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진정한 악동, 희대의 카사노바 ‘DOM J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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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015
진정한 악동, 희대의 카사노바 ‘DOM JUAN’
이번에 소개할 희극 ‘동주앙’을 보기위해 3월 27일 명동예술극장에 찾아갔다.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무료로 배포하는 조그마한 팸플릿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팸플릿을 집어 들고 살펴보자 팸플릿에는 공연정보와 작품정보가 명시되어 있어, 연극을 관람하기 전 널널한 시간을 이용해 읽어보면서 곧 관람할 동주앙의 정보를 알아내기에 용이했다.
동주앙의 작가인 몰리에르는 화려한 축제를 좋아하는 17세기 프랑스의 대표 극작가이자 희극 작가라고 한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 동주앙이라는 작품이 연출자인 최용훈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 나서 팸플릿을 통해 출연배우를 살펴보는데, 출연배우는 김도현, 이율, 정규수, 권성덕, 박미현, 유병훈, 성노진, 한동규, 최지훈, 오성택, 이철희, 김동화, 권귀빈, 김영록 으로 이루어져있었고, 동주앙역을 맡은 김도현, 스가나렐 역의 정규수, 동루이역의 권성덕, 이 세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스가나렐역의 정규수와 내가 초등학생 이였을 때 드라마 ‘야인시대’ 이승만 역을 맡았으며, 이번 동루이 역을 맡게 된 배우 권성덕. 이 두 배우는 얼굴이 아주 눈에 익었다. 이렇게 작은 팸플릿을 대강 살펴보고 건물의 2층 공연장으로 들어서자 공연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명동거리 한복판에 있다고 해서 무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공연장의 무대는 단순했으며, 무대가 화려하지 않았으나, 배우 모두가 작은 무대의 공간을 잘 활용해 주어서 연극을 보는 내내 무대가 너무 작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맨 처음 보인 배우는 스가나렐역의 정규수였다. 그는 내레이션과 함께 자신을 하인 ‘스가나렐’이라 소개하며 관객들에게 담배를 권한다거나, 엘비르의 하인과 함께 자신의 주인인 동주앙을 헐뜯는 등, 처음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보였다. 담배를 권하는 장면은 어떤 의도로 그러했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가나렐의 소개가 끝난 뒤, 스가나렐은 엘비르의 하인과 함께 동주앙을 헐뜯고 있을 때 무대 뒤에선 동주앙이 다른 여자들과 끈적한 몸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으로만 봐서도 동주앙이 문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렇게 동주앙이 출현하고 연극의 거의 대부분을 동주앙과 스가나렐을 중심으로 이끌어나갔다. 동주앙은 출현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재치있는 말투로 작업을 걸고 다니며, 동주앙이 일명 카사노바, 즉 바람둥이라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게 했고, 그의 의상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아주 화려한 것으로 보아 그가 엄청난 귀족임을 한눈에 알게 되었다. 동주앙은 이리저리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작업멘트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동주앙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동주앙에게 조심스레 훈계를 하는 스가나렐의 모습은 아주 재미있었고, 그런 스가나렐의 충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스가나렐을 피해 계속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며, 아버지의 훈계와 신앙을 무시한 동주앙의 모습은 동주앙을 아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보이게 했다. 동주앙을 타깃으로 한 스가나렐의 신을 들먹이며 한 훈계는 아주 종교적인 느낌이 들었다. 몰리에르가 이 작품을 썼을 당시시대의 종교적 배경을 알려준다. 신을 믿지 않냐는 스가나렐의 물음에 동주앙은 신을 믿지 않는다며 2+2는 4이고 4+4는 8이라는 것만 믿는다고 대답하였다. 동주앙은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 믿지 않는 무신론자였다. 무엇보다 조연으로써 조연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스가나렐은 여러 가지의 면모를 보였다. 동주앙의 뒤에서는 주인을 욕하지만, 돈을 위해서 그를 모시는 것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경황보다는 자신의 월급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가 하며, 연극의 중간 중간에 동주앙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그때그때 요구하는 것으로 볼 때 스가나렐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동주앙의 뒤에선 그를 헐뜯고 동주앙의 앞에선 그에게 아첨을 해대는 스가나렐, 그야말로 등장인물 중 위선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후 피에로와 샤를로트가 출현하였는데, 피에로는 샤를로트를 사랑하고 샤를로트가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피에로는 동주앙과 특징이 극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동주앙은 쉽게 손에 쥐었던 사랑이 피에로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지만 손에 거머쥘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구해주었던 동주앙이 자신의 사랑인 샤를로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샤를로트를 위해서라면 오리 흉내도 내겠다며, 샤를로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몸 바쳐 하겠다는 피에로에게 그것은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희극이라도 절실한 사랑을 눈앞에서 빼앗기는데 피에로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과연 사랑을 빼앗기는 장면을 꼭 재미있게 표현해야만 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피에로의 절실한 사랑 샤를로트, 그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피에로가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주앙에게 잘 보이려 드는 모습을 보일 때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피에로에게 자신도 피에로를 사랑한다고 내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주앙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버렸고 피에로보다 동주앙에게 더 호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곳에서 샤를로트와 같이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한 동주앙의 꼬임에 넘어간 마튀린느도 함께 출현하지만 그곳에서 동주앙을 마튀린느와 샤를로트 둘 중 한명을 선택해야만 하게 하는 어려움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말재간 하나로도 상대를 매료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동주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가는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동주앙은 자신의 말재간에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자신에게 빚쟁이가 찾아오자 빚쟁이의 머리부터 발끝 모두를 칭찬하며 빚쟁이가 빚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어서 나타난 엘비르 부인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엘비르는 동주앙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고 분노를 표하며, 동주앙이 유부남임을 알렸다. 현대시대의 일명 막장드라마와 같았다. 또한 엘비르 부인은 동주앙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 치는 등 상황이 고조 되가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연출하였다. 하지만 상단 피에로의 일과 같이 아무리 희극이라도 자신의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인데 그것까지도 코믹스러운 장면으로 바꾸어 연출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극 ‘동주앙’의 최대 오류는 이것이 아닐까 한다. 동주앙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나서 그 동주앙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동주앙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 뻔한데 그런 감정까지 웃음코드로 바꾸어 버리면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할뿐더러 감동을 느껴야 하는 부분에서도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한명의 주요인물은 예전 동주앙에게 죽임을 당했던 기사의 석상이다. 이 석상은 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동주앙의 장난스러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처음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였지만 이 석상의 등장은 후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동주앙의 저녁식사 초대에 응하고 그에 보답하여 동주앙을 지옥으로 초대하였다. 내가 상황파악력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주앙이 석상의 초대에 응하여 지옥으로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동주앙이 당당하게 보여 그것이 결말부분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옥으로 내려가는 순간조차 당당한 동주앙의 모습이 비추어져 그것이 죽음임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동주앙이 지옥으로 내려간 후 환한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박수가 쏟아져 나와 그 장면이 바로 결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연출된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등장인물들이 퇴장할 때에 붉은 빛과 동시에 외마디 비명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사골 우려먹듯이 너무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심각한 대화 도중에 갑자기 방금 전 퇴장한 배우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그곳을 주시하며 입을 벌려 놀라는 연기를 연출하는 것은 미소를 자아냈다. 동주앙은 귀족들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에게 너무 큰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귀족들에게 경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함을 고려했을 때 박장대소하지 않고 살짝살짝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 장면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희극의 가장 이상적인 면이 아닐까 한다.
아쉬웠던 장면들 중 하나는 동주앙의 외도에 분노한 엘비르 부인이 수도원에 들어가게 되어, 그녀의 복수를 하기위해 동주앙을 찾아 나선 큰 오라버니인 동 카를로스와 작은 오라버니인 동 알롱즈의 등장장면이다.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동주앙이 혼자 산적들과 싸우고 있는 동 카를로스를 목격하고 산적들의 행동이 비겁하다고 느낀 동주앙은 동 카를로스를 도와 함께 싸워 동 카를로스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 그러나 곧이어 동 알롱즈가 등장해 동주앙을 가리키며 동주앙의 실체를 밝힌다. 그러나 동주앙에게 목숨을 구제받은 동 카를로스는 큰 갈등에 빠지게 된다. 동 카를로스에게는 동주앙이 그야말로 동생의 원수이자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아도 상황이 복잡하게 얽힘을 알 수 있다. 또한 동 카를로스는 자신의 은인과 혈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느 한쪽도 배신하지 못하는 진정한 이상적인 귀족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연극의 흐름이 동 카를로스 형제의 복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자꾸 다른 쪽으로 빠지게 되어 약간 연극의 흐름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스가나렐역의 배우 ‘정규수’의 연기였다. ‘정규수’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없었다면 동주앙이 더 좋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연극 내내 동주앙의 주위에서 이야기의 상황설명과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배우 ‘정규수’ 였다. 그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이렇게 빛나는 주연과 빛나는 조연들로 이루어진 이번 연극은 실로 만족스러웠다. 출연진들의 연기력이 아주 좋았고 무대 활용 또한 아주 잘해주었으며, 조명 또한 너무 화려하지 않아 연극만을 집중함에 있어서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아 연극의 전반적인 면이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모두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고 그에 따라 땀 흘리며 열심히 연극을 준비했을 연출자, 출연진, 그리고 모든 제작진분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에 소개할 희극 ‘동주앙’을 보기위해 3월 27일 명동예술극장에 찾아갔다.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무료로 배포하는 조그마한 팸플릿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팸플릿을 집어 들고 살펴보자 팸플릿에는 공연정보와 작품정보가 명시되어 있어, 연극을 관람하기 전 널널한 시간을 이용해 읽어보면서 곧 관람할 동주앙의 정보를 알아내기에 용이했다.
동주앙의 작가인 몰리에르는 화려한 축제를 좋아하는 17세기 프랑스의 대표 극작가이자 희극 작가라고 한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 동주앙이라는 작품이 연출자인 최용훈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 나서 팸플릿을 통해 출연배우를 살펴보는데, 출연배우는 김도현, 이율, 정규수, 권성덕, 박미현, 유병훈, 성노진, 한동규, 최지훈, 오성택, 이철희, 김동화, 권귀빈, 김영록 으로 이루어져있었고, 동주앙역을 맡은 김도현, 스가나렐 역의 정규수, 동루이역의 권성덕, 이 세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스가나렐역의 정규수와 내가 초등학생 이였을 때 드라마 ‘야인시대’ 이승만 역을 맡았으며, 이번 동루이 역을 맡게 된 배우 권성덕. 이 두 배우는 얼굴이 아주 눈에 익었다. 이렇게 작은 팸플릿을 대강 살펴보고 건물의 2층 공연장으로 들어서자 공연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명동거리 한복판에 있다고 해서 무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공연장의 무대는 단순했으며, 무대가 화려하지 않았으나, 배우 모두가 작은 무대의 공간을 잘 활용해 주어서 연극을 보는 내내 무대가 너무 작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맨 처음 보인 배우는 스가나렐역의 정규수였다. 그는 내레이션과 함께 자신을 하인 ‘스가나렐’이라 소개하며 관객들에게 담배를 권한다거나, 엘비르의 하인과 함께 자신의 주인인 동주앙을 헐뜯는 등, 처음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보였다. 담배를 권하는 장면은 어떤 의도로 그러했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가나렐의 소개가 끝난 뒤, 스가나렐은 엘비르의 하인과 함께 동주앙을 헐뜯고 있을 때 무대 뒤에선 동주앙이 다른 여자들과 끈적한 몸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으로만 봐서도 동주앙이 문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렇게 동주앙이 출현하고 연극의 거의 대부분을 동주앙과 스가나렐을 중심으로 이끌어나갔다. 동주앙은 출현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재치있는 말투로 작업을 걸고 다니며, 동주앙이 일명 카사노바, 즉 바람둥이라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게 했고, 그의 의상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아주 화려한 것으로 보아 그가 엄청난 귀족임을 한눈에 알게 되었다. 동주앙은 이리저리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작업멘트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동주앙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동주앙에게 조심스레 훈계를 하는 스가나렐의 모습은 아주 재미있었고, 그런 스가나렐의 충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스가나렐을 피해 계속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며, 아버지의 훈계와 신앙을 무시한 동주앙의 모습은 동주앙을 아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보이게 했다. 동주앙을 타깃으로 한 스가나렐의 신을 들먹이며 한 훈계는 아주 종교적인 느낌이 들었다. 몰리에르가 이 작품을 썼을 당시시대의 종교적 배경을 알려준다. 신을 믿지 않냐는 스가나렐의 물음에 동주앙은 신을 믿지 않는다며 2+2는 4이고 4+4는 8이라는 것만 믿는다고 대답하였다. 동주앙은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 믿지 않는 무신론자였다. 무엇보다 조연으로써 조연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스가나렐은 여러 가지의 면모를 보였다. 동주앙의 뒤에서는 주인을 욕하지만, 돈을 위해서 그를 모시는 것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경황보다는 자신의 월급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가 하며, 연극의 중간 중간에 동주앙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그때그때 요구하는 것으로 볼 때 스가나렐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동주앙의 뒤에선 그를 헐뜯고 동주앙의 앞에선 그에게 아첨을 해대는 스가나렐, 그야말로 등장인물 중 위선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후 피에로와 샤를로트가 출현하였는데, 피에로는 샤를로트를 사랑하고 샤를로트가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피에로는 동주앙과 특징이 극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동주앙은 쉽게 손에 쥐었던 사랑이 피에로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지만 손에 거머쥘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구해주었던 동주앙이 자신의 사랑인 샤를로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샤를로트를 위해서라면 오리 흉내도 내겠다며, 샤를로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몸 바쳐 하겠다는 피에로에게 그것은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희극이라도 절실한 사랑을 눈앞에서 빼앗기는데 피에로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과연 사랑을 빼앗기는 장면을 꼭 재미있게 표현해야만 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피에로의 절실한 사랑 샤를로트, 그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피에로가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주앙에게 잘 보이려 드는 모습을 보일 때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피에로에게 자신도 피에로를 사랑한다고 내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주앙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버렸고 피에로보다 동주앙에게 더 호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곳에서 샤를로트와 같이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한 동주앙의 꼬임에 넘어간 마튀린느도 함께 출현하지만 그곳에서 동주앙을 마튀린느와 샤를로트 둘 중 한명을 선택해야만 하게 하는 어려움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말재간 하나로도 상대를 매료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동주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가는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동주앙은 자신의 말재간에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자신에게 빚쟁이가 찾아오자 빚쟁이의 머리부터 발끝 모두를 칭찬하며 빚쟁이가 빚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어서 나타난 엘비르 부인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엘비르는 동주앙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고 분노를 표하며, 동주앙이 유부남임을 알렸다. 현대시대의 일명 막장드라마와 같았다. 또한 엘비르 부인은 동주앙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 치는 등 상황이 고조 되가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연출하였다. 하지만 상단 피에로의 일과 같이 아무리 희극이라도 자신의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인데 그것까지도 코믹스러운 장면으로 바꾸어 연출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극 ‘동주앙’의 최대 오류는 이것이 아닐까 한다. 동주앙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나서 그 동주앙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동주앙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 뻔한데 그런 감정까지 웃음코드로 바꾸어 버리면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할뿐더러 감동을 느껴야 하는 부분에서도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한명의 주요인물은 예전 동주앙에게 죽임을 당했던 기사의 석상이다. 이 석상은 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동주앙의 장난스러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처음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였지만 이 석상의 등장은 후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동주앙의 저녁식사 초대에 응하고 그에 보답하여 동주앙을 지옥으로 초대하였다. 내가 상황파악력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주앙이 석상의 초대에 응하여 지옥으로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동주앙이 당당하게 보여 그것이 결말부분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옥으로 내려가는 순간조차 당당한 동주앙의 모습이 비추어져 그것이 죽음임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동주앙이 지옥으로 내려간 후 환한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박수가 쏟아져 나와 그 장면이 바로 결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연출된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등장인물들이 퇴장할 때에 붉은 빛과 동시에 외마디 비명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사골 우려먹듯이 너무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심각한 대화 도중에 갑자기 방금 전 퇴장한 배우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그곳을 주시하며 입을 벌려 놀라는 연기를 연출하는 것은 미소를 자아냈다. 동주앙은 귀족들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에게 너무 큰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귀족들에게 경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함을 고려했을 때 박장대소하지 않고 살짝살짝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 장면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희극의 가장 이상적인 면이 아닐까 한다.
아쉬웠던 장면들 중 하나는 동주앙의 외도에 분노한 엘비르 부인이 수도원에 들어가게 되어, 그녀의 복수를 하기위해 동주앙을 찾아 나선 큰 오라버니인 동 카를로스와 작은 오라버니인 동 알롱즈의 등장장면이다.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동주앙이 혼자 산적들과 싸우고 있는 동 카를로스를 목격하고 산적들의 행동이 비겁하다고 느낀 동주앙은 동 카를로스를 도와 함께 싸워 동 카를로스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 그러나 곧이어 동 알롱즈가 등장해 동주앙을 가리키며 동주앙의 실체를 밝힌다. 그러나 동주앙에게 목숨을 구제받은 동 카를로스는 큰 갈등에 빠지게 된다. 동 카를로스에게는 동주앙이 그야말로 동생의 원수이자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아도 상황이 복잡하게 얽힘을 알 수 있다. 또한 동 카를로스는 자신의 은인과 혈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느 한쪽도 배신하지 못하는 진정한 이상적인 귀족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연극의 흐름이 동 카를로스 형제의 복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자꾸 다른 쪽으로 빠지게 되어 약간 연극의 흐름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스가나렐역의 배우 ‘정규수’의 연기였다. ‘정규수’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없었다면 동주앙이 더 좋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연극 내내 동주앙의 주위에서 이야기의 상황설명과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배우 ‘정규수’ 였다. 그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이렇게 빛나는 주연과 빛나는 조연들로 이루어진 이번 연극은 실로 만족스러웠다. 출연진들의 연기력이 아주 좋았고 무대 활용 또한 아주 잘해주었으며, 조명 또한 너무 화려하지 않아 연극만을 집중함에 있어서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아 연극의 전반적인 면이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모두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고 그에 따라 땀 흘리며 열심히 연극을 준비했을 연출자, 출연진, 그리고 모든 제작진분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