질문에 대하여 정확한 대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한다는 걸 깨달아서 사실 거기서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그 질문이나 되게 생뚱맞고 말이 안 되는 대답인데 그 안에 정답이 있을 것 같은 게 부럽기도 했다”고 했다.
최상현 배우는 공연연계 워크숍에서 청소년들이 하는 경험 자체의 특별함과 유의미함을 강조했다. 최 배우는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트랙터] 공연연계 워크숍에 참여한 친구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청소년일 때 누군가 나의 생각에 대해서 물어본다거나 무언가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청소년극을 볼 수 있는 문화적인 기회가 주어지고 청소년들을 존중하면서 궁금해하는 어른들을 만나는 기회들이 주어지는 것들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배우는 자신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해진다며 워크숍 때 만난 청소년들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최 배우는 청소년들과 만남의 시간이 더 길었다면 더욱 친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오픈 리허설 때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고1 때 내 모습보다 혹은 지금보다 배울 점이 많고 성숙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얘는 이렇게 생각 안 할 거’라는 거는 큰 착각인 것 같다. 표현을 그렇게 안 할 뿐이지 어떤 일들이나 어떤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그거는 어떤 감으로 좀 느껴진 것 같다”면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에 바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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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수민 작가는 앞서 [트랙터]가 “산타와의 만남” 같았다는 답변을 이어나가며 “산타를 믿었다가 그게 거짓말이라고 인정하는 시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그게 되게 단순해 보여도 그 기억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뭔가를 만나고 그걸 잘 보내주는 태도에 큰 역할을 한다. 환상적인 이야기나 거짓말 같은데 믿을 수밖에 없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잘 보내주는 게 너무 중요하다. 국립극단 청소년극이 이미 그 시기를 지난 사람들한테도 그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는 어떤 연장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중요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갔다고 해서 사실 그 사람이 청소년기를 모르는 사람인 건 아니다. 그 시기를 잘은 아니어도 그냥 어떻게 어떻게 잘 보내온 사람들도 이 공연을 보면서 내가 그래도 여기까지 나이 들어서 그 시기를 잘 지나쳐서 왔구나.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도 잘 와봐 라든가 아니면 너도 이 시기 지나가고 있지라는 마음이 동하게끔 해주는 공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 배우는 청소년극이 직관적 재미와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어려운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되는 것 같다.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 직관적인 재미와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확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생각할 것을 던져줘야 한다. 청소년에 국한된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 우리 자신, 즉 사람들에 대한 것 같다.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 학생들이 볼 때랑 어른들이 볼 때랑 반응의 코드가 아예 다 다르다. 학생들은 랩하다 따라하고 아니면 부딪히고 넘어진다든지 말투가 웃긴다든지 그런 게 그냥 너무 웃긴 거다. 어른들이 보러 오시면 드라마에 더 집중해서 그 드라마에서 주는 포인트들에서 더 반응을 하시는 것 같았다. 공연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재밌으면 ‘한 번 더 보러 갈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다 다르게 느껴지는 공연을 봤을 때 ‘내가 이런 걸 놓치고 살아가고 있었나’ 점점 알게 될 것 같다”고 했다.

    ▶ 청소년극 작가, 청소년극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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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는 나수민 작가와 최상현 배우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만난 청소년극 작품이다. 두 창작진의 답변에서 각각 청소년극 작가와 배우로서 임하며 느끼는 책임감과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나 작가는 오픈리허설 당시 한 청소년이 했던 뜻밖의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고 했다. “공연 내용에 대해서 물어본 분이 있다. <하얗고 작은 점>을 그때 못 봐서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봤는데 이 질문이 굉장히 어려웠다. 다른 분들한테도 이런 질문 많이 받았지만 정말 잘 설명해야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설명해도 그대로 가닿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냥 진짜 1차원적으로 ‘그냥 가슴 얘기’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들이 그거를 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 질문이 내가 생각도 못 했던 답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나이 때는 이런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하겠구나. 뭔가를 보거나 가거나 하게 됐을 때 그거 내가 해도 돼요? 라는 질문이 어떻게 보면 마음속에 기본적으로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약간 답답했다. 사실 뭐든 할 수 있고 볼 수 있고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들이 많고 사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부분도 많을 거니까 그 질문에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질문이 되게 오래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청소년들이 의심하지 않게 그 질문에 잘 대답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대답을 제대로 못 드려서 뒤늦게 생각을 했다. 그 질문에 잘 대답해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라는 그날의 다짐을 이야기하며 말을 맺었다.
최 배우는 청소년극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지니는 책임감에 대하여 말했다. “(청소년 연극이) 배우가 시도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많이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야 되니까 더 많은 시도들을 해야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랩을 해본 적도 없고 만들어 본 적도 없지만 이번에 그런 시도들을 해봤다. 그리고 텍스트에 주어진 것 말고도 찾아내야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항상 마음 속에 지녀야 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방향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더 마음 쓰고 더 움직이고 더 찾아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트랙터]는 무대를 떠났지만 창작진의 소중한 경험이 독자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나수민 작가와 최상현 배우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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