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작가의 방 낭독극장] 드림텔
2017.12.14 ~
2017.12.16
※ <작가와의 대화> 공연 종료 후, 객석
시놉시스
기차역 근처의 낡고 오래된 모텔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10년차 무명배우 진수는 같은 극단의 5년차 단원인 태형, 상호와 함께 모텔을 게스트하우스와 소극장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한다. 영업을 하면서 동시에 인테리어 작업 중인 모텔에는 청소 노동자인 마와 룽이 있고, 두 커플이 방문한다.
인테리어 공사 중 갑작스럽게 오래된 장롱에 깔려버린 진수가 병원에 응급 후송되고 태형도 함께 모텔을 비우는데, 모텔의 문은 안에서는 열 수 없는 형태로 설치되어 있었다. 모텔에 남은 상호와 두 커플, 청소 노동자들은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다 진수를 깔아뭉갰던 장롱을 열어보게 되는데...
작가의 글
걷고 있었다.
때론 뛰었고, 가끔은 쉬었고, 대부분은 부지런히 걸었다.
늘 내가 있는 곳이 궁금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했으므로 걷기를 멈추지도 못했다.
그러다 넘어졌다.
누군가의 발인지, 돌부리인지, 혹은 내 다리에 걸렸는진 중요하지 않다.
돌이켜 보면 적절한 타이밍이었으므로.
피가 흐르는 무릎을 부여잡고 길 한가운데서 한참을 울었다.
그 길이 미웠다.
날 아프게 한 것도, 외롭게 한 것도, 어떤 위로도 건네지 않은 것도.
결국, 길에서 멀어졌다.
함참 후에 고개를 들어보니 멀어진 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닿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길 위에 있었다.
끝이 있을 거라 믿었던 그 길은 거대한 뫼비우스의 띠였다.
끝이 없다니…….
끝이 있는 다른 길을 찾아낼 것이다.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짐하고 다짐하며 내가 걸었던 길을 봤다.
길은 조금 혹은 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까!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길을 바꾸고 있었다.
어떤 이는 꽃을 심고
어떤 이는 나무를 심고,
어떤 이는 쓰레기를 버렸고,
어떤 이는 침을 뱉었다.
내가 멈췄던 그 길엔 피가 배었겠지. 고통과 외로움과 두려움이 깃들었겠지.
꽃과 나무를 심지는 못해도,
차마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진 못해도,
내가 뿌린 피와 고통과 외로움과 두려움을 지우고 싶다.
그것이 길 위에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인지,
길에 대한 미련으로 되돌아 갈 핑계를 찾은 것인지도 모른채
까마득한 길을 되돌아가고 있다.
여전히 걷고 있다.
작가 소개 - 김숙종
주요작품
<싱싱 냉장고>, <템프파일>,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夢>, <콜라소녀>, <여우들의 동창회>, <엄마>
2017 작가의 방 낭독극장
국립극단 ‘작가의 방’은 차세대 극작가들이 모여 정기적인 토론과 전문가 특강, 대본 낭독회 등을 함께 하며 창작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작극을 개발해가는 극작가 네트워크입니다.
올해 ‘작가의 방 낭독극장’에서는 10명의 참여 작가들이 봄부터 빚어낸 개성 있는 10개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낭독을 통한 작가와 관객평단의 만남은 창작의 방향을 점검하고 이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과 동료 작가 및 연극인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매 공연 종료 후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됩니다.
관객 여러분의 진지한 소감과 애정 어린 비평에 귀 기울이겠습니다.